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희미해지는 감각

세상과의 접점이 부드러워진다

by 타자


언제부턴가 TV 볼륨이 올라갔다. 가족이 "너무 시끄럽다"고 해서야 깨달았다. 메뉴판의 작은 글씨가 멀어졌다. 팔을 쭉 뻗어야 글씨가 보이고, 어두운 식당에서는 손전등 앱을 켜게 되었다. 어머니가 간을 맞춘 음식이 싱겁게 느껴져서, 혹시 내 미각이 변한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감각은 세상과 우리를 연결하는 창이다. 그 창이 서서히 흐려진다.



시력의 변화



눈의 노화는 40대 초중반에 뚜렷해진다. 가장 먼저 오는 것이 노안(presbyopia)이다.



눈의 수정체는 원래 유연해서 두께를 조절하며 초점을 맞춘다. 가까운 것을 볼 때는 두꺼워지고, 먼 것을 볼 때는 얇아진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수정체가 딱딱해지고, 이 조절 능력이 떨어진다. 가까운 것에 초점을 맞추기 어려워진다. 책이나 스마트폰을 점점 멀리 들게 된다.



노안은 피할 수 없다. 아무리 시력이 좋았던 사람도 40대가 되면 노안이 온다. 돋보기나 다초점 렌즈가 필요해진다.



더 심각한 문제도 있다. 백내장(cataract)은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것이다. 80세가 되면 절반 이상이 백내장을 경험한다. 황반변성(macular degeneration)은 망막 중심부가 손상되어 시야 중앙이 흐려진다. 녹내장(glaucoma)은 시신경이 손상되어 시야가 좁아진다.



청력의 변화



청력 감소(presbycusis)도 흔하다. 65세 이상의 약 3분의 1, 75세 이상의 약 절반이 청력 감소를 겪는다.



노화성 난청의 특징은 고주파 소리부터 잘 안 들린다는 것이다. 높은 음이 먼저 희미해진다. 문제는 자음 소리—ㅅ, ㅈ, ㅊ, ㅎ 등—가 고주파라는 점이다. 모음은 들리는데 자음이 뭉개져서, 말소리는 들리지만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어려워진다.



배경 소음이 있는 환경에서 대화하기가 특히 어려워진다. 레스토랑, 파티, 여러 사람이 동시에 말하는 상황에서 특정 목소리를 골라 듣는 능력이 저하된다.



청력 감소는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화가 피곤해지고, 사람들이 많은 곳을 피하게 되고, 점점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연구에 따르면 청력 감소는 인지 기능 저하, 우울증, 치매 위험 증가와도 연관된다.



미각, 후각, 촉각



다른 감각도 변한다.



미각: 혀의 미뢰(taste bud) 수가 줄고, 남은 미뢰도 재생 속도가 느려진다. 특히 짠맛과 쓴맛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진다. 음식 맛이 심심하게 느껴져서 소금이나 설탕을 더 넣게 되는데, 이것이 건강에 좋지 않을 수 있다.



후각: 후각 수용체와 뇌의 후각 처리 영역이 노화한다. 70대가 되면 약 절반이 후각 감소를 경험한다. 후각은 미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후각 감소는 음식의 풍미를 떨어뜨린다.



촉각: 피부의 감각 수용체가 줄어들고, 신경 전달이 느려진다. 세밀한 질감 구분이 어려워지고, 온도 변화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진다. 너무 뜨거운 물에 손을 넣거나, 추위를 늦게 인식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감각과 인지의 연결



흥미로운 연구가 있다. 1994년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린덴버거(Ulman Lindenberger)와 발테스(Paul Baltes)는 70세에서 103세 노인 156명을 대상으로 감각 기능과 인지 기능의 관계를 조사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시력과 청력 두 가지 감각 기능만으로 지능 검사 점수 변량의 49%를 설명할 수 있었다. 감각 기능이 좋은 노인이 인지 기능도 좋았다.



왜 이런 연관이 있을까?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공통 원인 가설이다. 감각 기능과 인지 기능 모두 신경계 노화의 영향을 받는다. 둘 다 같은 근본 원인—뇌와 신경의 노화—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자원 경쟁 가설이다. 감각 기능이 저하되면 뇌는 감각 정보를 처리하는 데 더 많은 자원을 써야 한다. 잘 안 들리는 대화를 알아듣느라 인지 자원이 소모되면, 내용을 기억하고 이해하는 데 쓸 자원이 줄어든다.



보상과 적응



그러나 뇌는 가소성이 있다. 한 감각이 약해지면 다른 감각이나 능력으로 보상할 수 있다.



시각장애인의 청각이 예민해지는 것처럼, 노화로 한 감각이 약해지면 다른 감각에 더 의존하게 되고, 그 감각이 발달할 수 있다. 또한 경험과 맥락을 활용하여 감각 정보의 부족을 채울 수 있다. 젊은 사람은 귀에 들리는 대로 이해하지만, 노인은 문맥과 경험을 동원해 빈틈을 채운다.



보청기, 안경, 백내장 수술 같은 기술적 보조도 있다. 이런 개입이 감각 기능을 개선하면 인지 기능도 좋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청력 보조기구가 치매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도 나오고 있다.



선명도와 본질



영화 촬영에서 초점은 선택이다. 모든 것에 초점을 맞출 수 없기에, 감독은 어디에 초점을 둘지 결정한다. 배경은 흐리고 인물은 선명하게. 이 선택적 초점이 관객의 시선을 유도하고, 무엇이 중요한지 알려준다.



감각이 희미해지는 것도 일종의 초점 변화로 볼 수 있다. 세부 사항이 흐려지면 오히려 전체 그림이 보일 수 있다. 모든 것이 선명하던 시절에는 세부에 파묻혀 본질을 놓쳤을 수 있다.



물론 이것은 낭만적인 해석이다. 감각 감소는 실질적인 불편이고, 안전 문제이고, 삶의 질 저하다. 보청기를 끼고 안경을 쓰는 것은 불편하다. 대화를 알아듣지 못해 웃음에 끼지 못하는 것은 외롭다.



그러나 이 불편함 속에서도 찾을 수 있는 것이 있다. 감각이 예민하지 않아도 깊이 느낄 수 있다. 모든 음을 듣지 못해도 음악을 사랑할 수 있다. 세부를 보지 못해도 아름다움을 인식할 수 있다. 맛을 덜 느껴도 함께 먹는 사람과의 시간은 여전히 소중하다.



감각은 세상과의 접점이다. 그 접점이 부드러워지고 있다. 날카로웠던 경계가 흐려지고, 선명했던 것이 희미해진다. 그러나 접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다른 방식으로 세상과 연결되는 법을 배우고 있는 것이다.



다음 화에서는 기억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름이 떠오르지 않고, 열쇠를 어디 뒀는지 잊어버리는 그 현상의 과학적 이해와 의미를 탐구한다.






참고문헌



Lindenberger, U., & Baltes, P. B. (1994). Sensory functioning and intelligence in old age: A strong connection. *Psychology and Aging, 9*(3), 339-355.



Gates, G. A., & Mills, J. H. (2005). Presbycusis. *The Lancet, 366*(9491), 1111-1120.



Murphy, C. (2019). Olfactory and other sensory impairments in Alzheimer disease. *Nature Reviews Neurology, 15*(1), 11-24.



Livingston, G., Huntley, J., Sommerlad, A., Ames, D., Ballard, C., Banerjee, S., ... & Mukadam, N. (2020). Dementia prevention, intervention, and care: 2020 report of the Lancet Commission. *The Lancet, 396*(10248), 413-446.



Correia, C., Lopez, K. J., Wroblewski, K. E., Huisingh-Scheetz, M., Kern, D. W., Chen, R. C., ... & Bhatt, J. M. (2016). Global sensory impairment in older adults in the United States. *Journal of the American Geriatrics Society, 64*(2), 306-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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