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악과 사건과 인간의 구조적 모순

선악과 사건과 자아, 그리고 사랑

by 김준영

아담을 지으신 것은 인간의 시작이었고, 하와를 지으신 것은 가정의 시작이었다. 그러므로 에덴에서 일어난 일은 한 사람의 실수로만 볼 수 없다. 그것은 최초의 인간 안에서 일어난 일이었고, 동시에 최초의 가정 안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인간에게는 자유와 자유의지가 주어졌다. 생각하고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지어졌으며, 선악과는 그 자유가 실제였음을 보여준다. 순종할 수도, 거절할 수도 있었다. 그러므로 선악과 사건의 핵심은 금지된 열매를 먹었다는 데만 있지 않다. 자유를 가진 존재가 무엇을 택했는가에 있다.


이 사건은 최초의 가정 안에서 일어난 첫 범죄였다. 아담의 죄는 한 사람의 죄로 끝나지 않았고, 가정 전체를 흔들었다. 그래서 선악과 사건은 개인의 일탈이면서 동시에 관계의 붕괴라고 보아야 한다. 인간과 가정은 여기서 함께 무너졌다.


그러나 선악과 사건이 남긴 것은 바깥의 결과만이 아니었다. 인간 안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그전까지는 하나님 안에서 세계와 함께 놓여 있었으나, 그 이후에는 자기 자신을 하나의 중심으로 의식하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자아가 깨어났다. 나와 하나님, 나와 타인, 나와 세계가 갈라진 것도 이때부터다.


문제는 자아가 깨어났다는 사실 하나만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인간이 그 자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자신을 의식할 수는 있지만, 자신이 무엇인지는 끝내 알 수 없다. 그래서 자아의 탄생은 곧 혼란의 시작이 된다. 나는 누구인가. 인간은 무엇인가. 왜 나는 세계와 분리되어 있는가. 왜 나는 나 자신조차 끝내 알지 못하는가. 이 질문은 모두 여기서부터 나온다.


완전한 이해와 무로부터의 창조는 신에게만 있다. 인간은 처음부터 그런 존재로 지어진 것이 아니었다. 인간에게 주어진 것은 이미 허락된 세계를 받아들이고, 보고, 이름 붙이고, 다시 읽고, 다시 엮는 능력이었다. 다시 말해 인간은 이해와 창조보다 해석과 재해석에 더 가까운 존재로 지어졌다.


선악과 이후 달라진 것도 바로 여기였다. 본성이 바뀐 것이 아니라, 해석의 방향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자아가 깨어난 뒤에는 하나님 안에서 세계를 받아들이기보다, 자신을 중심으로 세계를 읽기 시작했다. 그래서 인간 안에 혼란이 들어왔고, 자신과 세계를 끝내 온전히 붙잡지 못하게 되었다.


또 인간이 창조 혹은 창의라 부르는 일도 다시 보아야 한다. 신의 창조는 무로부터 존재를 세우는 일이지만, 인간의 창조는 이미 주어진 것을 바탕으로 다시 읽고 다시 엮는 일에 가깝다. 예술이나 언어, 철학, 문학 같은 행위들도 모두 그 연장선 위에 있다. 따라서 인간의 창조는 창조라기보다 재해석에 가깝다. 그렇기에 인간은 스스로를 구원할 만큼 완전한 존재가 아니며, 자기 안에 생긴 갈라짐조차 스스로 되돌릴 수 없다.


그렇다면 자아를 가진 불완전한 존재에게 남은 길은 무엇인가. 여기서 사랑의 개념이 등장한다. 사랑은 감정의 권면이 아니다. 자아 이후의 인간에게 주어진 메타 코드다. 선악과 이후 인간은 자신을 중심에 두게 되었고, 그 결과 하나님과 타인과 세계로부터 갈라졌다. 그러나 인간은 그 갈라짐을 스스로 되돌릴 수 없다. 이해의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은 단순한 권면이 아니다. 사랑은 자아를 없애지 않고, 갈라짐도 지우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까지 안은 채 다시 묶는다. 이해하지 못해도 품게 하고, 다 알지 못해도 관계 안에 머물게 한다. 그런 뜻에서 사랑은 자아를 가진 불완전한 존재가 다시 하나님과 이어질 수 있게 하는 새로운 길이다.


정리하면 선악과 사건을 단순한 불순종의 사건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되며, 그 사건이 낳은 인간의 모순이 무엇인지, 또 그 모순을 안은 채 다시 묶기 위해 왜 사랑이라는 개념이 주어졌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사랑은 단순한 권면이나 감정이 아니라, 자아 이후의 인간을 다시 묶기 위해 주어진 메타 코드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랑의 의미를 바로 이해하는 일은 부차적인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자기모순을 넘어 다시 신과 이어지기 위해 반드시 붙잡아야 할 가장 중요한 열쇠이자 핵심 개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