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어냄으로 완성되는 것들
영화 편집실에서 가장 어려운 순간이 언제인지 아는가. 기술적으로 복잡한 장면을 붙일 때가 아니다. 아름답게 찍힌 장면, 배우의 명연기가 담긴 장면, 수백만 원을 들여 찍은 장면을 잘라내야 할 때다.
감독은 괴롭다. "이 장면이 얼마나 좋은데..." 그러나 좋은 편집자는 안다. 개별 장면이 아무리 좋아도, 전체 영화에 맞지 않으면 잘라내야 한다고. 좋은 장면을 과감히 자르는 것이 좋은 영화를 만든다.
노화도 이와 비슷한 편집 과정이 아닐까.
아르투르 루빈스타인(Arthur Rubinstein)은 20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다. 그는 89세까지 연주 활동을 했다. 어떻게 80대까지 세계 정상급 연주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
발달심리학자 폴 발테스(Paul Baltes)는 루빈스타인을 인터뷰하면서 그의 비결을 발견했다.
첫째, 선택(Selection). 루빈스타인은 레퍼토리를 대폭 줄였다. 젊은 시절에는 수백 곡을 연주했지만, 노년에는 소수의 곡에 집중했다. 연주할 곡을 엄격하게 선택한 것이다.
둘째, 최적화(Optimization). 선택한 곡들은 더 많이, 더 깊이 연습했다. 줄어든 레퍼토리에 모든 자원을 집중 투자했다.
셋째, 보상(Compensation). 손가락 속도가 느려진 것을 보상하기 위해 기발한 전략을 썼다. 빠른 악장을 연주하기 전에 의도적으로 더 느리게 연주했다. 그러면 상대적으로 빠른 악장이 더 빠르게 느껴진다. 청중은 실제 속도가 아니라 대비를 통해 속도를 인식하기 때문이다.
발테스는 이것을 'SOC 모델'이라 불렀다. Selection, Optimization, Compensation의 약자다. 노화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는 전략이다.
SOC 모델의 핵심은 이것이다. 모든 것을 유지하려 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을 선택하고, 거기에 집중하고, 상실된 부분은 다른 방식으로 보상한다.
이것은 체념이 아니다. 적극적인 전략이다. 자원이 제한되어 있을 때 그것을 현명하게 배분하는 방법이다.
젊을 때는 자원이 풍부하다. 에너지, 시간, 회복력. 여러 방향으로 에너지를 분산시켜도 된다.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해도 된다.
나이 들면 자원이 줄어든다. 에너지가 예전 같지 않다. 회복에 시간이 더 걸린다. 한 번에 여러 가지를 하기 어렵다. 이때 필요한 것이 선택이다. 무엇에 집중하고 무엇을 내려놓을지 결정하는 것.
루빈스타인이 연주곡 수를 줄인 것은 포기가 아니었다. 남은 곡을 더 완벽하게 연주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좋은 장면을 자르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이게 얼마나 좋은데", "여기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데"라는 미련이 발목을 잡는다.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좋아하던 활동, 즐기던 취미, 자랑스러워하던 능력. 이것들을 내려놓기란 쉽지 않다.
한때 마라톤을 뛰던 사람이 이제 걷기만 한다. 한때 밤새 일하던 사람이 이제 저녁에 쉰다. 한때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하던 사람이 이제 하나에 집중한다. 이것을 실패로 볼 수도 있고, 현명한 재조정으로 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위해 덜어내느냐다. 아무것도 안 하기 위해 내려놓는 것과, 더 중요한 것에 집중하기 위해 내려놓는 것은 다르다.
젊을 때는 "다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시간도, 에너지도 무한할 것 같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서 현실과 마주한다. 모든 것을 할 수 없다. 모든 곳에 갈 수 없다. 모든 사람을 만날 수 없다.
이 인정이 괴로울 수도 있지만, 해방이 될 수도 있다. "다 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면 "진짜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다.
노화는 이 인정을 강제한다. 몸이 "다 할 수 없다"고 말해준다. 이것을 비극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루빈스타인은 모든 곡을 연주할 수 없었다. 그 인정이 있었기에 남은 곡을 최고로 연주할 수 있었다.
경험 많은 영화 편집자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좋은 장면을 자르는 것"에 익숙하다는 것. 개별 장면의 품질이 아니라 전체 영화의 완성도를 본다.
초보 편집자는 좋은 장면을 버리지 못한다. 모든 좋은 것을 넣으려 한다. 결과는 길고 산만한 영화다.
베테랑 편집자는 과감하다. "이 장면 좋아요, 근데 필요 없어요." 전체를 위해 부분을 희생할 줄 안다.
삶의 편집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젊을 때는 모든 것을 넣으려 한다. 모든 기회, 모든 경험, 모든 관계. 나이 들면서 배우는 것은 "좋은 것도 자를 수 있다"는 것. 더 중요한 것을 위해.
SOC 모델의 연구에 따르면, 이 전략을 잘 사용하는 노인이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삶의 만족도가 높다.
선택은 포기가 아니다. 집중이다.
최적화는 후퇴가 아니다. 심화다.
보상은 속임수가 아니다. 적응이다.
노화를 "하던 것을 못 하게 되는 과정"으로만 본다면 우울해진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과정"으로 본다면 달라진다.
루빈스타인은 80대에도 청중을 감동시켰다. 손가락이 젊을 때만큼 빠르지 않았지만, 음악적 깊이는 어느 때보다 깊었다. 덜어냈기 때문에 남은 것이 더 빛났다.
최고의 장면도 전체를 위해 희생될 수 있다. 이것을 아는 것이 편집자의 지혜이고, 이것을 삶에 적용하는 것이 노화의 지혜다.
다음 화에서는 유한성의 의미에 대해 더 깊이 탐구한다. 왜 끝이 있어야 의미가 생기는지, 러닝타임의 철학을 이야기한다.
Baltes, P. B., & Baltes, M. M. (1990). Psychological perspectives on successful aging: The model of selective optimization with compensation. In P. B. Baltes & M. M. Baltes (Eds.), *Successful aging: Perspectives from the behavioral sciences* (pp. 1-34). Cambridge University Press.
Freund, A. M., & Baltes, P. B. (1998). Selection, optimization, and compensation as strategies of life management: Correlations with subjective indicators of successful aging. *Psychology and Aging, 13*(4), 531-543.
Baltes, P. B. (1997). On the incomplete architecture of human ontogeny: Selection, optimization, and compensation as foundation of developmental theory. *American Psychologist, 52*(4), 366-380.
Freund, A. M., & Baltes, P. B. (2002). Life-management strategies of selection, optimization and compensation: Measurement by self-report and construct validity.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2*(4), 642-662.
Riediger, M., Li, S. C., & Lindenberger, U. (2006). Selection, optimization, and compensation as developmental mechanisms of adaptive resource allocation: Review and preview. *Handbook of the Psychology of Aging, 6*, 289-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