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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훈 Dec 05. 2016

전교 1등은 정말 공부가 재밌을까?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난 공부 재밌던데.' 정말일까?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난 공부 재밌던데?', '그냥 열심히 하는 거지 뭐.' 믿을 수 없는 전교 1등들의 말말말. 난 공부가 영 힘들고 어려운데 어떻게 전교 1등은 공부가 재미있을까? 재미있는 척 하는 거 아닐까? 의심스럽기도 하죠. 물론 모든 학생들의 상황이 각자 다르겠지만, 공부를 재미있어하고 잘하는 친구들은 어째서 그러한지 그 원리를 하나씩 풀어보려합니다. 기왕 공부를 할 거라면, 누구나 더 효율적으로 재미있게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의 신뢰를 위해 쑥스럽지만 잠깐 제 소개를 드리면, 저는 민족사관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입학 및 수석으로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했습니다. (위 사진은 신문에 나왔던 민사고 입학식 사진입니다. 가운데서 빵터지며 웃고있는 사람이 저랍니다.) 또 중학교 3년 간 6번의 중간, 기말 고사에서 전교 1등을 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중고등학교 때나 대학 때는 멋모르고 열심히 공부하며 지냈을 뿐이지만 문득 학창 시절을 돌아보니 공부를 재밌어하고 나름대로 잘 하게 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와 원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하나씩 정리해볼까 합니다. 나는 어떻게 공부를 잘하게 되었을까. 그 첫번째 이야기.


나를 위해 공부함을 깨닫는 그 때가 공부의 시작이다.




ㅣ 누구를 위하여 공부하고 있나요?

이 이야기는 제 학창 시절 경험담으로 시작해보겠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인가, 중학교 1학년쯤이었을 겁니다. 사회 과목을 공부하다가 문득 외울 것이 참 많다고 느끼면서 ‘내가 왜 이걸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여러 고민 끝에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알아두면 언젠가 도움이 될 날이 올 거야. 괜히 공부하라는 것은 아닐 테니 일단 해보자’ 하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간단하고 막연한 동기였지만 제 자신을 설득시켰죠. 실제로 그 한순간의 다짐이 긴 학창 시절 공부를 지탱한 중요한 축이 되었어요. 힘들고 지루할 때 ‘그래, 이건 내 삶에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테니까.’라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했죠. 이렇게 목적을 세우니 기왕 할 공부라면 그 속에서 다양한 즐거움을 찾고자 했고, 실제로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고3이 되면서 주변의 영향 때문인지 ‘앞으로 일 년은 이런저런 걸 놓고 대학에 가기 위해 필요한 공부에 열중해야겠다’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게 고3 일 년은 상당히 힘든 시간이었죠. 이전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방법을 찾고 궁금한 것일수록 더 깊이 공부했는데, 대학이라는 막연한 대상을 위해 요구되는 것만 공부하려니 재미를 찾지 못하고 능률이 떨어진 겁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시간은 더 들이게 되고, 하루 종일 공부에 매달리다 보니 스트레스는 늘고 효과는 이전만 못했어요. 그때 일 년은 지금 생각해도 조금 아쉽습니다. 똑같이 힘들 거라면 좀 더 제대로 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지금 무엇을 위하여 공부하고 있나요?




ㅣ 무엇을 위하여 공부하고 있나요?

비슷한 일이 대학교 때도 일어났어요. 건축학과에 처음 들어가 어마어마한 과제들을 받으며 열심히 대학생활을 하기 시작했는데, 대학 1,2학년 때는 그저 재미있고 새로 알게 되는 것이 신나서 밤새는 줄 모르고 열심히 공부 했습니다. 건축과였던지라 건축 도면도 그리고 모형도 만들고, 교양 과목에서도 친구와 물리 과제를 밤이 깊도록 톡으로 토론을 해가며 풀어가기도 했습니다. 그 땐 정말 밤도 많이 새고 체력적으로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무언가를 새로 배워나가고 그에 따른 작품이나 발표, 레포트 등을 만들어 내는 것이 정말 신났습니다.


그러다 4학년이 되어 어느 순간 학점이 신경쓰이기 시작했어요. 학점을 크게 잘 못받은 적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왠지 최고 학점을 계속 받아야할 것 같고 주변에서 많이들 학점에 신경을 쓰니 나도 그래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 때부터 전공과 교양을 불문하고 공부가 갑자기 힘들어지기 시작했어요. 목표가 공부 자체가 아니라 학점과 성적이 되면서 뭔가 공부의 방향성이 틀어지고 오버하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묘하게 학점도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아 A+ 받기를 기대했던 과목은 A0가, A0를 기대했던 과목은 A-같이 한 단계 떨어져서 나오더군요. 시간은 더 들이고 스트레스는 더 받았는데 말입니다.


제가 수많은 낮과 밤을 보낸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전경




ㅣ 나를 위해 할 때 공부는 시작된다.

위의 일화는 결국 같은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나를 위해 공부할 때가 진정한 공부다.'는 것이죠. 무언가 새로 알게 되고 그것이 나에게 능력으로 쌓이며 시험과 발표 등을 통해 실력을 확인하고 다시 나를 위해 정진할 때는 공부가 즐겁고 효율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대학이나 학점과 같이 내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위해 공부를 하기 시작하면서 공부가 내 것이 아니게 되었고 남(대학이나 학점 등)의 것을 하다보니 힘들고 나에게 실력으로 쌓이지도 않으며 결과도 들인 노력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공부를 왜 하느냐는 질문에 나를 위해 한다는 답을 하는 경우는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하지 않으면 혼나니까(=부모님이나 선생님을 위해),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부모님을 위해), 친구들이 다들 하니까(=친구 관계를 위해), 생각해본 적 없다(=아무 생각없이 한다)는 의견이 많죠. 절반 이상으로 나오는 통계도 드물지 않고요.


초등학생들의 공부 이유 조사결과 중 하나. 여러분은 어떤가요?


공부를 잘 하기 위한 첫 번째 열쇠는 그래서 '공부는 나를 위해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는 것입니다. 그래야 진짜 나에게 필요한 공부를 정확히 찾아내서 할 수 있고, 나에게 맞는 공부 방법을 만들어내며 즐겁게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공부의 중심에 내가 있기 때문에 공부에 들인 시간과 노력이 고스란히 나에게 실력으로 쌓입니다. 이렇게 비유해볼까요? 게임 싫어하는 친구한테 억지로 게임을 시켜서 세 시간 레벨업 하는 것과 게임 좋아하는 친구가 운 좋게 자유시간이 생겨서 PC방에서 게임을 세 시간 하는 것, 누가 더 레벨을 많이 올릴까요? 당연히 후자겠죠. 공부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 누구도 아닌 내 캐릭터를 위해 열심히 렙업을 하듯이 나를 위해 공부하면 나도 모르게 공부 렙업이 확확 될 겁니다.




ㅣ 학생과 학부모님을 위한 팁!

이를 위해서 학생 여러분에게 드리는 팁은, '내가 이 공부를 왜 하는 걸까? 지금 하는 이 공부는 나를 위해 하고 있나?'를 한 번 생각해보는 겁니다. '그냥' 공부하는 시간 중 한 시간만 빼서 내 공부의 목적을 한 번 생각해보세요. 어떤 답이 얻든 상관없습니다. 몇날 며칠 걸리는 것도 아니니 공부하기 싫을 때 한 번 연습장 펴놓고 끄적끄적 적고 그려가며 내 공부의 이유와 목적을 한 번 생각해봅시다. 앞으로의 학창 시절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제가 중1 사회 공부를 하다가 문득 깨달았던 것과 같이 말이죠.


학부모님 입장에서는 자녀들의 능력을 너무 벗어나는 무리한 공부를 시키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생 여러분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부모님께 이 글 한 번 읽어보시라 추천해주세요. 후후) 지적 도전감을 불러일으키고 더 많은 것을 알고 내 것으로 만들고 싶게 만드는 고난도의 공부는 큰 도움이 되지만, 얼토당토 않은 수준의 선행학습이나 남들 다 하니까 스텝 맞춰 시키는 진도는 자녀들을 공부에 데게 만들어 '공부는 역시 엄마한테 안 혼나려고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강하게 심어줍니다. 그 때부터 공부는 남(엄마)을 위해 해주는 괴로운 것이 되고 10년의 학창 시절 내내 자녀와 학부모님의 공부 줄다리기가 시작됩니다. 그렇다고 '공부는 널 위해 하는 거야.' 라고 직접적인 메시지를 주는 것은 크게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녀에게 스스로 공부의 목적과 이유에 대해 즐겁게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과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자녀의 공부 성숙도를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이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위 내용은 브런치북 프로젝트를 통해 출간된 '공부 자존감' 내용과 책에 미처 다 담지 못한 이야기를 모아 특별히 작성되었습니다. 더 궁금하신 공부 이야기는 아래 브런치북 책 페이지에서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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