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시간이라는 편집자

왜 나이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갈까

by 타자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 지났네."



이 말을 한 번쯤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혹은 주변에서 들어본 적이. 어린 시절의 여름방학은 끝없이 길었다. 하루가 영원처럼 느껴졌고, 일주일은 거의 한 세기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월요일이 온 것 같은데 벌써 금요일이고, 새해가 시작된 것 같은데 어느새 연말이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 현상은 단순히 기분 탓이 아니다. 이것은 과학적으로 연구되고 문서화된 보편적인 인간 경험이다.



시간 지각의 과학



독일의 심리학자 마르크 비트만(Marc Wittmann)과 산드라 렌호프(Sandra Lehnhoff)는 2005년 광범위한 연구를 수행했다. 14세부터 94세까지 499명의 참가자에게 시간이 얼마나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는지 물었다. 결과는 명확했다. 나이가 많은 사람일수록 지난 10년이 더 빠르게 지나간 것처럼 느꼈다.



흥미로운 점은 이것이다. 현재 순간의 시간 지각—지금 이 한 시간이 빠르게 가는지 느리게 가는지—은 나이와 큰 관련이 없었다. 차이가 나는 것은 회고적 시간 지각, 즉 과거를 돌아볼 때 그 시간이 얼마나 길게 혹은 짧게 느껴지느냐였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걸까? 여러 이론이 제안되어 왔다.



비례 이론: 분수의 법칙



가장 직관적인 설명은 '비례 이론'이다. 5살짜리 아이에게 1년은 전체 인생의 20%다. 하지만 50살 성인에게 1년은 인생의 2%에 불과하다. 같은 365일이지만, 전체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다르기 때문에 체감 길이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19세기 프랑스 철학자 폴 자네(Paul Janet)가 처음 제안했다. 그는 주관적 시간의 길이가 실제 나이에 반비례한다고 주장했다. 10살 때의 1년과 50살 때의 1년이 같을 수 없다는 것이다.



새로움 이론: 익숙함의 대가



두 번째 설명은 '새로움'에 주목한다. 어린 시절에는 모든 것이 새롭다. 처음 보는 것, 처음 경험하는 것, 처음 배우는 것들로 가득하다. 뇌는 새로운 정보를 처리할 때 더 많은 자원을 사용하고, 더 상세한 기억을 만든다. 풍부한 기억은 나중에 돌아봤을 때 그 시간을 더 길게 느끼게 한다.



반면 성인이 되면 대부분의 경험이 익숙해진다. 출근길, 업무, 저녁 식사, 주말의 루틴. 뇌는 반복되는 패턴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세부사항을 생략한다. 기억에 남는 것이 적어지고, 돌아봤을 때 그 시간은 압축되어 느껴진다.



이것이 바로 여행을 갔을 때 시간이 더 천천히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새로운 장소, 새로운 음식, 새로운 언어는 뇌에 더 많은 기억 지점을 만든다. 1주일간의 여행이 집에서 보낸 한 달보다 더 길게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생물학적 시계의 변화



세 번째 이론은 생물학적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뇌의 도파민 시스템은 내부 시계의 속도에 영향을 미친다. 나이가 들면서 도파민 수준이 감소하면, 내부 시계가 느려지고, 결과적으로 외부 시간은 더 빠르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또한 신진대사 속도의 변화도 관련이 있다. 어린이의 심장은 더 빨리 뛰고, 호흡도 더 빠르며, 신진대사가 활발하다. 이러한 생체 리듬이 시간 지각의 기준점이 된다면, 나이 들어 이 리듬이 느려질 때 외부 시간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느껴질 수 있다.



편집자의 속도



영화 편집의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영화의 초반부는 대개 천천히 전개된다. 등장인물을 소개하고, 배경을 설명하고, 관계를 설정한다. 관객이 이 세계에 익숙해지도록 시간을 들인다. 그러나 영화가 진행될수록, 특히 클라이맥스로 향할수록, 편집 속도는 빨라진다. 컷이 짧아지고, 장면 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진다.



우리의 삶도 비슷한 패턴을 따르는 것 같다. 어린 시절의 '긴' 시간은 삶이라는 영화의 초반부, 세상이라는 무대를 천천히 소개받는 시간이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편집 속도가 빨라진다. 익숙한 장면은 빠르게 넘어가고, 본질적인 것에 집중하게 된다.



빨라지는 시간의 의미



그렇다면 이 가속되는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두 가지 관점이 가능하다.



비관적으로 보면, 이것은 삶이 점점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는 증거다. 남은 시간이 줄어들수록 더 빠르게 흘러간다는 것은 우울한 사실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관점도 있다. 시간이 빠르게 느껴진다는 것은 그만큼 삶이 익숙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매 순간 낯선 것과 씨름하지 않아도 된다. 어느 정도의 숙달과 안정에 도달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비트만의 연구에서 주목할 점은 이것이다. 현재 순간의 시간 지각은 나이와 관계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 얼마나 몰입하느냐는 여전히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과거를 돌아볼 때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현재의 매 순간은 여전히 충분히 경험될 수 있다.



시간의 밀도를 높이는 법



연구들은 시간 지각을 늦추는 방법이 있음을 보여준다. 핵심은 '새로움'이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 새로운 장소를 방문하는 것, 일상의 루틴을 깨는 것은 뇌에 더 많은 기억 지점을 만든다. 이러한 경험들은 나중에 돌아봤을 때 시간을 더 풍요롭게 느끼게 한다.



또한 마음챙김(mindfulness)도 도움이 된다. 현재 순간에 주의를 기울이면, 그 순간이 더 길고 충만하게 경험된다. 자동조종 모드로 하루를 보내면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지만, 의식적으로 각 순간을 경험하면 같은 시간도 더 길게 느껴진다.



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시간이 가속되는 느낌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그 가속 속에서도 밀도 높은 순간들을 만들어갈 수는 있다.



편집자에게 배우는 것



경험 많은 영화 편집자들은 안다. 영화의 모든 순간이 같은 무게를 가질 필요는 없다고. 어떤 장면은 빠르게 넘어가야 하고, 어떤 장면은 천천히 머물러야 한다. 중요한 것은 전체의 리듬이고, 그 리듬을 통해 전달되는 이야기다.



우리 삶의 편집자인 시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모든 순간이 똑같이 느리게 갈 필요는 없다. 익숙하고 반복적인 것들은 빠르게 지나가도 좋다. 대신 정말 중요한 순간, 정말 새로운 경험, 정말 의미 있는 관계에는 시간이 천천히 흐르도록 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곧 삶이 빈곤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 구분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일 수 있다. 시간이라는 편집자는 불필요한 것들을 빠르게 넘기고, 본질에 집중하도록 도와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음 화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애초에 우리는 왜 늙는 것인지, 진화의 관점에서 노화의 이유를 탐구한다.






참고문헌



Wittmann, M., & Lehnhoff, S. (2005). Age effects in perception of time. *Psychological Reports, 97*(3), 921-935.



Lemlich, R. (1975). Subjective acceleration of time with aging. *Perceptual and Motor Skills, 41*(1), 235-238.



Janet, P. (1877). Une illusion d'optique interne. *Revue Philosophique de la France et de l'Étranger, 3*, 497-502.



Friedman, W. J., & Janssen, S. M. (2010). Aging and the speed of time. *Acta Psychologica, 134*(2), 130-141.



Wittmann, M. (2009). The inner experience of time. *Philosophical Transaction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364*(1525), 1955-1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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