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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미국의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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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이킴 Feb 13. 2022

사우스캐롤라이나(South Carolina: SC)

(미국의 주: 34)

지난번에 미국의 주 가운데 유일하게 멕시코 만과 대서양에 동시에 접해있는 주인 플로리다를 살펴봤습니다. 서부의 캘리포니아에서 시작해서 위아래로 왔다 갔다 하면서 미국의 주들을 살펴보고 있는데요, 만약에 캘리포니아에서 멕시코와의 국경을 따라서 남쪽의 주들만으로 따라서 와 보면 이렇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동쪽으로 가면 애리조나이고, 더 동쪽으로 가면 뉴멕시코 주가 나옵니다. 거기서 더 오른쪽으로 가면 드디어 처음으로 미국 영토에서 멕시코 만을 만나는 텍사스 주가 나옵니다. 텍사스 주의 오른쪽에 고만 고만한 주가 5개 있는데, 순서대로 각각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앨라배마, 조지아가 나오는데 미국 남부의 끈적한 사투리로 유명한 주들입니다. 그리고 가장 오른쪽 끄트머리에 사우스캐롤라이나 주가 있습니다.


주 면적 8만 3천 제곱킬로미터로 대한민국보다 조금 작고, 인구는 2020년 조사에서 5백십만 명 정도가 살고 있는 것으로 나왔는데, 미국의 주를 인구 순위로 줄 세우면 딱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66%의 주 인구가 백인, 26%가 흑인, 히스패닉 혹은 라티노가 7% 정도로 조사되었습니다.


영국의 왕 찰스 1세의 이름을 따라서 주의 이름이 만들어졌습니다. “Charles”의 라틴어 형태인 “Carolus”에서 여성형을 따와서 “Carolina”가 된 것이죠. 여담이지만, 라틴어 계통의 언어에서 여성의 이름을 가장 쉽게 구분하는 방법이, 이름 끝이 여성형 어미 a로 끝나는가 하는 것입니다. 루마니아에 출장을 가끔 갔었는데, 그쪽 사무실의 친구들 이름은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모든 여자 이름은 a로 끝나더군요. 영어 이름 가운데에서도 라틴어에서 유래한 여성형 이름은 Olivia, Emma, Mia, Aria, Nora, Camilla, Victoria, Luna, Stella, Bella, Aurora, Emilia 등등 "a"로 끝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미국에서 1670년대에 처음 만들어진 영국 식민지 13곳 가운데 한 곳으로, 1719년에 정식 식민지로 설립이 되었고 1776년에 미 합중국의 일원이 되었죠. 미국 독립전쟁은 1775년 매사추세츠 주의 보스턴에서 시작되었지만, 그 혼란한 와중에 독립적인 헌법과 의회 그리고 주지사를 임명하고, 1778년에 미합중국 헌법의 기반이 된 연합 규약(Articles of Confederation and Perpetual Union)을 가장 먼저 비준한 주이기도 합니다. 반면에 1860년에 연방으로부터의 탈퇴에 찬성 투표를 한 첫 주이기도 하고, 1861년에 찰스턴에 있던 연방군의 섬터 요새를 폭격함으로써 남북 전쟁의 시작을 알린 주이기도 합니다. 텍사스와 더불어 현 민주당 주도의 연방 정부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는, 반골 기질이 강한 주라고 하겠습니다.


대표적인 노예주답게, 남북전쟁 이후에도 흑인들에 대한 차별이 계속되었는데, 1900년의 조사에서 흑인들이 주 인구의 58%인 78만 명 정도가 되었지만 그들에게는 정치적인 권리가 거의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19세기 후반부터 만들어진 인종 차별 법과 조치들은 1960년대까지 계속되었고, 이는 많은 흑인들이 더 많은 기회와 나은 대우를 위해서 주를 떠나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1910년에서 1970년 사이에 6백5십만 명의 흑인들이 남부의 주들을 떠났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이 결과로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처음으로 백인 인구가 흑인 인구보다 많게 된 것이 1930년의 조사였다고 합니다. 


1861년에서 1865년 사이에 벌어진 미국의 남북전쟁(American Civil War)은 미국 역사의 워낙 중요한 부분이어서 지난 편에서 몇 번 다루기는 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노예제에 대한 시각의 차이에서 벌어진 전쟁입니다. 공업화가 많이 진행되고, 노예제를 반 인권적으로 생각했던 북부가 연방 정부의 주도권을 잡게 되자, 여전히 노예 인력이 많이 필요한 농업 위주의 남부 주들이 이에 반발하면서 연방 탈퇴를 선언하고, 연방 정부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고 반란으로 규정하면서 벌어진 전쟁이지요. 


전쟁이 벌어지기 전에 연방에서 탈퇴를 선언한 7개 주 (사우스캐롤라이나, 미시시피, 플로리다, 앨라배마, 조지아, 루이지애나, 텍사스) 가운데 가장 앞장을 선 곳이 사우스캐롤라이나입니다. 그리고 이 리스트는 제가 이 글의 처음에서 언급한,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 그리고 뉴멕시코를 거쳐서 전통적인 미국의 남부주들이 나오기 시작하는 곳의 주 이름과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남부 연합(Confederate States of America:CSA)라고 불렀는데 국제적으로는 국가로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당시 미국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로 군대와 외교를 포함한 국가의 형태를 지니고 있었고 당연히 국기도 있습니다.


여러 가지 버전이 있지만, 빨간 바탕에 엑스자로 13개의 별이 교차하는 해군기가 실질적인 남부연합을 상징하는 남부기로 쓰이고 있는데요, 문제는 이 깃발이 갖고 있는 인종 차별주의에 대한 상징성입니다. 지금은 다 퇴출되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부의 주 상징물에는 이 남부기의 상징이 들어가 있는 곳이 많았고, 특히 2015년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찰스턴 교회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이 남부기를 사용한 증거가 나오면서, 미 전역에서 남부기 퇴출 운동의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총기 사건이 일어난 찰스턴의 교회 이름은 “Emanuel African Methodist Episcopal Church”입니다. 영국의 국교였던 성공회는 영국에서는 “Anglican Church”라고 부르는데, 앵글로는 잉글랜드에 살던 사람들을 의미하므로, 이 명칭에 반감을 갖고 있는 미국 (혹은 스코틀랜드)에서는 “Episcopal Church”라고 부르죠. “Episcopal”이라는 말은 감독에 의한 지배구조를 갖는 교회들에 사용되는데, “Bishop”이라고도 하며 감리교에서는 감독, 천주교나 성공회에서는 주교라고 번역되는 말입니다. 감리교(監理敎)의 “감(監)”자가 "Episcopal"이 의미하는 감독제를 뜻한다면, 중간의 “리(理)”자는 “Methodist”의 의미를 가져온 것입니다. 감리교의 기원이 된, 성공회 사제 존 웨슬리(John Wesley)가 이끈 복음주의적 교회 쇄신 운동을 “Methodism”혹은 “Methodist movement”라고 부르는데, 기독교적인 믿음을 실천하는 규칙적인 방법을 따르는 교파를 말합니다.


18세기에서 19세기까지, 여러 기독교 종파에서 노예를 포함한 미국의 흑인들에게 종교를 전파했지만 인종 차별은 교회에서도 여전했습니다. 교회의 지도층은 모두 백인들이었고, 흑인들의 예배는 별도의 시간에 지하실이나 다른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있었죠. 모리스 브라운(Morris Brown)이라는 찰스턴 토박이이자, 흑백 혼혈이었던 감리교 지도자의 지원을 통해서, 교회에서의 흑백 차별에 대해서 항의하는 교회들이 모여서 1817년에 세워진 교회가, 미국 남부에서 가장 오래된 흑인 감리 교회인 “Emanuel African Methodist Episcopal Church”의 기원이고, 갖은 고난과 차별에도 계속 예배를 이어오다가, 1865년에 제대로 흑인 교회로 인정을 받으면서 “God with us”라는 의미의 “Emanuel”이라는 명칭을 쓰기 시작했고, 애칭으로 “Mother Emanuel”이라고 불립니다.


이렇게 질곡의 세월을 보내면서도 흑인 교회의 전통을 이어오던 유서 깊은 교회에서, 2015년 6월, 딜런 루프(Dylann Roof)라는 당시 21세의 백인이, 성경공부 중이던 사람들에게 무차별 총기 난사를 퍼부어 9명이 사망하고 3명이 중상을 입은 사건이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 교회 총기 난사 사건입니다.  딜런 루프는 1994년 생으로 백인 우월주의와 네오나치즘에 심취한 청년인데, 2017년 1월 연방 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고, 같은 해 4월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 법원에서는 가석방 없는 9번의 종신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현재는 인디애나에 있는 테러 호트 연방 교도소에서 사형 집행을 대기 중입니다.


루프는 목수인 아버지와 바텐더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부모님은 진즉에 이혼을 하고, 5살 때 아버지가 재혼을 했지만, 그 결혼도 10년 만에 파경을 맞습니다. 그 이혼 서류에 따르면 루프는 세균에 대한 과도한 강박이나 본인의 헤어스타일에 대한 집착 등의 강박적인 행동(Obsessive Compulsive Behavior)을 보였다고 합니다. 학교도 자주 옮겨 다녔고 중학교 때부터 마리화나에 관심을 보이는 등, 약물 중독 성향도 보이고요. 16살인 2010년부터 학교를 다니지 않고, 방에 틀어박혀 게임과 약물에 빠진 생활을 했고, 일자리나 면허증도 없이 폐인 같은 생활을 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사람이 본인의 웹사이트에 올린 2,444 단어의 선언문을 읽어보면, 왜 흑인들 (문서에서는 주로 비하하는 표현인 Niggers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이 미국 사회에 문제가 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무식하고, 폭력적이며 교활하다는 것이죠. 반면에 백인은 보다 우월한 존재이고요. 흑백 인종 분리는 옳은 정책이라는 말도 합니다. 찰스턴이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가장 역사적인 도시이며 한때 흑인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서 이곳을 선택했고, 제대로 된 KKK나 스킨헤드들도 없으니 자기가 나서서 흑인들이 백인들에게 위협이 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겠다는 내용도 나옵니다. 


제가 이 사건을 보고 느낀 것은 어떻게 보면 우리 사회가 이런 괴물들을 만들어낸다는 점입니다. 점점 양극화되면서 잘 사는 사람은 더 부자가 되고, 못 사는 사람은 더 힘들어지면서 사회 취약 계층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지고, 교육 시스템이 무너지고, 본인들의 이익을 위해서 갈라 치기를 일삼는 정치인들과 이에 편승한 언론들에 의해서 인종 갈등이나 세대 갈등을 조장하는 편향된 정보가 넘쳐나는 언론과 인터넷의 부작용이 이런 사건의 형태로 표출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트럼프가 집권하던 2017년 1월에 미국에 이민 와서, 그의 집권 기간 동안 깊어진 미국 사회의 갈등, 그리고 코로나 사태 및 다른 여러 가지 이유로 점점 높아지는 미국에 사는 아시아 사람들에 대한 증오범죄, 그리고 최근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서, 또한 자기의 이익만 눈에 보이는 정치인들에 의해서 깊어지는 우리나라 젊은 세대의 중국 혐오 등을 보면서, 이 찰스턴 총기 난사 사건이 남의일같이 느껴지지 않아서 생각보다 너무 깊이 들어갔네요. 제가 다른 글에서도 언급을 했지만, 이 사건의 희생자를 기리는 장례식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명연설이 있었습니다. 유튜브에서도 연설 중간에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르는 감동적인 장면이 유명합니다만, 시간이 되시면 40분 정도 되는 전체 연설(https://youtu.be/pOKfHropvXI)을 들어보시면 미국에서의 뿌리 깊은 인종 갈등에 대해서, 종교의 역할에 대해서, 그리고 이 청년의 행동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찰스턴이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13만 8천 명 정도의 인구로 가장 큰 도시이지만, 그보다 살짝 적은 13만 2천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콜롬비아가 주도입니다. 2019년 기준 2천5백억 달러의 GDP로 미국의 주들 가운데 대략 중간 정도의 경제 규모를 갖고 있습니다. 목화로 유명했던 주라서 그런지 섬유 산업이 발달해있고, 그 외에 화학이나 제지, 기계나 자동차 산업이 발달했다고 합니다. 삼성 전자가 최초로 미국에 만든 가전 공장이 뉴베리(Newberry) 카운티에 있어서 1,200명의 직원이 세탁기를 생산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외에 BMW나 볼보도 공장이 있고요. 


혹시 하우스 오브 카드 드라마의 팬이라면, 케빈 스페이시가 연기한 프랜시스 언더우드가 이 주의 하원의원으로 나오는데요, 현재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주지사부터 연방 상원, 그리고 대부분의 연방 하원 의석을 공화당이 갖고 있고, 딱 하나의 연방 하원 의석을 민주당이 갖고 있는데, 1993년부터 하원 의원을 지내고 있고, 하원 다수당 원내 총무를 맡고 있는 짐 클리번(Jim Clyburn) 의원입니다.


최남단의 주답게, 덥고 습한 아열대 기후를 갖고 있어서 여름에는 섭씨 35도까지도 올라간다고 합니다. 겨울의 경우엔, 대서양에 닿아있는 곳에서는 겨울에도 평균 16도 정도까지 낮 기온이 나오고, 저녁에도 5도에서 8도 정도까지만 내려가는데, 내륙으로 들어가면 겨울밤에는 영하로 떨어지기도 한다네요. 한인 인구가 얼마나 되는지 자료는 못 찾았는데 대략 만 명 정도로 짐작한다는 어떤 목사님의 인터뷰 자료가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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