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미국 CPI는 올랐는데, 왜 금리인하를 기대하는가

by 투영인


경제학 교과서를 뒤집은 하루


2025년 7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 예상대로 0.3% 상승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Wall Street에서는 예상치 못한 축제가 벌어졌다. S&P 500과 Nasdaq 100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소형주 지수인 Russell 2000은 무려 3%나 급등했다.


경제학 원론이 가르치는 '인플레이션 상승 → 금리 인상 → 주가 하락'이라는 공식이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 이 역설적 현상의 이면에는 현대 금융시장의 복잡한 심리와 중앙은행 정책의 미묘한 변화, 그리고 정치경제학적 역학이 얽혀 있다.



기대치의 게임: 두려움이 만든 안도감


시장의 반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CPI 발표 전날의 분위기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Trump 행정부의 공격적인 관세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많은 투자자들은 7월 인플레이션이 0.4%, 심지어 0.5%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관세가 즉각적으로 소비자 가격에 전가되어 1970년대식 인플레이션 스파이럴이 재현될 수 있다는 공포가 시장을 지배했다.


그러나 실제 발표된 수치는 0.3%였다. 절대적으로 보면 연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지만, 시장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집단적 안도감에 휩싸였다. Morgan Stanley Wealth Management의 Ellen Zentner는 이 순간을 정확히 포착했다. "인플레이션이 상승세에 있지만 일부가 우려했던 만큼 크게 증가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녀의 말에는 시장 심리의 핵심이 담겨 있었다. 절대적 수치보다 상대적 기대치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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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naissance Macro Research의 Neil Dutta는 더 깊은 통찰을 제공했다. "데이터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관세가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기업들이 당분간 이익률 압박을 감내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데이터를 세밀히 분석해보면, 재화(goods) 부문의 인플레이션은 예상외로 억제되어 있었다. 이는 기업들이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관세 비용을 자체 흡수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Federal Reserve의 변심: 인플레이션 파이터에서 고용 수호자로


더욱 중요한 변화는 Federal Reserve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2024년 내내 Fed는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 집중했다. 그러나 2025년 중반에 접어들면서, 노동시장의 균열이 점점 더 명확해지기 시작했다. 수정된 고용 데이터는 예상보다 훨씬 약한 모습을 보였고,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조용히 증가하고 있었다.


Goldman Sachs Asset Management의 Alexandra Wilson-Elizondo는 이 전환점을 명확히 짚어냈다. "Fed의 정책 스탠스는 데이터에 크게 의존적입니다. 인플레이션이 억제되고 수정된 고용 데이터에서 노동시장 약화가 점점 더 명확해지면서, 이제 초점은 고용 쪽으로 기울어질 것입니다."


Fed는 이중 목표(dual mandate)를 가지고 있다.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 2024년에는 첫 번째 목표가 압도적으로 중요했지만, 이제 저울추가 두 번째 목표 쪽으로 기울기 시작한 것이다. Evercore의 Marco Casiraghi는 이를 더욱 구체화했다. "노동시장 리스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Fed는 2차 파급 효과의 위험이 억제되고 물가 기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일시적으로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 수치를 용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단순한 정책 변화가 아니라 철학적 전환이었다. Fed는 이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경제를 희생시키는 것보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약간의 인플레이션을 감수하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Pacific Investment Management Co.의 Tiffany Wilding은 이를 "합리적인 배경"이라고 표현했다. "연간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목표치를 상회하더라도, Federal Reserve가 9월에 금리 정상화를 시작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배경을 제공합니다."



보험성 금리인하: 예방이 치료보다 낫다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보험성 금리인하(insurance rate cut)"라는 용어가 회자되기 시작했다.


이는 경제가 실제로 침체에 빠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하여 연착륙을 도모한다는 개념이다. Glenmede의 Jason Pride는 이를 명쾌하게 정리했다. "당분간 인플레이션이 통제되고 있어 리스크가 Fed의 완전고용 목표 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9월 금리인하를 위한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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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리는 특히 설득력이 있었다. 왜냐하면 관세의 실제 영향이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보통 2-3개월의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Bankrate의 Greg McBride는 경고의 목소리를 냈지만, 동시에 이 시차 효과를 인정했다. "이것은 폭풍 전 고요일 수 있습니다. 이달에 일련의 관세가 발효되고 있지만, 그 비용이 완전히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몇 달이 걸릴 수 있습니다."


시장은 이 시간차를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9월에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면, 4분기에 관세 영향이 본격화되더라도 경제가 이를 견딜 수 있는 쿠션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Regan Capital의 Skyler Weinand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CPI 데이터가 충분히 온건해서 Fed가 9월에 최소 25bp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청신호를 제공하며, 50bp 대폭 인하 가능성도 열어놓았습니다."



정치적 압박과 데이터 신뢰성의 의문


이 모든 경제적 분석 뒤에는 정치적 역학이 작동하고 있었다. Donald Trump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Jerome Powell Fed 의장에 대한 비판을 재개했다. 중앙은행의 금리 동결 결정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심지어 중앙은행 본부 리노베이션 프로젝트와 관련해 소송을 검토한다고 위협했다.


재무장관 Scott Bessent는 Fox Business와의 인터뷰에서 더욱 직접적이었다. "이제 정말로 고려해야 할 것은 9월에 50bp 금리인하를 해야 하는가의 문제입니다." 그는 Fed가 "원래의" 고용 보고서 수치를 가지고 있었다면 이미 6월이나 7월에 금리를 인하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단순한 의견 표명이 아니라, 행정부가 Fed에 보내는 명확한 신호였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Bureau of Labor Statistics 국장으로 지명된 EJ Antoni의 제안이었다. 그는 데이터 수집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월간 고용 보고서를 중단하고 분기별 수치만 발표할 것을 제안했다. 이는 현재의 고용 데이터가 실제보다 낙관적일 수 있다는 암시였고, 시장은 이를 "실제 고용시장은 공식 통계보다 더 약할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시장 심리의 묘한 역전: Bad News is Good News


현대 금융시장에서는 때때로 직관에 반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Bad News is Good News" 패러다임이 바로 그것이다. 경제 지표가 약해지면 오히려 주가가 오르는 현상인데, 이는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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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CPI 발표는 이 패러다임이 완벽하게 작동한 사례였다. 인플레이션은 상승했지만 "통제 가능한" 수준이었고, 동시에 경제는 Fed의 지원이 필요할 만큼 약화되고 있었다. Richmond 연준 총재 Tom Barkin의 고민이 이를 잘 보여준다. "경제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감소하고 있지만,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통제에 더 집중해야 할지 아니면 고용시장 지원에 더 집중해야 할지는 불분명합니다."


시장은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머니마켓은 9월 금리인하 확률을 약 92%로 평가했고, 이는 CPI 발표 전 60-70%에서 크게 상승한 수치였다. 30%포인트의 확률 상승은 즉각적인 포지션 조정을 촉발했다. 매크로 헤지펀드들은 숏 포지션을 급히 청산했고, 알고리즘 트레이딩 시스템은 자동으로 매수 주문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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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섹터별 차별화된 반응


시장의 반응은 일률적이지 않았다. 가장 극적인 상승을 보인 것은 Russell 2000으로 대표되는 소형주였다. 3%의 급등은 이들 기업이 금리 변화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보여주었다. 소형주들은 대기업에 비해 부채 의존도가 높고, 자금조달 비용에 더 민감하기 때문에 금리인하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기대되었다.


기술주 섹터도 환호했다. Bloomberg Magnificent 7 지수는 1.2% 상승했는데, 이는 금리인하가 성장주의 밸류에이션에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었다. Northlight Asset Management의 Chris Zaccarelli는 낙관론을 숨기지 않았다. "주식은 계속 상승할 수 있으며, 조정이 시작되려면 훨씬 더 큰 인플레이션 수치나 시장에 대한 다른 충격이 필요할 것입니다."


반면, 일부 섹터에서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왔다. Ritholtz Wealth Management의 Callie Cox는 신중론을 제기했다. "여기서 신중해야 합니다. 장기 투자자들은 종종 하락장에서 매수하여 이익을 얻지만, 그렇다고 길이 순탄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소유하고 있는지 알고, 관세에 노출된 과열 섹터에서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 좋은 시기라고 계속 주장해왔습니다."



채권시장의 미묘한 신호


주식시장의 축제 분위기와 달리, 채권시장은 더 복잡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2년물 국채 수익률은 4bp 하락한 3.73%를 기록했는데, 이는 단기 금리인하 기대를 반영했다. 그러나 10년물 수익률은 거의 변동이 없었고, 30년물은 오히려 3bp 상승했다. 이는 시장이 단기적으로는 금리인하를 기대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보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러한 수익률 곡선의 변화는 시장의 복잡한 심리를 반영했다. 투자자들은 Fed가 9월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확신했지만, 그것이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TradeStation의 David Russell은 이를 "불안감이 지속될 것"이라고 표현했다.



역사적 맥락: 2019년과의 비교


현재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적 선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9년 Fed는 "예방적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당시에도 경제는 침체 직전은 아니었지만, 글로벌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2025년의 상황은 몇 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있었다. 첫째, 2019년에는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하회했지만, 현재는 상회하고 있다. 둘째, 2019년의 고용시장은 여전히 견조했지만, 현재는 명백한 약화 신호를 보이고 있다. 셋째, 2019년은 무역전쟁 초기였지만, 현재는 관세가 본격화되기 직전이다.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2019년의 경험을 긍정적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예방적 금리인하는 경제를 성공적으로 지탱했고, 2020년 팬데믹 이전까지 주식시장 상승을 이끌었다. 많은 투자자들은 이번에도 비슷한 시나리오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했다.



앞으로의 시나리오


eToro의 Bret Kenwell은 다음 단계를 제시했다. "CPI가 마무리되면서 초점은 금요일 소매판매 수치로 이동할 것입니다. 여기서 기업 실적 논평이 시사하는 만큼 소비자들이 낙관적으로 보이는지, 그리고 노동시장에 대한 우려 속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Principal Asset Management의 Seema Shah는 더 장기적인 관점을 제시했다. "10월, 12월 및 그 이후의 금리인하 결정은 훨씬 더 복잡할 수 있습니다." 이는 현재의 낙관론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가장 큰 불확실성은 관세의 실제 영향이었다. Bankrate의 Greg McBride가 경고했듯이, "2025년 남은 기간 동안 인플레이션은 더욱 상승할 태세"였다. 만약 기업들이 더 이상 마진 압박을 감내할 수 없게 되면, 관세 비용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고, 이는 새로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결론: 미묘한 균형 위의 승리


2025년 7월 CPI 발표 후 나타난 주식시장의 랠리는 현대 금융시장의 복잡성을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였다. 인플레이션 상승이라는 부정적 뉴스가 오히려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낸 것은, 시장이 단순한 데이터가 아닌 맥락과 기대치, 그리고 정책 반응의 총체를 평가하기 때문이었다.


시장은 현재 상황을 "적절히 나쁜" 골디락스 존으로 해석했다. 인플레이션은 Fed가 당황할 정도로 높지 않았고, 경제는 지원이 필요할 만큼 약했지만 붕괴 직전은 아니었다. 이 미묘한 균형이 Fed에게 금리인하의 명분을 제공했고, 시장은 이를 환영했다.


그러나 이 균형은 깨지기 쉬운 것이었다. 관세의 실제 영향, 노동시장의 추가 악화, 지정학적 충격 등 수많은 변수가 이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었다. 현재의 랠리가 "폭풍 전 고요"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5년 7월의 이 순간은 시장 참가자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절대적 진실보다 상대적 기대가, 현재의 데이터보다 미래의 정책 반응이, 그리고 경제적 논리보다 시장 심리가 단기적으로는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현대 금융시장의 복잡하고도 매혹적인 본질이며, 7월 CPI 발표가 보여준 역설적 진실이었다.


<출처:투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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