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시간이 짧을수록 현재가 깊어진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
이 도시를 마지막으로 방문한다고 생각하면, 거리 풍경이 다르게 보인다. 이 사람을 마지막으로 만난다고 생각하면, 대화 한마디가 소중해진다. 마지막 벚꽃, 마지막 크리스마스, 마지막 여름. '마지막'이라는 인식이 평범한 것을 비범하게 만든다.
역설적으로, 시간이 제한되어 있음을 아는 것이 시간을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
1938년, 하버드 대학에서 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당시 대학생이던 268명의 남성을 추적하기 시작한 것이다. 동시에 보스턴 빈민가의 청소년 456명도 추적 대상이 되었다. 이것이 '하버드 성인발달연구(Harvard Study of Adult Development)'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성인 발달 연구. 참가자들이 청년에서 중년으로, 중년에서 노년으로 나이 들어가는 것을 75년 이상 추적했다. 지금은 그들의 배우자와 자녀(2세대)까지 연구에 포함되었다.
연구 책임자였던 조지 베일런트(George Vaillant), 그리고 현재 책임자인 로버트 월딩거(Robert Waldinger)가 수십 년간의 데이터에서 찾아낸 결론은 무엇이었을까?
월딩거는 2015년 TED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75년간의 연구가 우리에게 알려준 것은 명확합니다. 좋은 관계가 우리를 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돈이 아니었다.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적 안정 후에, 더 많은 돈은 더 많은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았다.
명성이 아니었다. 성공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행복의 큰 차이가 없었다.
건강도 완전한 답이 아니었다. 물론 건강은 중요했지만, 객관적 건강 상태보다 "당신은 행복합니까?"라는 주관적 질문에 대한 답이 미래 건강을 더 잘 예측했다.
가장 강력한 예측 요인은 관계였다. 50대에 관계에 만족한 사람이 80대에 가장 건강했다. 은퇴 후 가장 행복한 사람은 은퇴 전에 일 동료를 진정한 친구로 만든 사람이었다.
연구가 강조한 것은 관계의 '질'이었다.
외로움은 해로웠다. 외로운 사람은 중년부터 건강이 더 빠르게 나빠졌고, 뇌 기능이 더 일찍 저하되었고, 수명이 짧았다. 외로움의 해로움은 흡연이나 알코올 남용에 필적했다.
그러나 관계의 수가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갈등이 심한 결혼 생활은 혼자 사는 것보다 나쁠 수 있었다. 파티에서 수다 떨 친구가 많아도, 진정으로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없으면 외로웠다.
중요한 것은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확신, 서로를 진정으로 아는 관계였다. 단 한 명이라도 이런 관계가 있으면 충분했다.
하버드 연구 참가자들을 노년까지 추적하면서 연구자들이 관찰한 것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특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인식할수록, 사람들은 현재에 더 집중했다.
미래를 위한 계획보다 지금의 관계를 가꾸는 데 시간을 썼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기보다 이미 가진 것을 음미했다. 성취보다 경험을, 소유보다 연결을 중시했다.
이것이 시간의 역설이다. 시간이 무한하다고 느끼면 시간을 낭비한다. "나중에 하지 뭐", "언젠가는 하겠지". 시간이 제한되어 있음을 알면 시간이 소중해진다. 지금 이 순간, 지금 이 사람, 지금 이 경험.
영화의 마지막 30분을 생각해보자. 모든 것이 수렴한다. 플롯의 가닥들이 모이고, 캐릭터들의 여정이 결론을 향해 간다. 관객은 긴장하고, 매 장면에 집중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기 때문이다.
반면 영화 초반에는 여유가 있다. "아직 많이 남았으니까." 이 여유가 때로는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삶도 마찬가지다. 젊을 때는 시간이 무한하다고 느껴서, 각 순간의 무게를 덜 느낀다. "언제든 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인식하면, 매 순간이 무거워진다. 마지막 장면을 대하듯 현재를 대하게 된다.
베일런트는 말했다. "노년에 중요한 것은 당신이 무엇을 이루었는가가 아니라, 당신이 누구를 사랑했고 누가 당신을 사랑했는가입니다."
하버드 연구가 밝힌 또 하나의 요소는 감사(gratitude)였다.
행복한 노인들은 가진 것에 감사하는 경향이 있었다. 없는 것에 대한 불평보다 있는 것에 대한 감사가 더 많았다. 이것이 원인인지 결과인지는 불분명하지만, 관련성은 분명했다.
감사는 현재에 대한 주의 집중이다. 미래의 걱정, 과거의 후회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을 인식하고 가치 있게 여기는 것. 시간이 제한되어 있음을 아는 것이 이러한 감사를 자연스럽게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언제든 다시 올 수 있다"고 생각하면 눈앞의 풍경이 평범해진다. "이게 마지막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같은 풍경이 빛난다.
시간의 역설이 주는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우리는 종종 불멸을 꿈꾼다. 더 많은 시간, 무한한 시간. 그러나 무한한 시간은 역설적으로 시간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 "언제든 할 수 있다"는 것은 "지금 할 필요가 없다"로 이어진다.
유한함이 가치를 만든다. 희소성이 소중함을 만든다. 끝이 있기 때문에 중간이 의미를 갖는다.
노화는 이 유한함을 상기시킨다. 몸이 변하고, 시간이 빨리 가고, 가까운 사람을 잃는다. 이 모든 것이 아프다. 그러나 이 아픔이 주는 것도 있다.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다.
하버드 연구의 75년이 알려주는 것은 결국 이것이다. 행복은 성취가 아니라 연결에 있다. 미래가 아니라 현재에 있다. 많이 가지는 것이 아니라 깊이 경험하는 것에 있다.
끝이 있기에 지금이 빛난다. 이것이 시간의 역설이자, 삶의 역설이다.
다음 화에서는 '편집의 미학'에 대해 더 깊이 들어간다. 좋은 장면도 과감히 잘라내는 용기, 덜어냄으로 완성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Vaillant, G. E. (2002). *Aging Well: Surprising Guideposts to a Happier Life from the Landmark Harvard Study of Adult Development*. Little, Brown and Company.
Waldinger, R. J., & Schulz, M. S. (2010). What's love got to do with it? Social functioning, perceived health, and daily happiness in married octogenarians. *Psychology and Aging, 25*(2), 422-431.
Mineo, L. (2017). Good genes are nice, but joy is better. *Harvard Gazette*.
Waldinger, R. J., Cohen, S., Schulz, M. S., & Crowell, J. A. (2015). Security of attachment to spouses in late life: Concurrent and prospective links with cognitive and emotional well-being. *Clinical Psychological Science, 3*(4), 516-529.
Vaillant, G. E. (2012). *Triumphs of Experience: The Men of the Harvard Grant Study*. Harvard University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