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소득세 정책은 변했지만 시장은 준비되지 않았다

by 투영인


세금이 시장을 흔든다? 진짜 그런가 궁금해서 찾아봤다



주식투자를 하다 보면 '정책 리스크'라는 말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세금이나 규제가 바뀌는 순간, 시장 분위기가 달라지고 투자자들의 행동도 크게 흔들리죠.


2025년 정부의 세제개편안도 그렇습니다.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이 종목당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낮아지고, 증권거래세율까지 인상된다고 하니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정말 세금 하나 바뀐다고 시장이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할까?"


단순한 불안감인지, 아니면 실제로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건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국내외 자료들을 차근차근 살펴봤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단순한 심리 문제가 아니라 정책 설계 그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들을 곳곳에서 발견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번 세제개편안이 개인 투자자와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살펴보고, 미국·일본 같은 다른 나라들은 이런 문제를 어떻게 다뤄왔는지 비교해보려 합니다.



1. 대주주 기준이 바뀌면, 시장은 어떻게 반응할까?


대주주 양도소득세란 일정 금액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에게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입니다. 이번 개편으로 대주주 기준이 종목당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낮아지면, 더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과세 대상에 포함됩니다.


문제는 이 변화가 단순히 세금을 더 내게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주주 요건을 피하기 위해 개인 투자자들이 12월에 주식을 대거 매도하는 행동이 반복되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2021년 12월에는 개인 순매도 규모가 무려 3조 원을 넘었죠. 2021~2022년까지는 12월마다 '대주주 지정 회피' 등의 영향으로 개인이 순매도 우위를 보였고, 2023년에는 대주주 양도세 기준이 완화되면서 순매수로 전환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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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세제 요인으로 인한 '의도된 매도'는 시장 가격을 왜곡하고, 펀더멘털과 무관한 변동성을 키우는 문제로 이어집니다. 특히 연말이면 나타나는 반복적인 매도 흐름은 매년 시장을 뒤흔드는 고질적인 구조로 굳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큽니다.



2. 왜 매년 12월이면 주식시장이 뒤숭숭해질까


매년 연말이면 시장이 유난히 출렁이는 걸 경험하신 분들도 많을 겁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12월이 되면 갑자기 주식을 팔기 시작하니까요. 그 배경에는 '대주주 피하기'라는 현실적인 판단이 있습니다.


12월 말 기준으로 특정 종목을 10억 원 이상 보유하고 있으면 대주주가 되는데, 이러면 양도세가 부과됩니다. 그래서 그 시점을 넘기기 전에 주식을 일부러 처분하는 투자자들이 생깁니다.


그 결과, 12월에는 특정 종목에서 수급 불균형이 생기고, 시장 전체가 불안정해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죠. 1월에는 다시 그 주식을 사들이는 재매수 흐름도 나타나니, 말 그대로 세금 회피 매매가 시장의 흐름을 왜곡시키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패턴이 반복되면 단기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은 혼란을 겪고, 장기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운영에도 영향을 줍니다. 세금 회피가 거래의 기준이 되는 시장, 과연 바람직할까요?



3. 세금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 해외는 어떻게 풀었을까?


미국: 세금 변화는 행동을 바꾸지만, 충격은 오래가지 않는다


미국은 모든 투자자에게 자본이득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대주주 여부와 관계없이 과세됩니다. 다만 보유 기간(1년 이상)에 따라 장기 보유에 대한 세율 우대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1986년과 2013년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1986년 세제개편으로 자본이득세 최고세율이 20%에서 28%로 인상될 예정이었고, 이로 인해 해당 연도에 자본이득 실현이 전년 대비 60%나 급증했습니다. 비슷하게 2013년부터 최고세율이 15%에서 25%로 인상되자, 직전 해인 2012년 말 자본이득 실현이 40%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투자자들이 세금 인상을 앞두고 서둘러 차익을 실현한 셈이죠.


하지만 흥미로운 건 그 영향이 '단기적'이라는 점입니다. 미국 조세정책센터(TPC)는 세율 변화가 매매 타이밍에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지만, 그 규모가 과장될 정도는 아니라고 평가했습니다. 일부 매물은 미래의 매도를 앞당긴 것일 뿐, 시장의 본질적인 흐름을 바꾸진 않았다는 겁니다. 실제로 2013년 이후 미국 증시는 오히려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즉, 세율 인상은 단기적으로 매도 압력을 유발하지만, 시장은 그 충격을 빠르게 흡수하거나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다시 반등하는 흐름을 보이기도 합니다. 결국 미국 사례는 세금이 투자자 행동에 영향을 주더라도, 시장 전체의 방향성을 지배하진 않는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일본: 천천히, 유연하게, 시장에 맞춰 움직였다


일본은 1989년에 주식 양도소득세를 전면 도입하고, 이후 1999년에는 거래세를 완전히 폐지했습니다. 오랜 기간에 걸쳐 과세 대상을 확대하고, 제도를 정착시켜온 결과 큰 혼란 없이 세제를 안착시킨 성공 사례로 꼽힙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건 2003년 개편입니다. 당시 일본 정부는 IT버블 붕괴 이후 시장 회복을 위해 자본이득세율을 26%에서 10%로 대폭 인하했고, 과세 체계도 단순화했습니다. 그 결과, 개인투자자들의 참여가 늘고 시장 변동성이 완화되며 유동성도 좋아졌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Hayashida & Ono(2010)의 연구에 따르면, 이 세제 인하 조치는 시장 안정성과 거래 활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과도한 투매나 급등락 현상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만: 예고 없이 세금 건드리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대만은 반면교사입니다. 1989년, 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도입을 발표했는데, 발표 직후 단 한 달 만에 주가가 36%나 급락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결국 정부는 제도를 철회했고, 2013년 재도입 시도도 3년 만에 무산됐습니다.


시장과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이면, 투자자들은 세금 회피가 아니라 아예 시장을 이탈해버릴 수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4. 정책도 시장과 소통이 필요하다


세금은 사회적 형평성을 위해 필요하지만, 자본시장과의 조율이 부족하면 오히려 시장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처럼 '종목별 보유금액' 기준으로 대주주를 정하고, 그것도 매년 '12월 말 기준'이라는 단일 시점을 설정한 구조는 투자자에게 과도한 심리적 압박과 매매 왜곡을 야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사례에서 배울 점은 분명합니다. 정책 변화는 충분한 예고와 단계적 시행, 그리고 유연한 조정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대만처럼 충분한 설득과 설계 없이 밀어붙인 정책은 시장 신뢰를 잃게 만듭니다.


이번 세제개편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결국 실행 방식에 달려 있습니다. 투자자와 시장 참여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조율이 이루어진다면, 세금과 시장은 얼마든지 공존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정책도 시장과 대화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참고자료:


자본시장연구원 이슈보고서 「대주주 지정 회피를 위한 주식거래행태 특성 분석 및 주식 양도소득세제에 대한 시사점」(2020.04.24);

연합인포맥스 기사 (2025.07.29);

뉴시스 기사 (2025.08.01); Tax Policy Center 보고 (2017);

동아일보 기사 (2024.09.18);

일본 자본시장 관련 연구 (Hayashida & Ono, Japan and the World Economy, 2010)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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