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다 깊이를 선택하는 시간
대학 시절 친구가 수십 명이었다. 술자리에 부르면 금방 한 테이블이 찼고, 주말마다 누군가와 만났다. SNS 친구는 수백 명이었고, 연락처는 더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정기적으로 연락하는 친구가 손에 꼽는다. 모임에 나가면 아는 얼굴이 줄었고,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이 부담스럽다. 사회적 네트워크가 줄어들었다.
이것은 외로움의 시작일까, 아니면 다른 무엇일까?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네트워크의 크기는 젊은 시절에 정점을 찍고 이후 감소한다. 20대에 가장 넓었던 교우 관계가 나이가 들수록 줄어든다. 이것은 여러 문화권에서 일관되게 관찰되는 현상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상실이다. 친구가 줄고, 사회 활동이 줄고, 외로워지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노년의 고독은 심각한 문제다. 사회적 고립은 건강에 나쁘고, 우울증과 인지 저하의 위험 요인이다.
그러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스탠포드 대학의 로라 카스텐슨이 제안한 '사회정서적 선택이론(Socioemotional Selectivity Theory)'은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카스텐슨의 핵심 통찰은 이것이다. 우리의 사회적 목표는 인지된 시간 지평선에 따라 달라진다.
시간이 무한하다고 느끼면(젊을 때), 우리는 미래 지향적 목표를 추구한다. 새로운 정보를 얻고,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한다. 지금 당장 감정적으로 만족스럽지 않아도, 미래에 유용할 수 있는 관계를 유지한다. 불편한 상사, 시시한 동료, 피상적인 지인들과도 관계를 맺는다.
그러나 시간이 제한되어 있다고 느끼면(나이 들면), 목표가 달라진다. 미래를 위한 투자보다 현재의 감정적 만족이 중요해진다. 새로운 정보나 확장보다 의미 있는 연결을 원한다. 감정적으로 보상이 없는 관계는 정리하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집중한다.
결과적으로 사회적 네트워크는 작아지지만, 남은 관계의 질은 유지되거나 향상된다. 친구 수는 줄지만, 친밀한 관계의 수는 유지된다. 양은 줄고 깊이는 유지되거나 깊어진다.
카스텐슨 팀은 이 이론을 여러 방식으로 검증했다.
한 실험에서 참가자들에게 "30분의 자유 시간이 생겼다면, 다음 중 누구와 보내겠습니까?"라고 물었다. 선택지는 가까운 가족, 최근 알게 된 공통 관심사를 가진 사람, 유명 작가 등이었다.
젊은 사람들은 새로운 사람(공통 관심사를 가진 새 지인, 유명 작가)을 더 많이 선택했다. 노인들은 가까운 가족을 더 많이 선택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변형 실험이 있었다. 젊은 사람들에게 "곧 다른 도시로 이사 가서 다시는 이곳 사람들을 못 볼 것이다"라고 상상하게 했다. 그러자 젊은 사람들도 노인과 비슷한 선택을 했다. 가까운 가족을 선택한 비율이 높아졌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HIV 양성인 젊은 남성들을 조사했다. 이들은 자신의 시간이 제한되어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이들의 사회적 선호는 건강한 젊은이보다 노인에 더 가까웠다.
반대 방향의 실험도 있었다. 노인들에게 "의학이 발전하여 20년을 더 건강하게 살 수 있게 되었다"고 상상하게 했다. 그러자 노인들도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에 더 관심을 보였다.
이 실험들은 관계 축소가 나이 자체 때문이 아니라, 시간에 대한 인식 때문임을 보여준다. 시간이 제한되어 있다고 느끼면 누구나 의미 있는 관계에 집중한다.
영화에서 인물이 너무 많으면 관객이 혼란스럽다. 좋은 편집은 불필요한 인물을 정리하여 주인공과 핵심 관계에 집중한다. 배경에 스쳐가는 수많은 엑스트라보다, 주인공과 깊이 얽힌 소수의 캐릭터가 영화를 풍성하게 만든다.
삶의 관계도 비슷하지 않을까. 젊을 때는 엑스트라가 많다. 파티에서 스치는 사람, 회사에서 마주치는 사람, SNS에서 연결된 사람. 나이 들면서 엑스트라가 정리되고, 주연과 조연이 선명해진다.
이것을 상실로 볼 수도 있고, 정제로 볼 수도 있다. 수백 명의 피상적 관계가 수십 명의 의미 있는 관계로 농축되었다면, 그것은 단순한 축소가 아니라 선택이다.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양보다 질이다. 수백 명의 SNS 친구보다 몇 명의 진정한 친구가 건강과 행복에 더 중요하다.
하버드 성인발달연구(다음 화에서 자세히 다룬다)의 75년 추적 결과가 이를 보여준다. 행복하고 건강한 노년의 가장 강력한 예측 요인은 50대에 가까운 관계의 질이었다. 재산, 명성, 심지어 건강 상태보다 관계가 더 중요했다.
외로움은 해롭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해로운 것은 아니다. 의미 있는 연결이 있는 사람은 혼자 있는 시간도 평온하게 보낼 수 있다. 반면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 있어도 깊은 연결이 없으면 외로울 수 있다.
사회정서적 선택이론이 시사하는 것은, 관계 축소가 수동적 상실이 아니라 능동적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미 없는 의무적 만남을 줄인다. 감정적으로 소모되는 관계를 정리한다. 대신 진정으로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을 늘린다. 깊이 있는 대화, 함께하는 경험, 서로에 대한 관심.
물론 이것이 사회적 고립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너무 줄어든 관계, 진정한 연결이 없는 상태는 해롭다. 핵심은 양과 질 사이의 균형이다. 최소한의 의미 있는 관계는 유지하면서, 불필요한 관계는 정리하는 것.
나이가 들면서 친구가 줄었다고 슬퍼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질문은 "친구가 몇 명인가"가 아니라 "진정으로 연결된 사람이 있는가"이다.
100명의 아는 사람보다 5명의 진짜 친구가 낫다. 매주 만나는 피상적 모임보다 가끔 만나도 깊이 나누는 관계가 낫다. 양보다 깊이, 넓이보다 강도.
나이 듦이 가져다주는 것 중 하나는 이 선택의 지혜일 수 있다.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 누구와의 시간이 소중하고 누구와의 시간이 낭비인지. 젊을 때는 몰랐거나 신경 쓰지 않았던 것들을, 시간이 제한되어 있음을 아는 지금은 분명히 안다.
적은 관계가 더 깊은 연결을 의미할 수 있다. 그것이 관계의 정제다.
다음 화에서는 시간의 역설에 대해 이야기한다. 남은 시간이 짧을수록 왜 현재가 더 충만해지는지, 75년간의 하버드 연구가 알려주는 행복의 비밀을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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