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 02
캘리포니아 주의 샌프란시스코에서 600마일 정도 북쪽으로 올라가면 오리곤 주의 포틀랜드가 나옵니다. I-5 고속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쭉 달리면 대략 9시간 반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운전 좋아하시는 분이면 한번 도전해볼 만하겠습니다. 저는 운전을 좋아하지 않아서요, 그 반대쪽 경로, 즉 샌프란시스코에서 I-5 고속도로를 남쪽으로 달려서 샌디에이고까지 오는데, 중간에 LA 쪽에서 길도 막히고 해서 대략 8시간에서 9시간 정도 걸리는 것도, 20년 전에 출장 와서 해 보고는 안 합니다. ^^
포틀랜드에는 인텔의 연구소가 크게 있습니다. 힐스보로라는 한적한 동네에 있었는데, 전 회사에서 자동차 관련 비즈니스 협의를 하러 출장을 간 적이 있어요. 그때, 공항에서 힐스보로의 숙소까지 가는 길에 우버 기사가 포틀랜드의 특징에 대해서 몇 가지 이야기를 해 준 것이 기억이 납니다. 뭐 자연이 아름답고 숲이 울창하고 이런 거는 그렇다 쳤는데, 이 도시가 얼마나 진보적인 도시인지를 설명해주면서, 한 번은 수백 명이 누드로 조깅을 하는 그런 행사가 있어서 그 옆을 운전해가면서 좀 황당했던 경험을 이야기해주더군요.
얼마 전에 저도 집사람이랑, 이곳 샌디에이고에서 별생각 없이 해변 산책을 나갔다가 올누드로 돌아다니는 분들을 보고 기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처음엔 정신이 좀 이상한 사람인가 했더니 나중에 알아보니까 누드가 허용된 해변이더군요. 거의 모든 사람이 정상적으로 옷을 입고 산책이나 조깅 혹은 서핑을 하고 있어서 몰랐던 거죠. 우리야 목욕탕에서나 다른 사람들 벗을 몸을 보는데, 이렇게 대낮에 수많은 사람이 가족들과 개를 산책시키고 있는 해변 한가운데를,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당당하게 걷거나 누워서 일광욕을 하는 분들을 보고, 참 여러 가지 의미에서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시 포틀랜드로 돌아와서, 누드로 조깅을 한다고 해서 진보적이라고만 할 수는 없겠지만, 미국에서도 상당히 liberal 한 곳으로 유명하고 환경 문제에도 유난히 관심이 많은 곳이라고 합니다. 최근의 Black Lives Matter 시위에 가장 적극적으로, 가장 오랫동안 참여를 했던 곳이기도 하고요. 아이러니한 것은, 포틀랜드가 미국에서 인구가 50만 명이 넘는 도시 35개 가운데 백인의 비율이, 라티노 계열을 제외하고도 71퍼센트로 가장 높았다는 것입니다.
서부 개척시대를 비롯한 역사적인 이유로 유색인종의 차별에 대한 흑역사를 지니고 있는 곳이라고 하는데, 오히려 그 반발로 최근 몇십 년간 매우 진보적인 성향을 띄게 된 건지도 모르겠네요. 이곳에 살았던 혹은 사시는 한국분들 인터넷 글을 읽어봐도 사람들이 여유롭고 친절하다는 이야기만 보이니, 유색인종이 살면서 피부로 느끼는 인종 차별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반면에 최근의 뉴욕타임즈 기사에서는, 거기 사는 흑인의 말을 빌려서 아직도 알게 모르게 차별이 느껴진다고 하니, 흑인분들이 느끼는 것과 한국인 이민자가 느끼는 것은 좀 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포틀랜드 인구는 66만 명 정도라고 나오고, 376 제곱킬로미터의 면적을 갖고 있으니, 우리나라의 남양주시 (310 제곱킬로미터, 69만 명)와 비슷한 정도라고 하겠습니다. 오리곤 주 전체로 보면 4백만 명이 좀 넘게 살고 있으니, 3백만 명이 사는 샌디에이고보다 3분의 1 정도 더 크지만, 면적이 840 제곱킬로미터에 불과한 샌디에이고에 비해서 오리곤은 거의 26만 제곱킬로미터에 가까우니, 거의 3백 배가 더 큰 지역입니다. 그래서 인구밀도도 제곱킬로미터당 15명 이랍니다. (샌디에이고는 1,700명...)
그 유명한 나이키나, 아웃도어 용품으로 유명한 컬럼비아의 본사가 있는 주라는 것, 혹은 소비세 (sales tax)가 없어서, 예를 들어서 대략 8%의 소비세를 받는 샌디에이고에 비해서 물건을 훨씬 싸게 살 수 있다는 것이 잘 알려진 사실이고요, 진보성향의 주답게 매년 선거에서 민주당이 이기는 주이고, 자연이 아름답다는 것, 와인이 유명하다는 정도, 겨울에는 흐린 날씨와 비가 많이 온다는 정도가 잘 알려진 것들 입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오리곤주의 한인 인구가 2만 명 정도로 집계된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4만 명 정도 살고 있다고, 2020년의 인구조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는 오리곤 한인회의 당부가 있었다고 하네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한국 마트나 병원, 부동산, 교회, 미용실 등등 웬만한 한인 업소들은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사시는 곳에 따라서 얼마나 가까운지가 달라지겠습니다만, 한국 분들이 많이 사는 곳은 아니네요. 어디서 본건데, 대략 한인 인구 3만명은 살아야 대형 마트가 들어올만한 경제적인 수지타산이 맞는다고 합니다. 그러니, 저는 오리곤 정부의 인구통계보다 한인회가 파악한 대략 4만명의 한인이 살고 있다고 하는 것이 더 신뢰가 갑니다. 물론 그 분들이 전부 포틀랜드에 모여서 사시지는 않겠습니다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