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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훈 Mar 09. 2016

사물인터넷(IoT)의 인문사회학적 의미

사물인터넷을 사물 간 통신 기술로만 이해하면 안 되는 이유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 IoT)이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최근 신문과 방송, SNS 등에서 심심찮게 들리는 이 말은 근미래 세계 최대 이슈 중 하나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IT나 전자제품 분야를 너머 ‘사물을 다루는 모든 분야’로 사물인터넷의 개념이 확장될 것으로 예상되고, 이 분야를 선점하는 기업이 앞으로의 10년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평가받기도 하는 거대한 변화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미 눈 앞에 와 있는 거대한 사물인터넷 세상>



I  사물인터넷의 정의

먼저 현재 나와있는 사물인터넷의 정의를 간단하게 정리해보겠습니다. 네이버 시사상식사전의 경우, '생활 속 사물들을 유무선 네트워크로 연결해 정보를 공유하는 환경'으로 정의하고 있고, 다음 백과사전의 경우 좀 더 상세하게 '모든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것이며, 이 기술을 이용하면 각종 기기에 통신, 센서 기능을 장착해 스스로 데이터를 주고받고 이를 처리해 자동으로 구동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조금 어려운가요?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지금까지는 사람들만 인터넷을 했다면 앞으로는 똑똑해진 사물들도 인터넷을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은 지금까지 인터넷으로 무엇을 했을까요? 정보를 주고받고, 게임을 하고, 데이터를 저장하고, 새로운 지식을 만들기도 하는 등의 다양한 활동을 했죠. 이제 사물이 사람처럼 이러한 행동을 한다는 것인데요, 사물이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고, 게임도 하고, 데이터도 저장시키고, 심지어 새로운 지식도 만듭니다. 이러한 세상이 바로 사물인터넷 세상이죠.


<사물들이 인터넷을 통해 서로 대화할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I  사전적 정의가 아니라 인문사회학적 의미

제가 오늘 꺼내고자 하는 이야기는 사물인터넷이 ‘무엇이냐’ 를 너머 사물인터넷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인류의 삶에 어떠한 영향과 변화를 줄 것이냐는 ‘인문사회학적 의미’ 입니다. 인문사회학적 의미라니… 조금 어렵게 들리지만 사실 아주 쉽답니다. 많이들 잘 알고 계시는 와이파이(Wi-fi)의 예를 들어 먼저 사전적 정의와 인문사회학적 의미의 차이를 알아보겠습니다. 시사경제용어사전(대한민국정부,2010)에 따르면, 와이파이란 일정 거리 안에서 무선 인터넷을 할 수 있는 근거리 통신망 기술로 정의됩니다. 정확한 설명이지만 그것이 우리 일상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생활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등은 설명이 되고 있지 않죠? 이렇게 정의와는 다르게 그것이 있었을 때와 없었을 때 인류의 삶이 어떻게 변화되었고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나 생활양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등을 알아보는 것이 인문사회학적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와이파이는 인류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요? 한 개의 랜선으로 컴퓨터 한 대만 연결할 수 있었던 과거와는 달리 와이파이가 닿는 공간의 수많은 사람들이 거의 공짜로 인터넷에 연결되게 되어 유선 통신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많은 정보와 가치가 인터넷으로 유입되고 생산되었습니다. 인터넷이 현대사회를 지배하는 하나의 축이 된 데에 와이파이가 크게 일조를 한 거죠. 와이파이가 없었다면 과연 이렇게 저렴하고 빠르게 많은 정보가 인터넷으로 유입되어 지금의 인터넷 세상이 되었을까요? 또 다른 무선통신 기술이 나왔겠지만 과연... 이렇게 무언가가 인간과 인류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밝히는 것이 인문사회학적 의미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와이파이를 통해 어디서든 무선으로 연결되는 인터넷>



I  사물인터넷의 인문사회학적 의미

그렇다면 사물인터넷은 인문사회학적 관점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사물인터넷 등장의 전후를 살펴 변화를 포착해보겠습니다. 사물인터넷 이전에는 M2M 이라는 개념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사물인터넷에 포함되는 개념으로 정리되고 있는데요, M2M 이란 Machine to Machine 이라는 말로써 기계와 기계가 직접 통신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새로운 개념이라고 하기엔 아주 예전부터 이미 리모컨으로 TV를 조작하면서 기계와 기계가 통신하고 있지 않냐고요? M2M 은 ‘사람이 개입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기계와 기계의 자발적인 소통’ 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와는 다르답니다. 예를 들어 사람이 리모컨을 누르지 않아도 TV를 켤 때가 되면 리모컨이 알아서 TV를 켜주는 상태, 즉, 기계가 스스로 똑똑해져서 판단하고 행동하는 상태가 M2M의 개념입니다. 

사물인터넷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갑니다. M2M이 기계(Machine)와 기계 간 1대 1 통신에 초점을 맞추었었다면 사물인터넷은 다(多) 대 다(多) 통신을 기본으로 염두하며, 기계에 한정되었던 개념을 모든 사물(Thing)로 확장시킵니다. 즉, M2M 은 TV나 가전, 핸드폰 등 기계 간 통신의 의미였다면 사물인터넷은 책, 컵, 의자 등 주변 모든 사물들이 ‘더 똑똑해지며’ 서로 소통하면서 정보와 가치를 만들어내게 된다는 것입니다.




I  사물인터넷(IoT)이 아니라 사람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and Humans = IoTH)이다.

여기서 하나 생각해봐야 할 것은 대체 사물이 ‘어떻게 똑똑해지느냐’는 것입니다. 아무리 대단한 기술을 달아도 사물이 처음부터 지능과 지혜를 가지지는 못합니다. 사용자의 사용에 따라 축적되는 정보를 저장하며 맞춤형으로 똑똑해지든, 딥러닝과 같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수많은 정보가 입력되며 점점 똑똑해지든 결국 사물은 사람의 지식과 지혜를 저장하며 똑똑해집니다. 예를 들어, 리모컨이 어떻게 적절한 시간에 스스로 TV를 작동하게 할 것인가를 보면, 사용자의 사용 패턴이나 감정, 위치 등을 인식해서 사용자 맞춤형으로 스마트해지거나, 그동안의 수많은 사용자 데이터를 저장한 서버에서 정보를 받아야 한다는 거죠. 사물인터넷은 결국 지속적인 사람과의 소통이 바탕이 되어야 가능해진다는 겁니다. 그래서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 IoT)을 'Internet of Things and Humans = IoTH' 즉, '사람사물인터넷' 의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이러한 개념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죠. 이는 사람 사물을 불문하고 모든 개체 간의 통신 환경을 가정하는 것으로서, ‘사물 = 사람’ 으로 봅니다. 사물은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저장하며 사람처럼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게 되고, 사람은 자신의 말과 행동을 비롯한 생체 활동 등을 센서나 컴퓨터를 통해 디지털 정보로 생산하며 사물과 소통하는 등 사물과 더 가까워지게 됩니다.


<사물인터넷에서 사람사물인터넷으로>



I  사물인터넷이 할 수 있는 것

지금까지 사물은 특별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책은 책꽂이에 꽂힌 채로 10년이고 20년이고 있었고 1달에 한 번 칠까 말까 한 내 방의 피아노도 그냥 그렇게 존재했죠. 하지만 사물이 다양한 센서(오감)를 달고 데이터 처리 및 저장 능력(뇌)을 가지며 유무선 통신 기술(언어)을 탑재하면 사물은 일을 하고 가치를 생산하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내 방 피아노가 나의 피아노 이용 패턴을 계속 데이터화 하여 저장하고 있었다고 가정합시다. 그런데 근 1년 간 급격히 피아노 치는 횟수가 줄어들면 피아노는 ‘아, 내가 이제 이 사용자에게 큰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는구나.’ 라고 변화를 인지하게 되겠죠? ‘이제 다른 곳으로 가야 하나?’ 라고 생각한 피아노는 온라인 마켓에서 자신과 같은 모델의 중고 가격을 검색하여 사용자에게 ‘혹시 피아노 더 안칠 거면 지금 40만 원에 팔 수 있는데 한 번 팔아볼래?’ 라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의 사용 데이터와 온라인 마켓 정보 등을 고려하어 사용자가 원할지도 모르는 가치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죠. 사용자가 승인하게 되면 피아노가 자신을 사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자기 몸값의 선금을 요구할지도 모르죠. 즉, 사물은 사용자가 생산한 데이터와 온라인 정보 등을 이용하고 사람같이 의견을 제시하며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그 가치를 생산해 냅니다. 자, 방금 미래 시나리오에서 피아노는 사물 같았나요? 사람 같았나요?


<피아노가 나에게 중고판매를 제안하는 날이 올 수 있습니다>



I  사람사물인터넷의 인문사회학적 의미로 상상하는 미래

사물인터넷을 이렇게 '사람사물인터넷의 인문사회학적 의미' 로 이해하면 생각의 범위가 크게 확장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사물과 사물이 통신하게 할 것인지에 대한 기술적 이슈가 아니라 어떻게 사물이 사람처럼 사람과 소통하고 사람은 어떻게 사물에게 의사를 전달할 것인가 등으로 관점이 바뀌게 되죠. 사물인터넷을 사물 간의 통신기술로 이해하면 ‘어떤 사물에 어떤 센서와 통신 표준 기술을 적용해야 하나?’의 질문이 나오지만, 인문사회학적 의미로 이해하면 ‘사물이 사람이 된다면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미래가 그려지며 인류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로 질문이 바뀌게 됩니다. 이러한 질문의 방식은 요즘 인기가 많은 사용자 경험(UX) 및 인간 중심 혁신(HCI = Human Centered Innovation) 관점과도 맥이 통합니다. 자, 그러면 위와 같은 관점에서 사람사물인터넷이 인문사회학적으로 가져오는 미래는 어떤 모습이 가능할지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겠습니다. 


I.  사물도 돈을 번다 - 먼저 사물이 사람처럼 세상에 가치 있는 정보를 생산하니까 그에 상응하는 돈을 벌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사물이 은행 계좌 혹은 가상 계좌를 가져야 할 수도 있습니다. 능력 좋은 사물은 부자가 될 수도 있겠고요. 


II.  사물이 금융 활동에 참여 - 또, 사물을 만든 제조사와 사물에 데이터를 제공한 사용자가 서로 생산된 정보에 대해 재산권과 소유권을 두고 갈등을 빚게 되지는 않을까요? 수많은 사용 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큰 돈을 벌었을 때 그 데이터를 제공한 사용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게 될 수도 있겠죠. 그렇다면 돈을 번 사물이 제조사와 사용자에게 자기가 번 돈을 합리적으로 나눠 줄 수도 있을 겁니다. 


III.  온라인 결제 시장의 주체로 사물이 등장 - 이렇게 가치(=데이터와 정보)를 생산하는 사물이 스스로 돈을 벌고 이 돈을 자신을 생산한 생산자와 자신에게 사용 데이터를 제공한 사용자에게 나눠주게 된다면? 앞으로 수십수백억 개에 달할 것이라 예상되는 인터넷 연결 사물이 이렇게 금융의 주체가 된면 70억 인류가 주고받는 돈의 이동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의 많은 돈의 흐름이 온라인 상에서 생겨날 겁니다. 그럼 이 온라인 금융(pay) 시장을 지배하는 자가 이 돈의 흐름에 대한 수수료로 앉아서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도 있겠죠. 


IIII.  사물 ID 이슈 발생 -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려면 주민등록번호나 여권번호처럼 사물에게도 언제 어디서나 인증되는 ID가(identification) 있어야 할 겁니다. 데이터와 돈이 돌아다녀야 하는 온라인 상에서 인식 가능해야 하고 주민번호나 계좌번호처럼 서로 겹치지도 않아야 하며 사람사물인터넷 환경에서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식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온라인 상에서의 ID 보안도 큰 이슈가 될 것이고요.


<카카오페이 등의 가상계좌를 사물이 가지게 된다면? 사물이 돈을 벌 수 있겠죠>


이렇게 사물인터넷을 기술이 아니라 인문사회학적 관점에서 보면, 허공에 붕 뜬 공상이 아닌 인간의 삶에 착 닿아있는 미래를 다양하게 그려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이러한 관점에서 어떤 미래를 그리시겠습니까? 또 이러한 미래에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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