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로쓰기 연구가 가지는 타당성에 대한 의문.
몇 년 전부터 유행처럼 세로쓰기에 관한 연구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물론 비교적 최근에는 꽤 잠잠해졌지만, 아마도 시작은 정음(언문)이 세로쓰기 방식으로 설계되었고 실제로 한글은 훈민정음 반포 이후 오랫동안 세로쓰기를 기본으로 발달해 왔다는 점, 그리고 이러한 정음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한글 체계는 광복 이후 로마자의 영향 아래 가로쓰기의 합리성을 받아들이며 가로쓰기 중심으로 재편되었기 때문에 구조적 한계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이런 점에서 가로쓰기에 관한 역사적, 구조적 비판은 꽤 타당하다고 본다. 
다만 문제는 그 비판에 구조보다는 역사와 정치가 너무 많이 섞여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판단으로 한글은 조합꼴의 형태를 취하고 있어 그 모양이 결코 단순하다고 볼 수 없다. 특히나 세로형의 조합을 네모꼴에 넣을 때 그 문제가 두드러진다. 그렇기에 가독의 문제, 판독의 문제가 분명히 존재하며, 좀 더 비약하면 현재 읽기가 외면당하는 문제까지 연결 지을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꽤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노안에 대한 한글의 현재 읽기 문제도 포함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세로쓰기는 좋은 대안이 될 수도 있다. 또한 형태에서 해결하기 어렵다면 방식을 바꾸는 게 나쁘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내가 묻고 싶은 건 가로쓰기마저 제대로 쓰고 있는가 하는 문제다.
우리나라에서 한글을 제대로 연구한 기간은 비교적 굉장히 짧다. 심지어 한글은 영어에 밀려 촌스럽다는 관념이 꽤 오랜 기간 자리 잡았고 다시 한글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개인적인 소견으론 20년이 채 되지 않았다. 이렇게 형태와 쓰기에 대한 충분한 연구가 축적되지 않은 상태에서 세로쓰기의 등장은 별로 좋아 보이진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가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한글 가로쓰기 질서 자체도 생각보다 오래된 방식이 아닌 비교적 최근에 정착한 체계이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1988년 창간 때부터 전면 가로쓰기를 택했고, 이후 주요 일간지들이 빠르게 전환했으며, 1999년 조선일보의 전면 전환을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의 공식적인 인쇄물에서 한글 세로쓰기는 사실상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또 2015년 개정된 문장 부호 규정은 가로쓰기를 기준으로 용법을 정비하면서 세로쓰기용 부호였던 고리점과 모점을 제외했다. 이런 점을 보면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한국어의 규범과 편집 질서 자체도 아직 아주 오래 축적된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세로쓰기 연구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어떤 시대적 배경이 있는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무엇인가가 충분한 깊이를 가지기 전에 너무 쉽게 뒤집어 버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세로쓰기에 관한 연구도 물론 중요하지만, 아직은 세로쓰기를 말하기에 앞서 가로쓰기부터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더 깊은 연구가 축적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개인적인 의견이다. 가로쓰기의 한계와 한글 구조의 단점에 대한 충분한 연구가 선행된 뒤에야, 세로쓰기는 비로소 하나의 대안으로써 더 큰 타당성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