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감정의 성숙

나이 들수록 행복해지는 역설

by 타자


젊을 때는 사소한 일에 화가 났다. 누군가의 한마디에 며칠을 끙끙댔고, 작은 실패가 세상의 끝처럼 느껴졌다. 감정의 파도가 거셌다. 기쁨도 컸지만 슬픔도 깊었고, 분노도 격렬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뭔가 달라졌다. 예전 같으면 폭발했을 상황에서 "뭐, 그럴 수도 있지"라고 넘긴다. 불쾌한 일이 생겨도 하루쯤 지나면 잊는다. 감정의 파도가 잔잔해졌다.



이것은 체념일까, 성숙일까? 과학은 흥미로운 답을 제시한다.



노인의 역설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노인들은 젊은 사람들보다 더 높은 정서적 안녕감을 보고한다. 이것을 '노인의 역설(paradox of aging)' 또는 '행복의 역설'이라고 부른다.



신체 건강은 나빠지고, 가까운 사람을 잃고, 은퇴하고, 죽음이 다가오는데—어떻게 더 행복할 수 있을까? 논리적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그러나 여러 대규모 연구가 일관되게 이 패턴을 보여준다.



물론 모든 노인이 행복한 것은 아니다. 빈곤, 심각한 질병, 고독은 어느 나이에서든 불행을 가져온다. 그러나 같은 조건이라면, 노인이 젊은이보다 정서적으로 더 안정적이고 만족스러운 경향이 있다.



긍정편향 효과



스탠포드 대학의 로라 카스텐슨(Laura Carstensen)과 마라 매더(Mara Mather)는 2005년 흥미로운 현상을 발표했다. '긍정편향 효과(positivity effect)'다.



연구자들은 젊은 성인과 노인에게 긍정적, 부정적, 중립적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얼마 후 어떤 이미지를 기억하는지 확인했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젊은 사람들은 부정적 이미지를 더 잘 기억했다. 이것은 진화적으로 말이 된다. 위협을 기억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인들은 달랐다. 부정적 이미지보다 긍정적 이미지를 더 잘 기억했다.



시선 추적 연구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나왔다. 노인들은 부정적 이미지에 덜 주목했다. 화난 얼굴보다 웃는 얼굴에 시선이 더 오래 머물렀다.



뇌 영상 연구는 신경학적 증거를 제공했다. 편도체—감정, 특히 부정적 감정 처리에 핵심적인 뇌 구조—가 노인에서 부정적 자극에 덜 반응했다. 뇌 자체가 부정적인 것을 덜 처리하도록 변한 것이다.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날까



카스텐슨의 설명은 이렇다. 시간 지평선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젊을 때는 앞에 시간이 많다고 느낀다. 그래서 미래를 위해 투자한다. 정보를 수집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네트워크를 확장한다. 부정적인 정보도 미래에 유용할 수 있으므로 주의를 기울인다.



그러나 시간이 제한되어 있다고 느끼면 목표가 달라진다. 정보 수집보다 감정적 만족이 중요해진다. 불쾌한 것에 에너지를 쓰기보다 좋은 것에 집중하고 싶어진다. 부정적인 것을 피하고 긍정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이 합리적 전략이 된다.



이것은 포기나 체념이 아니다. 적극적인 선택이다. 남은 시간을 어떻게 쓸지에 대한 현명한 재조정이다.



감정 조절 능력의 향상



노인들은 감정 조절에도 더 능숙해진다. 여러 연구가 이를 뒷받침한다.



감정적 상황에서 노인들은 젊은이보다 덜 극단적으로 반응한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회복이 더 빠르다. 갈등 상황에서 파괴적 대응보다 건설적 대응을 더 많이 한다.



왜 그럴까? 수십 년간 감정을 다뤄온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이 일시적이고 어떤 상황이 심각한지 구분할 줄 안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한 발 물러서서 보는 능력이 발달했다.



또한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관점이 달라졌다. 젊을 때는 중요하게 느껴졌던 것들—직장에서의 체면, 사소한 갈등, 외적 성취—이 덜 중요해졌다. 진짜 중요한 것에 에너지를 집중하면, 사소한 것에 감정이 소모되지 않는다.



좋은 편집자의 눈



영화 편집자는 어떤 장면을 남길지 결정한다. 경험 많은 편집자는 무엇이 관객의 감정을 움직이는지 안다. 불필요하게 불쾌하거나 혼란스러운 장면은 과감히 자른다. 관객 경험을 최적화하기 위해서다.



노년의 뇌도 비슷한 편집을 하는 것 같다. 부정적인 것에 덜 주목하고, 긍정적인 것에 더 집중한다. 이것이 의식적 선택인지 자동적 과정인지는 불분명하지만, 결과는 분명하다. 전반적인 정서적 경험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조정된다.



물론 이것이 현실 도피나 부정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노인들은 현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부정적인 것을 인식은 하되, 거기에 매몰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회피가 아니라 균형이다.



감정의 복잡성



또 하나 흥미로운 발견이 있다. 노인들은 복잡한 감정 상태, 즉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을 동시에 경험하는 능력이 더 발달한다.



젊을 때는 감정이 이분법적인 경향이 있다. 기쁘거나 슬프거나. 그러나 나이가 들면 "슬프지만 감사하다", "아쉽지만 괜찮다" 같은 양가적 감정을 더 자연스럽게 느낀다.



이것은 삶의 복잡성을 받아들이는 것이기도 하다. 삶은 단순히 좋거나 나쁘지 않다. 모든 것에 빛과 그림자가 있다. 이러한 복잡성을 받아들이는 능력이 성숙의 한 지표일 수 있다.



노년의 평온함



많은 문화권에서 노인은 지혜롭고 평온한 존재로 묘사된다. 이것이 단순한 신화가 아니라 심리학적 현실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



노년의 평온함은 체념이 아니다. 삶의 유한성을 인식하고, 그 유한한 시간을 현명하게 사용하려는 적극적 선택의 결과다. 중요하지 않은 것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중요한 것—관계, 의미, 현재의 경험—에 집중하는 것이다.



물론 모든 노인이 평온한 것은 아니다. 우울, 불안, 분노에 시달리는 노인도 많다. 긍정편향과 감정 조절 능력의 향상은 경향성이지 보장이 아니다. 개인차가 크고, 삶의 환경이 중요하다.



그러나 노화가 반드시 정서적 쇠퇴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은 희망적인 메시지다. 어쩌면 노화의 한 가지 선물은 감정의 성숙, 감정적 지혜일 수 있다.



젊은 날의 나에게



지금의 당신이 젊은 날의 당신에게 편지를 쓴다면 뭐라고 할까.



"그 일, 그렇게 화낼 일 아니었어."


"그 실패, 생각만큼 중요하지 않았어."


"그 걱정, 대부분 일어나지 않았어."



이것은 과거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당시에는 정말 그랬다. 그러나 지금 돌아보면 달리 보인다. 시간이 관점을 준 것이다.



노화가 주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관점이다. 감정의 폭풍 속에서 한 발 물러나 볼 수 있는 거리.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눈. 불쾌한 것에 매몰되지 않고 좋은 것을 선택하는 능력.



젊음의 감정적 강렬함은 그 나름의 가치가 있다. 그러나 노년의 감정적 지혜도 가치가 있다. 둘 다 삶의 일부이고, 둘 다 인간 경험의 풍요로움을 구성한다.



다음 화에서는 관계의 변화에 대해 알아본다. 왜 나이가 들면서 친구가 줄어드는지, 그리고 그것이 꼭 나쁜 것인지 탐구한다.






참고문헌



Mather, M., & Carstensen, L. L. (2005). Aging and motivated cognition: The positivity effect in attention and memory.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9*(10), 496-502.



Carstensen, L. L., & Mikels, J. A. (2005). At the intersection of emotion and cognition: Aging and the positivity effect.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 14*(3), 117-121.



Reed, A. E., Chan, L., & Mikels, J. A. (2014). Meta-analysis of the age-related positivity effect: Age differences in preferences for positive over negative information. *Psychology and Aging, 29*(1), 1-15.



Charles, S. T., & Carstensen, L. L. (2010). Social and emotional aging. *Annual Review of Psychology, 61*, 383-409.



Urry, H. L., & Gross, J. J. (2010). Emotion regulation in older age.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 19*(6), 35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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