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보내는 솔직한 신호
한때는 두 계단씩 뛰어올랐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것보다 계단이 빨랐고, 계단을 오르고도 숨이 차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한 계단씩 오르게 되었다. 난간에 손이 가고, 꼭대기에 도착하면 숨을 고르게 되었다.
변화는 서서히 왔기 때문에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모른다. 그저 어느 날 깨달았다. 몸이 예전 같지 않구나.
근육량 감소, 즉 근감소증(sarcopenia)은 노화의 가장 중요한 신체 변화 중 하나다. 30대부터 시작되어 50대 이후 가속화된다.
숫자로 보면 이렇다. 30세 이후 매년 약 0.5~1%의 근육이 줄어든다. 50대가 되면 10년마다 약 15%씩 줄어든다. 80대가 되면 젊은 시절 근육량의 절반 이하만 남을 수 있다.
근육이 줄면 단순히 힘이 약해지는 것 이상의 문제가 생긴다. 기초대사량이 낮아져 체중 관리가 어려워진다. 균형 감각이 나빠져 낙상 위험이 커진다. 포도당 대사 능력이 떨어져 당뇨 위험이 높아진다. 근육은 단순한 운동 기관이 아니라 대사 기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뼈도 변한다. 뼈는 살아있는 조직으로, 끊임없이 분해되고 재건된다. 젊을 때는 재건이 분해를 앞서서 골밀도가 유지되거나 높아진다. 그러나 30대 중반 이후로는 분해가 재건을 앞서기 시작한다.
여성은 폐경 후 에스트로겐 감소로 골 손실이 급격해진다. 폐경 후 첫 5년간 골밀도가 최대 10%까지 감소할 수 있다. 남성은 더 점진적이지만 역시 골 손실을 겪는다.
골다공증의 가장 무서운 결과는 골절이다. 특히 고관절 골절은 노인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고관절 골절 후 1년 내 사망률이 20~30%에 달한다는 연구도 있다.
2015년 《란셋》에 발표된 대규모 연구가 있다. 17개국 14만 명 이상을 4년간 추적한 이 연구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악력(grip strength)—손으로 쥐는 힘—을 측정했다. 악력은 측정하기 쉽고 비용이 들지 않는 단순한 검사다. 그런데 이 단순한 수치가 미래 건강을 강력하게 예측했다.
악력이 5kg 감소할 때마다 사망 위험이 16% 증가했다. 심혈관 질환 위험은 17% 증가했다. 심근경색 위험 9% 증가, 뇌졸중 위험 9% 증가.
더 놀라운 것은 악력이 수축기 혈압보다 사망 예측에 더 강력한 지표였다는 점이다. 혈압 측정보다 악력 측정이 미래 건강을 더 잘 예측했다.
왜 악력이 이렇게 중요할까? 악력은 전체 근력의 대리 지표이기 때문이다. 악력이 강한 사람은 전반적으로 근육량이 많고, 신체 기능이 좋고, 활동적인 생활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악력 하나로 전체적인 신체 상태를 엿볼 수 있다.
반대로, 악력이 약하다는 것은 전반적인 쇠약의 신호다. 근육량 감소, 활동량 감소, 영양 부족, 만성 질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수 있다.
신경계도 변한다. 신호 전달 속도가 느려지고, 반사 반응이 둔해진다.
반응 시간을 측정해보면, 20대에 비해 60대는 약 20~30% 느리다. 복잡한 선택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그 차이가 더 커진다. 운전 중 갑자기 튀어나온 장애물에 반응하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뜻이다.
균형 감각도 저하된다. 내이의 전정기관, 시각, 고유수용감각(몸의 위치를 느끼는 감각)이 모두 관여하는데, 이 모든 것이 노화의 영향을 받는다. 한 발로 서 있는 시간을 측정하면 나이에 따른 감소가 명확히 나타난다.
균형 감각 저하와 근력 감소, 반응 속도 저하가 결합되면 낙상 위험이 커진다. 65세 이상의 약 30%가 매년 한 번 이상 넘어지고, 그중 상당수가 부상을 입는다.
영화 장르의 변화를 생각해보자. 액션 영화의 주인공은 뛰고, 싸우고, 도망친다. 육체적 능력이 핵심이다. 그러나 나이 든 배우가 계속 액션 영화를 찍기는 어렵다. 대신 드라마로 전환한다. 드라마에서는 육체적 능력이 아니라 표정, 대사, 감정의 깊이가 중요하다.
삶도 비슷한 장르 전환을 겪는다. 젊을 때는 신체가 많은 것을 가능하게 했다. 밤새 일해도 다음 날 출근할 수 있었고, 마라톤을 뛰거나 산을 오를 수 있었다. 나이 들면서 이런 것들이 어려워진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라 '전환'이라면 어떨까. 액션에서 드라마로. 양에서 질로. 속도에서 깊이로.
물론 신체 능력의 감소는 불편하고 때로는 좌절스럽다. 하고 싶은 것을 못 하게 되는 것은 분명한 상실이다. 그러나 그 상실이 다른 가능성을 열어주기도 한다. 몸이 느려지면서 마음이 느려지고, 느려진 마음이 전에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되기도 한다.
연구에 따르면, 신체 능력 감소 속도는 생활습관에 크게 영향받는다.
규칙적인 운동, 특히 저항성 운동(근력 운동)은 근육량 감소를 상당히 늦출 수 있다. 80대 노인도 근력 운동을 시작하면 근육이 늘어난다. '나이 들면 운동해도 소용없다'는 것은 신화다.
균형 감각도 훈련할 수 있다. 태극권, 요가, 단순한 균형 운동이 낙상 위험을 줄인다. 신경계는 평생 가소성을 유지하며, 훈련에 반응한다.
영양도 중요하다. 충분한 단백질 섭취가 근육 유지에 필수적이다. 노인은 오히려 젊은이보다 더 많은 단백질이 필요할 수 있다.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이는 것도 지혜다. 통증은 무시해야 할 불편이 아니라, 몸이 보내는 메시지다. 피로는 쉬라는 신호다. 예전에는 무시하고 밀어붙였을 수 있지만, 이제는 그 신호를 존중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현명하다.
느려지는 것은 끝이 아니다. 다른 방식의 시작이다. 계단을 뛰어오르던 몸이 천천히 걷는 법을 배우고 있다. 그 걸음에도 나름의 리듬과 아름다움이 있다.
다음 화에서는 감각의 변화에 대해 알아본다. 시력, 청력, 미각이 어떻게 변하고, 우리가 세상을 지각하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탐구한다.
Leong, D. P., Teo, K. K., Rangarajan, S., Lopez-Jaramillo, P., Avezum Jr, A., Orlandini, A., ... & Yusuf, S. (2015). Prognostic value of grip strength: findings from the Prospective Urban Rural Epidemiology (PURE) study. *The Lancet, 386*(9990), 266-273.
Cruz-Jentoft, A. J., Bahat, G., Bauer, J., Boirie, Y., Bruyère, O., Cederholm, T., ... & Zamboni, M. (2019). Sarcopenia: revised European consensus on definition and diagnosis. *Age and Ageing, 48*(1), 16-31.
Studenski, S., Perera, S., Patel, K., Rosano, C., Faulkner, K., Inzitari, M., ... & Guralnik, J. (2011). Gait speed and survival in older adults. *JAMA, 305*(1), 50-58.
Wolfe, R. R. (2006). The underappreciated role of muscle in health and disease. *The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84*(3), 475-482.
Peterson, M. D., Rhea, M. R., Sen, A., & Gordon, P. M. (2010). Resistance exercise for muscular strength in older adults: A meta-analysis. *Ageing Research Reviews, 9*(3), 226-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