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적 글자 높이 비교를 통한 한글 행간 분석
타이포그래피에서 글줄과 글줄 사이의 공간을 조정하는 일을 행간 혹은 글줄 사이 공간을 조절한다고 한다. 행간은 단순한 빈칸이 아니라 줄과 줄을 나누고, 읽기의 속도와 리듬을 조절하며, 문단을 하나의 덩어리로 묶어 문단의 존재감을 결정하는 공간이다. 조판에서는 보통 한 줄의 기준선에서 다음 줄의 기준선까지의 거리로 이해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눈으로 느끼는 행간은 그보다 더 복합적이다. 글자의 높이, 획의 돌출, 글자의 속공간, 줄의 길이, 문단의 밀도가 함께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행간은 수치이면서도 동시에 시각적 판단의 대상이 된다. 
행간은 읽기의 역사와 함께 발전해 왔다. 필사와 초기 인쇄의 단계에서 이미 글줄 사이의 간격은 중요한 조건이었다. 영어의 leading이라는 말은 금속활자 조판에서 나왔다. 조판사는 글줄 사이에 실제로 납 조각을 끼워 넣어 간격을 벌렸다. 활자를 바짝 붙여 짜면 글줄이 시각적으로 엉기고, 반대로 지나치게 벌리면 문장의 흐름이 끊겼다. 그래서 행간은 장식이 아니라, 글줄을 구분하고 읽기를 안정시키는 물리적 장치였다. 오늘날에도 leading을 한 줄의 기준선에서 다음 줄 기준선까지의 거리로 이해하는 이유는 이 조판 관행이 그대로 개념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19세기말과 20세기 초에 기계조판과 핫메탈 조판이 퍼지면서 조판 방식은 크게 바뀌었다. 손으로 활자를 한 자씩 짜던 단계에서, 기계가 활자나 줄 전체를 주조하는 단계로 넘어간 것이다. 이 시기의 행간은 여전히 물리적이었지만, 표준화된 선택값으로 다뤄지기 시작했다. 
사진식자 시대에서는 더 이상 납 조각을 사용하지 않았다. 줄 간격은 빛과 필름, 장치의 설정값으로 옮겨 갔다. 손으로 간격 재료를 넣던 자리에 기계적 설정이 들어선 것이다. 행간은 물리적 간격에서 광학적 간격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디지털 조판에서는 이 설정이 프로그램의 기본값으로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Adobe InDesign은 자동 행간을 활자 크기의 120%로 한다. 지금의 행간은 더 이상 납 조각이 아니라 숫자다. 그러나 글줄을 분리하고 읽기의 리듬을 만드는 조건이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았다. 형태만 바뀌었을 뿐, 행간이 맡는 역할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오늘날의 행간을 볼 때는 기준이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다. 조판 프로그램은 기본값을 제시하고, 웹 접근성 문서는 최소 조건을 제시한다. WCAG는 줄 간격을 최소 1.5배까지 늘려도 콘텐츠와 기능 손실이 없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 1.5는 가장 아름다운 행간 비율을 뜻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읽기 가능한 최소 조건에 가깝다. 그러니 프로그램의 기본값과 접근성 기준을 같은 층위에서 다루면 안 된다. 하나는 조판의 출발값이고, 다른 하나는 읽기의 하한선이다. 
여기까지 보면 행간은 한 번도 단순한 빈칸이었던 적이 없다. 처음에는 물리적 장치였고, 이후에는 광학적 설정이 되었으며, 지금은 수치화된 기본값으로 남아 있다. 형태는 바뀌었지만, 글줄을 나누고 읽기의 흐름을 만들며 문단의 밀도를 조절하는 조건이라는 성격은 그대로 이어져 왔다. 그래서 행간을 다룬다는 것은 숫자를 고르는 일이 아니라, 읽기의 구조를 다루는 일에 가깝다.
어도비의 자동 행간은 120%다. 이 값은 영문 본문, 특히 소문자 중심의 조판에서 비교적 무난한 기본값으로 볼 수 있다. 어도비는 자동 행간이 활자 크기의 120%라고 밝히고 있으며, x-height는 어센더와 디센더를 제외한 소문자 몸통의 높이로 설명한다. 또 leading은 한 줄의 기준선에서 다음 줄 기준선까지의 거리로 다룬다. 이를 바탕으로 보면 자동 행간 120%는 영문 소문자의 시각적 높이와 baseline 간격의 관계를 바탕으로 정리된 값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영문 소문자는 x-height를 중심으로 리듬이 생기지만, 한글은 음절 블록 단위로 읽히며 글자의 시각적 높이와 덩어리감도 다르게 나타난다. 따라서 한글 행간을 보려면 먼저 영문과 한글의 시각적 높이와 글줄 사이 공간이 어떤 관계를 이루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행간을 결정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먼저 보아야 할 것은 글자의 시각적 높이다. 물리적 크기가 같더라도 시각적으로 더 크고 무겁게 느껴지는 글자는 더 넓은 글줄 사이 공간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실험은 먼저 글자가 실제로 눈에 얼마나 높게 인식되는지를 확인하는 데서 시작한다.
영문 높이와 한글 높이의 차이에 따른 행간율을 비교하기 위해 영문은 Helvetica 10pt, 한글은 중고딕 10pt를 기준으로 삼았다. 이 비교는 영문과 한글을 추상적으로 맞세우기 위한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문자 구조가 실제로 어떤 간격 차이를 만드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영문의 시각적 높이를 a, 그에 대응하는 글줄 사이 공간을 b, 한글의 시각적 높이를 c, 그에 대응하는 글줄 사이 공간을 x로 두고 둘의 관계를 비교했다.
이를 식으로 옮기면 a:b=c:x로 나타낼 수 있다. 이 식은 영문 일반과 한글 일반을 설명하는 보편 공식이 아니다. 헬베티카 10pt와 중고딕 10pt를 비교하기 위한 기준 사례다.
이를 계산하면 x는 약 2.2958이다. 이 값을 한글의 시각적 글자 높이 2.9와 비교하면, 글줄 사이 공간은 글자 높이의 약 79.2%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헬베티카 10pt에 비해 중고딕 10pt는 더 넓은 글줄 사이 공간을 요구한다고 볼 수 있다. 이를 본문 10pt 기준으로 환산하면 대략 15pt 안팎의 값이 나온다. 이 수치는 WCAG가 제시하는 최소 1.5배 기준과도 어느 정도 가까운 수준이다.
여기에 황금비율 1:1.618, WCAG의 1.5배 기준, 실무에서 자주 거론되는 160% 안팎의 한글 본문 감각을 함께 놓고 보면, 한글의 글줄 사이 공간은 본문 10pt 기준 대체로 14.5pt에서 17.5pt, 곧 145%에서 175% 사이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느껴진다. 물론 이 값을 절대적인 규칙으로 말할 수는 없다. 글줄 사이 공간은 배경의 명도 차이, 인쇄물과 화면의 차이, 단행본과 잡지처럼 서로 다른 조건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하나의 수치를 외우는 일이 아니라, 글자의 구조와 속공간, 문단의 회색 밀도를 함께 보면서 상황에 맞는 비율을 판단하는 일이다.
이 비교는 한글 행간이 영문 기본값과 같은 방식으로 유지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 준다. 동시에 글줄 사이 공간이 단순한 빈칸이 아니라, 글자의 시각적 높이와 덩어리감, 문단의 회색 밀도를 함께 고려해 정해야 하는 값이라는 점도 보여 준다. 특히 그림 2가 보여 주듯, 행간을 정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글자의 시각적 높이다. 같은 포인트 크기라도 시각적 높이가 달라지면 필요한 간격도 함께 달라지기 때문이다.
문단은 글자들이 모여 만든 하나의 회색 덩어리다. 글자의 크기와 굵기, 자간과 행간이 함께 문단의 진하기를 만들고, 그 진하기는 문단의 존재감과 무게감, 덩어리감을 결정한다. 그리고 이런 차이는 판면 전체의 위계로 이어진다. 행간이 지나치게 촘촘하면 문단은 무겁고 막힌 회색 덩어리로 보이고, 너무 벌어지면 풀어져 응집력을 잃는다. 그래서 행간은 읽기의 리듬을 조절하는 동시에, 문단의 회색 밀도와 조형적 위계를 함께 정하는 변수라고 보아야 한다.
행간은 버릇처럼 조절할 값이 아니다. 타이포그래피에서 행간을 정하는 일은 건축에서 지반을 잡는 일에 가깝다. 지반이 흔들리면 그 위의 구조 전체가 불안정해지듯, 행간이 흔들리면 글자의 무게와 문단의 응집력, 판면 전체의 위계도 함께 흔들린다. 따라서 한글 행간은 프로그램이 제시하는 기본값을 그대로 따를 것이 아니라, 한글이 실제로 어떻게 보이고 어떻게 읽히는지를 이해한 뒤 다시 판단하고 다시 설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