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누구의 glide path를 따르고 있나요?
(※ 본 내용은 지난 시간에 밝힌 “Through Retirement Plan 기반 맞춤형 TDF 전략”시리즈를 연재하면서..."의 1장에 해당합니다.)
한국의 퇴직연금 시장은 지금 중요한 전환기에 있습니다.
퇴직금 제도는 이미 점차 확정급여형(DB)에서 확정기여형(DC)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정책적으로도 DC형 및 개인형 퇴직연금(IRP)에 대한 세제 혜택과 디폴트옵션 제도 등 다양한 장치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은퇴예비자들의 자산 선택 기준 역시 바뀌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퇴직 이후 원금 보장과 안정성 위주로 DB형에 집중되었다면, 최근에는 ‘직접 운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엔 한 가지 중요한 공백이 있습니다.
바로,
“많은 사람들이 DC형 제도를 선택하고 있음에도, 자산운용에 있어 실제 선택은 ‘의외로 단순’하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TDF(Target Date Fund)와 디폴트옵션 상품은 이러한 단순 선택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단지 ‘현재 나이 + 은퇴 예정연도’를 더해 자동으로 해당 타깃연도형 TDF를 선택합니다.
말하자면, '숫자 계산에 가까운 선택'이지, 전략적 판단이라 보긴 어렵습니다.
주식 종목을 고를 때도 최소한 기업 뉴스나 지인의 조언, 차트 정도는 참고하는 투자자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TDF는 ‘자동화된 안정성’이라는 이름 아래 선택의 근거를 거의 묻지 않습니다.
물론 이에는 제도적 구조와 공급 상품의 한계도 작용합니다.
문제는 TDF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평생 자산배분 전략을 내재한 자동 설계 포트폴리오’라는 데 있습니다.
바로 그 지점에서
우리는 반드시 이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당신은 지금 누구의 은퇴 곡선을 따라가고 있습니까?
TDF(Target Date Fund)는 “목표 시점형 자산배분 펀드”입니다.
보통 은퇴 예정 시점(예: 2030년, 2045년 등)을 기준으로 펀드명을 정하고,
그 연도에 맞춰 자동으로 자산 비중(주식, 채권 등)이 조정되도록 설계된 상품입니다.
TDF의 기본 전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투자자의 은퇴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위험자산(주식) 비중을 줄이고 안전자산(채권) 비중을 늘림
자산배분은 펀드 내부에 내장되어 있어 투자자가 별도로 리밸런싱하지 않아도 자동 조정됨
펀드 하나로 생애 전체의 자산배분 전략을 대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동 운용 포트폴리오”라 불림
이 때문에 TDF는 퇴직연금(DC형, IRP) 계좌에서 ‘디폴트 옵션’ 또는 대표 자산배분 수단으로 채택되고 있으며,
투자자의 접근 편의성과 상품 통일성을 장점으로 가집니다.
Glidepath란 목표 은퇴일이 다가옴에 따라 target-date fund 내 asset allocation mix가 미리 정해진 대로 조정되는 것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glidepath는 fund가 target date에 가까워질수록 주식과 같은 risky asset에 대한 exposure를 점진적으로 줄이고 채권과 같은 conservative investment 비중을 늘립니다. 이러한 전환은 자본을 보존하고 시장 변동성이 은퇴 자금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 전략의 기본 근거는 life-cycle investing입니다. 상대적으로 긴 투자 기간을 가진 젊은 투자자들은 잠재적인 시장 하락에서 회복할 시간이 더 많기 때문에 주식에 대한 더 큰 노출을 감당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투자자가 나이가 들고 은퇴에 접근함에 따라 그들의 위험 감수 능력은 일반적으로 감소하며, 자본을 보존하고 안정적인 수입원을 제공하기 위해 안정성과 수익 창출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Glide path는 일반적으로 선형 함수 또는 단계 함수(step function)로 표현되며, 주식에서 채권으로의 전환을 간략하게 설명합니다. 간단한 선형 glide path에서 주식 투자 비율은 젊은 투자자의 경우 90%에서 시작하여 은퇴 시점까지 30%로 점진적으로 감소할 수 있습니다. 이는 수학적으로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습니다:
Equity Allocation=max(0,Starting Equity−Age×Annual Reduction Rate)
{주식 비중 = max(0, 초기 주식 비중 - 연령 × 연간 감소율)}
여기서 '초기 주식 비중'은 90%일 수 있으며, '연간 감소율'은 목표 날짜까지 남은 기간에 따라 달라집니다.
또한, 투자 전략을 조정하는 데 있어 glide path의 효과는 그들의 역동적인 특성에 의해 설명됩니다. 자산 구성을 점진적으로 전환함으로써 glide path는 투자자의 라이프사이클 동안 변화하는 위험 프로필에 대응합니다. 이러한 적응성은 투자 전략이 개인의 재무 목표 및 위험 선호도와 계속 일치하도록 보장하며,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조화되고 유연한 방법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여전히 최적의 결과를 얻기 위해 표준 glide path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때 개별적인 요인과 시장 상황을 고려해야 합니다.
Target-Date Fund(TDF)는 은퇴 시점에 맞춰 자산배분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구조화된 투자상품입니다.
이러한 조정의 경로는 Glide Path라 불리며, 생애 주기에 따라 위험자산의 비중을 점진적으로 변화시켜
투자자가 은퇴에 가까워질수록 보다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도록 설계됩니다.
하지만 Glide Path는 단일한 개념이 아닙니다.
그 구조와 움직임을 구분하는 데 있어 두 가지 관점에서 분류가 가능합니다:
하나는 시간의 범위를 기준으로 나눈 To vs Through Glide Path
다른 하나는 자산배분의 변화 형태를 기준으로 나눈 Declining / Static / Rising Glide Path
이 두 분류는 서로 독립적인 개념이며, TDF 설계 철학과 투자자의 재무 특성을 이해하는 데 모두 중요합니다.
Glide Path의 가장 기본적인 구조적 분류는 “자산배분 조정이 언제까지 지속되는가”에 따라 나뉩니다.
To형 Glide Path는 '은퇴'를 하나의 종점으로 간주합니다. 은퇴 시점까지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줄이고, 그 이후에는 자산배분을 유지하거나 정적으로 전환합니다.
반면, Through형 Glide Path는 은퇴 이후까지를 고려한 구조입니다.포트폴리오는 은퇴 시점을 지나서도 계속해서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며, 장기적인 현금흐름 확보와 인플레이션 방어를 위한 전략적 유연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많은 글로벌 자산운용사는 Through형 구조를 채택하고 있으며, 한국 시장에서도 이를 모방한 구조의 TDF가 출시되고 있으나, 실제 사용자 행동(예: 일시금 인출)과의 괴리가 존재합니다.
두 번째 분류는 자산배분의 변화 방향을 중심으로 구분됩니다. 즉,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위험자산 비중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설명합니다.
Declining Glide Path에서는
- 20~30대에는 주식 90% / 채권 10%로 시작하고,
- 은퇴 시점에는 주식 40% / 채권 60%로 조정됩니다.
Rising Glide Path는 은퇴에 가까워질수록 위험자산 비중을 늘리면서 장기 자산 성장률과 자산 생존 가능성(Longevity)에 대응하고자 합니다. 이 구조는 장수 리스크가 크고, 은퇴 후에도 장기 운용 여지가 있는 투자자에게 적합할 수 있습니다.
Static Glide Path는 리밸런싱 없이 자산배분을 고정하며, 투자자의 위험 감내도와 투자 철학이 명확할 때 유효한 전략입니다.
두가지 기준은 아래 테이블 처럼 교차됩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단순히 “현재 나이 + 은퇴 예정연도”로 TDF를 선택합니다.
하지만 그 펀드 안에 어떤 Glide Path가 설계되어 있는지는 잘 살펴보지 않습니다.
Glide Path는 단순한 곡선이 아니라,
“시간에 따른 위험조정의 설계”이며,
“내 자산이 은퇴 전후 어떤 흐름으로 유지되고 활용될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설계도입니다.
✔︎ 그러므로 TDF를 고르기 전, 반드시 물어야 합니다:
이 펀드는 To형인가, Through형인가?
자산 비중은 어떤 방식으로 변하는가? (Declining? Static? Rising?)
나의 현금흐름 구조, 은퇴 이후 소비패턴, 기대수명과 맞는가?
당신의 은퇴 곡선을 설계하는 주체는 당신이어야 합니다.
한국 주요 운용사들이 출시한 TDF2045 상품은 모두 공통적으로 “Declining Glide Path”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는 투자자의 생애주기에 따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주식 비중을 점진적으로 줄이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인 채권의 비중을 높여가는 자산배분 전략입니다.
예를 들어, 삼성자산운용의 한국형 TDF2045는 초기에는 주식 비중을 높게 유지하다가 은퇴 시점에 가까워질수록 채권 비중을 점차 확대하며 위험을 줄이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TDF2045 ETF 역시 마찬가지로, 주식(특히 S&P500 ETF) 비중을 79% 수준에서 시작해 2040년까지 매년 1%포인트씩 줄이는 방식으로 운용됩니다.
한화자산운용의 LIFEPLUS TDF2045는 위험자산 비중이 80% 수준에서 시작해 5년 후 75%, 10년 후에는 70% 미만으로 하락하며, 은퇴 시점에는 40% 이하까지 줄어듭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의 키워드림 TDF2045는 행동재무학 기반의 자체 글라이드패스를 적용해 투자자의 손실회피 성향을 고려한 방식으로 위험자산 비중을 줄여 나갑니다.
KB자산운용은 미국 뱅가드의 Glide Path 모델을 적용하여, 주식 비중을 90%에서 시작해 은퇴 시점까지 37.5% 수준까지 점진적으로 감소시키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국내 TDF2045 상품의 Glide Path는 모두 전통적인 하향식 구조(Declining)로 통일되어 있으며, 이는 국내 투자자들의 보수적 성향과 자산 보전에 대한 수요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Rising 또는 Static Glide Path는 한국 TDF 시장에서 채택된 사례가 없으며, 이는 향후 TDF 시장의 구조적 다양성에 대한 논의 여지를 남깁니다.
그래서 제가 대안을 제시하려고 합니다.
많은 은퇴 설계는 단순히 “은퇴 시점까지 자산을 불리는 것”에 집중합니다. 하지만 한국 고령가구의 특성은 다릅니다. 소득은 부족하고, 소비는 줄이며, 장수 리스크는 증가하고, 자산은 유동성이 낮습니다.
결국 핵심은 “은퇴 이후에도 어떻게 자산을 전략적으로 조정하느냐”입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소득과 소비의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한국 고령가구의 평균 경상소득은 2,498만 원(2021년 기준)이나, 중앙값은 1,585만 원으로 편차가 큽니다.
이들은 연금, 사업소득, 이전소득 등 다양한 소득원을 통해 생활하지만,
문제는 기대수명 연장과 고정지출 증가에 비해 이 소득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소비 정점인 45~49세와 비교했을 때:
65~69세 소비지출은 약 59% 수준
75세 이상은 약 34% 수준
하지만 소득이 감소한 만큼 소비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소비를 줄이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구조입니다.
고령가구는 비교적 자산이 있어도, 유동화가 어렵고 소득화가 되지 않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부동산 편중 구조 → 노후 현금흐름 창출 어려움
금융자산 보유 비중 낮음 → 소득을 대체할 수 없음
연금·이전소득만으로는 적정소비를 충당하기 어려움 (모든 연령대에서 76~81%가 부족)
85세 이상 고령자의 65%가 소득만으로는 적정 소비 충당 불가능
결국 자산은 있으나 쓸 수 없는 고령층이 많으며, 이들은 장수를 감당하기 위해 소비를 줄이면서 저축을 유지하는 역설적 구조에 놓여 있습니다.
To-Retirement 구조의 TDF는 은퇴 시점에 자산배분을 고정시킵니다.
하지만 은퇴 후 20~30년 동안 현금흐름이 계속 변하는 상황에서는, 고정된 자산 구성으로는 다음을 방어할 수 없습니다.
의료비·주거비·식료비 등 필수지출 유지
연금소득 감소 또는 예상치 못한 지출 발생
금융시장의 인플레이션 리스크 대응
자산을 장기적으로 소진하면서 생존기간을 커버하는 전략 설계해야 합니다.
출처: PLANADVISER, Manulife Investment Management, MFS Research
Through-Retirement 구조는 은퇴 이후에도 포트폴리오를 유연하게 조정하면서 현금흐름과 지출 구조에 맞춰 대응합니다.
초기 은퇴 5~10년간은 여가, 자녀지원 등 지출 유지
이후 의료비 증가, 인플레이션 방어 등 고려한 전략적 위험자산 유지
자산 수익률과 소득을 연결하는 “소득연계형 운용구조” 가능
특히 한국의 고령가구처럼 소득이 일관되지 않고, 불규칙한 이전소득이나 사업소득에 의존하는 경우,
Through 전략은 자산과 현금흐름의 조화를 만들어내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 됩니다.
� 최종 요약
한국 고령가구의 핵심 문제는 자산의 부족이 아니라 “현금흐름의 불안정”과 “장수 리스크”에 있습니다.
To 구조는 고정된 상태에서 시장과 삶의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고령가구의 삶을 포용할 수 있는 전략은, Through 구조의 지속적이고 유연한 자산운용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