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 07
애리조나 주와 북쪽으로 주 경계를 맞대고 있는 주가 유타 주입니다. 지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두 주의 경계가 자로 잰 듯이 일자로 되어있습니다. 애리조나 주와의 경계선은 북위 37도로 정해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위도가 북위 33도에서 39도 사이에 있고요, 서울이 바로 북위 37.4도에 있습니다. 위도 1도가 대략 111km 정도이니, 애리조나 주의 경계를 넘어서 유타 주로 약 45km 정도 올라가면 서울의 위도와 같아질 겁니다.
날씨라는 것이 위도만으로 정해지지는 않습니다만 방금 유타 주에서 대략 북위 37도 정도에 있는 세인트조지의 날씨를 살펴보니, 제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오전 8시 기준 섭씨 4도로 나옵니다. 오늘 서울의 일기예보를 보니 오전 7시 무렵에 대략 4도 정도로 나오는 것을 보니,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신기하기도 합니다.
제가 세인트 조지라는 지역은 잘 모르지만, 이 도시는 남가주 분들에게도 매우 친숙한 15번 고속도로에 붙어있습니다. 미국에서 라스베이거스 지역에 이어서 두번째로 급성장을 하고 있는 메트로폴리탄 지역이라고 하네요. 샌디에이고에서 15번 고속도로를 타고 한 시간 정도 위로 올라가면 꽤 많은 한인들이 살고 있는 리버사이드 카운티가 나옵니다. 거기서 동쪽으로 꺾어서 50마일 정도 10번 고속도로를 타고 가면 저희 집사람이 좋아하는 아웃렛과 아름다운 골프장이 있는 팜 스프링스가 나오지만, 한눈팔지 않고 그냥 계속 15번 도로를 타고 가면 라스베이거스까지 갈 수 있지요. 라스베이거스에서 다시 2시간 넘게 열심히 달려서 애리조나 주를 살짝 거쳐서 유타 주 경계를 넘어가면 자이언 캐년 (Zion Can)이 나오는데, 그 중간에 있는 곳이 바로 오늘의 서울 (예상) 아침 기온과 정확히 일치했던 세인트조지라는 곳입니다.
이 자이언 캐년은 제가 예전의 글에서도 언급한 그랜드 캐년을 포함하는 미서부 관광 상품에서 늘 등장하는 아름다운 국립공원인데요, 저희가 장 보러 자주 가는 샌디에이고의 시온 마켓과 같은 바로 그 Zion을 이름으로 씁니다. 영어로는 자이언이라고 발음하고 한국어로 시온이라고 하는 이 명칭은, 기독교 교인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이스라엘에 있는 산 (Mount Zion)의 이름입니다. 다윗왕을 비롯한 역대 이스라엘 왕들의 무덤과 여러 기독교 유적들이 있어서 그런지, 산 이름이기도 하지만 예루살렘 전체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확장이 되었으며 기독교에서는 신성한 곳을 가리키는 의미로도 쓰인다고 합니다.
이 지역에 원래 살던 파이우트 (Paiute) 인디언들이 “곧은 협곡”이라는 의미의 “Mukuntuweap”이라고 불렀다는데, 1800년대에 이 지역을 개척하고 정착한 몰몬교도들에 의해서 Zion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예전에 한국에서 말일성도 예수 그리스도 교회라는 명칭을 사용하다가, 말일이 주는 부정적인 어감 때문인지 지금은 예수 그리스도 후기성도 교회라고 정식으로 부르고, 간편하게는 몰몬교라고 부르는 기독교계의 독립적인 교파인 바로 그 종교인들이 홈그라운드로 생각하는 곳이 이곳 유타 주입니다.
몰몬교에서 시온은 교도들이 모여서 사는 공동체에 대한 은유로 즐겨 사용이 되는데요, 1863년에 자이언 캐년을 개척하고 정착한 몰몬교 탐험가인 Isaac Behunin이 “A man can worship God among these great cathedrals as well as he can in any man-made church; this is Zion. (교회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아름다운 자연의 성전에서도 주님께 예배를 드릴 수 있다. 이곳이 시온이다.)”라고 말한 것이 유래가 되어서 현재의 자이언 국립공원의 이름이 되었다고 합니다.
몰몬교들이 1830년에 뉴욕주에 첫 교회를 설립한 후에 박해를 피해서 서쪽으로 본인들의 정착지를 찾아서 이동하다가 어떻게 지금의 유타 주에 살게 되었는지를 비롯한 다양한 미국 주의 형성 과정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 있는 ‘How The States Got Their Shapes (https://www.amazon.com/gp/video/detail/B004Z4QUB0/ref=atv_dp_share_cu_r)’ 라는 다큐멘터리를 보시면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사실 제가 이 미국의 주 시리즈를 쓰기 시작한 계기가 된 것이 바로 그 시리즈인데요, 시즌 1이 내용도 충실하고 더 재미있습니다. 시즌 2는 쓸데없이 퀴즈쇼 방식을 도입해서 몰입감이 좀 떨어지고, 에피소드당 시간도 시즌 1의 40분에 비해서 절반밖에 되지 않지만, 뭐 그냥 보던 김에 다 보기는 했습니다.
시즌 1의 7번째 에피소드인 “Church and States”편의 후반 10분이 유타 주와 몰몬교의 초기 정착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초대 교주인 조셉 스미스가 1844년에 사망한 후에 두 번째 교주인 브리검 영 (Brigham Young)은 몰몬교도들과 다른 주민들 간의 충돌이 잦아지자, 이를 피하고자 이주를 결정하고 1847년에 당시 멕시코의 영역이던 솔트레이크 계곡에 도착합니다. 천신만고 끝에 험악한 환경을 이겨내고 정착을 하던 가운데 미국에 멕시코와의 전쟁을 이기면서 북아메리카 남서부 지역이 모두 미국의 영토가 되죠. 이에 몰몬교에서는 1849년에 데저렛 주(State of Deseret)이라는 이름으로 미 합중국 연방에 가입 신청을 합니다. 당시에 이 제안이 받아들여졌다면, 이 주는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의 꽤 많은 부분과, 유타, 네바다 모두를 포함하는 어마어마한 크기가 되었을 텐데, 문화적인 차이에 대한 거부감이나 정치적인 고려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서 현재의 유타주의 크기로 쪼그라들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안 그랬으면 샌디에이고도 데저렛 주의 일부가 되었겠습니다.
작아졌다고 표현을 했습니다만, 데저렛 지역이라는 제안이 워낙 거대해서 그런 것이지, 유타주는 약 22만 제곱킬로미터 정도로 한반도와 비슷한 면적을 갖고 있습니다. 미국의 주에서 압도적인 사이즈 (1백7십만 제곱 킬로미터)를 자랑하는 알래스카나 70만 제곱 킬로미터인 텍사스, 42만 제곱 킬로미터인 캘리포니아보다는 훨씬 작지만, 10위, 11위인 와이오밍이나 미시간 주가 25만 제곱 킬로미터이고 바로 그 아래 12위인 미네소타의 23만 제곱 킬로미터에 약간 못 미쳐서 13번째로 큰 주입니다.
인구는 3백2십만 명으로 미국의 주 및 지역들 가운데 30위권이지만 인구 증가율로는 2010년의 인구조사에 비해서 2020년의 인구가 거의 50만 명이나 늘어서 인구 증가율로 워싱턴 DC에 이어서 당당히 2위를 차지했습니다. 자식을 많이 낳는 몰몬교의 성향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하고 혼자 짐작해봅니다. 미국 전체에서 영국계 백인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라고 하는데, 재미있는 것은 워낙 선교를 중시하는 종교답게 해외 파견을 다녀온 선교사들이 많아서 한국어를 비롯한 아시아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들을 구하기가 편하다고 합니다.
유타 주의 주도이자 최대 도시이며, 몰몬교의 수도라고 할 수 있는 솔트레이크 시티는, 시내 기준 18만 명에 도시권 인구 100만 명으로 유타 주 인구의 3분의 1 정도가 이쪽에 모여있습니다. 주 전체로 봐도 그렇고 솔트레이크 시티를 봐도 그렇고 대략 절반 정도의 인구가 몰몬교도입니다. 교리에 술, 담배, 마약은 물론 커피, 홍자 또는 녹차 등의 음료를 금지하는 율법이 있다고 하는데요, 4도 이상의 술을 살려면 전문 주점 (Liquor Store)를 통해야 하고, 일요일에는 그나마도 문을 열지 않는 등, 저처럼 애주가들에게는 참으로 살기 힘든 곳이라고 짐작해봅니다.
2019년 유타 한인회장님과의 인터뷰 기사(https://utahkc.com/%EB%AF%B8%EA%B5%AD-%EC%9C%A0%ED%83%80%EC%A3%BC-%ED%95%9C%EC%9D%B8%ED%9A%8C-35%EB%8C%80-%EA%B0%95%EC%84%B1%EA%B8%B8-%ED%9A%8C%EC%9E%A5%EA%B3%BC%EC%9D%98-%EC%9D%B8%ED%84%B0%EB%B7%B0/)를 보니까 대략 만 명 정도의 한인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그 정도면 한인 타운이 만들어지기에는 좀 작을 듯합니다. 이 기사에 보니까 2020년에 델타에서 인천 직항 편을 준비한다고 했는데, 코로나 사태로 진행이 되지 않았을 듯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