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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미국의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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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이킴 Feb 28. 2021

몬태나 (Montana: MT)

미국의 주: 08

윈터 커피(Winter Coffee)가 따로 어떤 특정 종류의 커피를 말하는 건지 그냥 겨울에 몸을 따뜻하게 해 주는, 다양한 종류의 첨가물이 들어간 커피를 말하는 건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얼마 전에 넷플릭스에서 봤던 영화 폴라(Polar)에 보면, 던컨과 카밀이 동네 식당에서 만나는 장면에, 웨이트리스가 “Winter Coffee?”라고 묻고는, 커피에 술병에 담긴 (아마도) 위스키를 넣어서 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리고 둘이 좀 더 친해진 후에 던컨이 카밀 집에 초대를 받아서 커피를 마실 때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Duncan: I’ve never heard about winter coffee before.

Camille: No? I use bourbon and maple syrup.


뭐 실제로 그걸 신경 쓰고 만드는 것은 아니겠습니다만 카밀이 만드는 이 특제 겨울 커피에는 참으로 넉넉하게 위스키가 들어가네요. 카밀은 버번과 메이플 시럽을 쓴다고 했습니다만, 이런 쪽으로 가장 유명한 아이리시 커피는 존 제임슨을 씁니다. 크림과 같이 부드럽고 약간 느끼하기까지 한 정통 아일랜드 위스키인 존 제임슨을 써 줘야 제대로 된 아이리시 커피라고 할 수 있죠. 원래 아일랜드 더블린 공항의 라운지에서 추워하는 승객들에게 제공해주던 칵테일이라고 합니다만, 상당히 독합니다. 제가 더블린 갔을 때, 아이리시 바에서 맥주를 곁들여 그곳 특유의 흥겨운 음악을 들으며 즐겁게 놀다가 좀 으슬으슬하기도 하고, 본토에서 정통 아이리시 커피 맛도 보고 싶어서 한잔 시켜서 마시고는 그냥 녹다운됐던 아픈 추억이 있지요. 


아이리시 위스키 대신에 브랜디가 들어가면 로열 커피가 되고, 베일리스가 들어가면 베일리스 커피가 됩니다. 따뜻한 커피에 깔루아를 좀 넣고 휘핑크림을 넉넉하게 얹어주면 이것도 맛있다고 하는데 이렇게 마셔본 적은 없네요. 보통은 깔루아에 그냥 우유만 넣어서 차갑게 마시는 깔루아 밀크를 간편하게 만들어 마시는데, 최근에 원두 가는 기계를 장만했으니, 깔루아와 잘 어울린다는 도미니크 산 커피콩을 구하면 시도를 해 봐야겠습니다.


영화 폴라는 몬태나의 트리플 오크(Triple Oak)라는 가상의 도시가 배경으로, 선물가게 겸 편의점 그리고 그 옆에 있는 허름한 식당으로 황량한 소도시의 느낌을 잘 표현했는데 사실은 전부 토론토에서 촬영한 것이라는 아픈 진실을 들었습니다. 진짜 몬태나에서 촬영한 영화로는 1992년에 개봉한 흐르는 강물처럼(A River Runs Through It)과, 1994년에 개봉한 가을의 전설 (Legends of the Fall)이 있는데 재미있게도 둘 다 브래드 피트가 주연을 맡았었네요. 


가을의 전설은 배경이 오래전 1차 세계대전 당시인데, 몬태나에서 찍은 장면은 뭐 그때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있을까 싶네요. 워낙 영화의 결이 많이 다르긴 하지만 둘 다 몬태나의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흥미진진한 드라마를 그린 것으로 유명합니다. 가을의 전설에서 수잔나가 아름다운 자연에 감탄했다고 하자, 알프레드가 이런 대사를 합니다:


“Well, it doesn’t seem like much of a gift four months into a hard winter.”


잘 모르는 외지인은 아름답다고 느낄지 몰라도, 4개월이 넘게 혹독한 겨울을 지내보면 그렇게 아름답게만 보이지는 않을 거라는 대답인데요, 몬태나는 추운 날씨로 유명합니다. 지역이 크고 다양한 기후가 있지만 1월의 평균 기온이 영하 9도에서 0도 정도라고 합니다. 참고로 우리나라 1월 평균 기온은 영하 2.4도라고 합니다. 

이건 평균 기온이라서 이렇고요, 스페인어의 산을 뜻하는 이름에서 왔다고 하는 주의 이름답게 해발 고도가 4,000미터가 넘는 지역까지 있을 정도인데요, 1954년 1월 20일에 로저스 패스(Rogers Pass)라는 금광에서, 화씨로 영하 70도, 섭씨로 영하 56.7도를 기록한 적이 있는데, 이게 미국 본토에서 기록된 가장 낮은 온도라고 하네요. 같은 날 주도인 헬레나는 “겨우” 영하 37.8도밖에 안되었다고 하는데 두 곳의 거리 차이가 겨우 40마일(64킬로미터)밖에 안된다고 하니 급격한 기후변화를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반면에 사시는 분들 이야기에 따르면 오히려 한국의 겨울보다 온화하다고 한다니, 정말로 동네마다 많이 다른 모양입니다. 어느 정도 살만한 곳에 도시가 형성되어서 그렇지 않을까 짐작만 해 봅니다.


몬태나주는 38만 제곱킬로미터의 면적으로 일본과 거의 같은 크기입니다. 10만 제곱킬로미터인 대한민국의 4배 가까운 면적에 인구는 대략 1백만 명 정도라고 하니, 경기도 고양시, 용인시 혹은 경남 창원 정도의 인구가 이 광활한 지역에 띄엄 띄엄 살고 있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인구의 90퍼센트 정도가 백인이지만, 또한 전통적으로 인디언이 많이 살고 있는 곳이랍니다. 대략 6만 6천 명 정도의 아메리칸 원주민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영화 가을의 전설에서도 아버지인 러들로 대령의 집에 같이 사는 인디언 가족이 매우 중요한 비중으로 등장하죠. 인디언에 대한 차별도 당시의 사회상으로 계속 영화에 주요 주제로 나오고요. 그렇게 따지면 미국 사람들도 다른 민족들에게 못할 짓을 많이 한 셈입니다.

 

아시아 인구는 인디언의 10분의 1 정도라고 하니 6천 명 남짓이라는 건데, 그 가운데 한인 인구는 300명 정도라고 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한국 식당도 있고 아시안 마켓에서는 한국 식료품도 살 수 있다고 인터넷에 나오네요. 유학생들도 있고 직장 다니시는 분도 드물게 있고 한가 봅니다. 자연이 참으로 아름답다고 하는데 저희는 부부 모두 추운 거 좋아하지 않아서 일부러 가보거나 하지는 않을 듯합니다만, 혹시라도 들리게 되면 영화의 장면들을 떠올리면서 둘러봐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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