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 03
서부의 최 남단에서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캘리포니아 주의 샌디에이고에서부터 오리곤 주를 거쳐서 워싱턴 주까지 올라왔네요. 포틀랜드에서, 워싱턴의 시애틀까지는 180마일이라고 하니, I-5 고속도로를 타면 3시간 정도면 갈 수 있겠습니다.
일단 기본적인 사항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면적이 18만 제곱킬로미터가 좀 넘으니 10만 제곱킬로미터가 좀 넘는 대한민국에 비해서 거의 두배 가까이되는 크기입니다. 참고로, 지난번에 살펴본 오리곤주는 거의 26만 제곱킬로미터입니다. 워싱턴의 인구는 760만 명으로, 미국에서 13번째로 인구가 많은 주라고 합니다. 미국 주별 인구 순위가 궁금하신 분은 여기를 보시면 됩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List_of_states_and_territories_of_the_United_States_by_population
저도 많이 헷갈리는 부분인데, 우리가 미국의 수도로 잘 알고 있는 워싱턴 D.C. (District of Columbia)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대한민국 방송사 특파원들이 자주 나오는 백악관이나 국회의사당이 있는 워싱턴 DC는 미국 지도의 오른쪽 끝자락에 있는 메릴랜드 주와 버지니아 주 사이에 있는, 177 제곱킬로미터에 인구 70만 명 정도가 거주하는 특별 자치구역을 말하는 겁니다.
미국은 50개의 독립적인 주가 모인 연방 국가의 형태잖아요. 그래서 건국 초기에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의회를 열었다고 합니다. 한 번은 어떤 곳(방송에서 얼마 전에 봤는데 까먹었다는... -_-;)에서 회의를 하는데 무력 시위대가 본인들의 요구사항을 말하면서 의원들을 감금하는 상황이 있었던 이후로, 어떤 특정 주에 속하지 않는 자치구를 연방 정부가 사용하기로 했고,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이 지금의 워싱턴 DC 지역의 마름모꼴 지역을 지정했다고 합니다. 지금이야 이쪽이 완전 미국의 동쪽 끝이지만, 미국 건국 초기의 13개 주가 있을 때는 그 근방이 나름 중간 지역 정도 되었나 봅니다. 미국 연방 정부가 있는 워싱턴 DC가 워낙 유명해서, 그냥 워싱턴이라고 하면 수도인 워싱턴 DC로 알아듣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하니, 훨씬 더 큰 면적과 인구를 자랑하는 워싱턴 주로서는 섭섭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워싱턴은 꼭 워싱턴 주라고 해야 사람들이 DC와 구별해서 알아듣는데, 시애틀은 당연히 시애틀이라고만 해도 모두들 어디 있는지 잘 아는 워싱턴 최대의 도시입니다. 시애틀 시만 놓고 보면 인구 75만 명에 369 제곱킬로미터 정도 되는 크기이니, 크기는 오리곤의 포틀랜드와 비슷하고 인구는 10만 명 정도 더 많이 사는 거네요. 근데 근처의 카운티와 시들을 포함한 시애틀 메트로폴리탄 지역이라고 불리는 곳의 전체 인구는 거의 400만 명에 가까워서, 오리곤 주 전체 인구와 비슷합니다. 미국 전체의 도시권 인구 순위에서도 15위에 해당하고, 서부에서만 보면 천 3백만 명의 LA 도시권(2위)과는 비교하기 힘들지만, 4백7십만 명의 샌프란시스코 도시권(12위), 4백6십만 명의 리버사이드 도시권(13위)과 비슷한 수준의 인구 밀집 지역입니다.
그 유명한 스타벅스가 처음 생긴 곳이고, 항공기로 유명한 보잉의 본사도 여기에 있습니다. UPS도 시애틀에서 시작했고요, 아시는 분이 많지는 않겠지만 대형 트럭 브랜드로 유명한 패카(PACCAR)의 자회사인 켄워스(Kenworth Truck Company)도 시애틀 북동쪽에 있는 커클랜드(Kirkland)라는 도시에 있다고 합니다. 제가 요새 이 회사와 같이하는 프로젝트가 있으니 한 번쯤은 출장을 갈 일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놈의 코로나 사태가 먼저 해결돼야 하겠지요. Kirkland라는 도시 이름을 들어보시면 바로 떠오르는 다른 회사가 있죠? 네, 바로 코스트코의 본사도 시애틀 동쪽의 이사콰(Issaquah)라는 곳에 있다고 합니다. 코스트코의 첫 창고형 매장이 오픈한 것도 1983년에 시애틀에서라고 하네요. 그래서 자체 브랜드를 도시의 이름을 따서 커클랜드라고 지었다고 하고요. 제가 최근에, 새로운 웨지가 필요해서 알아보다가, 일제 브랜드 고급 웨지 하나 가격에 3개나 주는 커클랜드 웨지 세트를 사서 쓰고 있는데요, 골프 하시는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합니다. 뭐 유명 브랜드의 명품을 쓰는 것도 의미가 있겠습니다만, 매우 합리적인 가격에 충분한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주는 코스트코에 매우 감사하면서 잘 쓰고 있습니다. 다음에는 골프공도 커클랜드로 갈아탈까 하고 있습니다. ^^;
IT 쪽으로도 매우 유명한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본사가 이곳에 있습니다. 서두에 이야기한 I-5 고속도로를 타고 위로 220킬로미터 정도 달리면 나오는 캐나다의 밴쿠버와 IT 동맹을 맺어서 같이 발전하자는 이야기도 나오는 모양인데, 트럼프 집권 이후로 강해진 미국의 반 이민 정서에 대한 걱정도 그런 협력의 이유 중 하나라고 하고요. 바이든이 대선에서 승리했으니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만, 워싱턴주는 캘리포니아와 더불어 반 트럼프 운동의 거점이었습니다. 얼마 전 Black Lives Matter 운동이 격화될 당시, 시위대가 캐피톨 힐 자치구역 (Capitol Hill Autonomous Zhone, CHAZ)을 선언하고 한 달간 경찰서를 중심으로 점령을 했던 곳이라서, 뉴스를 보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네요. 당연히 민주당 우세지역일 뿐만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버클리와 함께 극좌파 지역으로도 유명하고, 성소수자를 비롯한 차별 반대의 문화가 강하고, 초기의 중국인 이민자들 덕분에 미국에서 가장 동양인들에게 우호적인 곳이라고 하네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미국 본토의 도시가 워싱턴주의 시애틀(타코마 공항)이라고 하는데요, 저도 시애틀 경유 편으로 한국 출장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뭐 샌프란시스코 통해서 오는 거랑 별 차이가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만, 기록상으로 보면 10시간 5분이라고 하니 샌프란보다 15분 정도 빠르게 오는 거네요. 근데 어차피 거기에서 다시 국내 편 갈아타고 오려면 별로 큰 의미는 없는 듯합니다. 시애틀의 한인 인구는 6만 7천 명이라고 나오는데요, 시애틀 전체 인구가 75만 명이라고 하니, 거의 10퍼센트에 육박하는 숫자입니다. 미국 도시 가운데 한인 인구 기준으로, LA (33만 명), 뉴욕 (21만 명), 워싱턴 (9만 3천 명)에 이어서 4위라고 합니다. 이렇게 한인이 많은 도시인 줄은 몰랐네요. 요새 아마존에서 일하시는 한국 분들 유튜브 방송을 가끔 보고 있는데, 그쪽에 한국 IT 쪽 일하시는 분들이 많은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