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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미국의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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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이킴 Mar 22. 2021

와이오밍 (Wyoming: WY)

미국의 주: 09


제가 예전에 다니던 회사 이름이 윈드리버(Wind River)라는 회사였습니다. 실리콘 밸리에 재미난 이름을 가진 회사가 많이 있습니다만, 이 회사는 최신의 인공지능이나 인터넷 관련 회사가 아니고, 비행기나 군사 장비 혹은 네트워크 관련 장비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서 파는, 좀 전통적인 성향의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회사입니다. 그런 회사의 이름치고 윈드리버라는 이름은 좀 특이하죠. 


한국에서 일할 때 모르는 사람과 인사를 하면서 명함을 주면 혹시 뭔가 레저나 스포츠 용품회사인가 보다 하고 짐작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이 회사의 창업자가 재미난 사람입니다. 일리노이 공대를 나와서 컨설팅을 하다가 회사를 차렸고 결국은 나스닥에 상장까지 시켰으니, 꽤 훌륭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이자 기업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프로급의 뮤지션이기도 합니다. 한 번은 회사 직원들이 모인 연례행사에서 본인 밴드와 함께 나와서 기타 연주를 하면서 스스로 작곡한 노래를 공연한 적이 있는데 앨범도 냈다고 해서 깜짝 놀랐네요. 제 취향이 아니라서 사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냥 회사원도 아니고 나스닥 상장 회사를 창업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학창 시절부터 즐겨하던 음악을, 앨범을 낼 정도까지 계속할 수 있다는 것에 깊은 인상을 받은 기억이 납니다.


이 양반이 80년대 말에 회사를 창업하기 전에 와이오밍주를 여행한 적이 있는데 그때 여행한 곳 중에 윈드리버 산맥 (Wind River Mountain Range)라는 곳을 지나면서 깊은 인상을 받아서 나중에 회사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합니다. 미국 중부를 세로로 가로지르는 대평원 (Great Plains) 지역이 서쪽으로 가다가 와이오밍에 이르러서 록키 산맥을 만납니다. 와이오밍에 산들이 많은데 그중에서 윈드리버 산맥의 가넷 피크라는 곳이 4천 미터가 넘는다고 하네요. 


윈드리버는 또한 와이오밍에 있는 인디언 보호구역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7천5백 명 정도의 북미 원주민 부족들이 모여 살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에 326곳의 인디언 보호구역 (Indian Reservation)의 한 곳입니다. 참고로 미국 전역의 인디언 보호구역의 총면적이 22만 7천 제곱킬로미터라고 하니, 미국 영토의 2.3% 정도의 지역에 갇혀 살고 있는 셈이죠. 와이오밍주는 25만 제곱킬로미터로 작지 않은 사이즈의 주이지만 인구가 60만 명도 되지 않아서 미국 50개 주 가운데 인구가 가장 적은 주입니다. 


나무 위키의 와이오밍 편에 보면 주 전체에 에스컬레이터가 (올라가는 것과 내려가는 것을 한 세트로 봤을 때) 2세트밖에 없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기사 링크를 보면 2017년입니다. 궁금해서 더 찾아봤는데 2020년 12월 기사에서 주지사 사무실에 문의를 해 봤더니, 그 후로 주에 에스컬레이터가 더 생겼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땅이 넓고 사람이 많지 않으니, 현대식 쇼핑몰이나 공항에 있는 에스컬레이터가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할 수도 있겠습니다. 정 필요하면 엘리베이터를 타면 되니까요. 에스컬레이터 드립 말고도 와이오밍에 사람과 차가 많이 않다는 것을 이용한 재미난 농담이 많은가 봅니다.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이라고 하는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몬태나, 아이다호 그리고 와이오밍의 세 개 주에 걸쳐있는데, 대부분이 와이오밍에 있습니다. 와이오밍 주의 모양이 네모 반듯한데 그 윗변의 중간쯤에 쉐리든 (Sheridan)이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옐로 스톤 공원과 러시 모어 산 사이의 국도 14번과 16번 중간에 있는데 예전 기사를 보면 이곳에 “애숙 (Ae Suk)”이라는 한국 식당이 있었다고 나오는데 아직도 있는지 모르겠네요. 


구글 지도 검색으로는 와이오밍 전체에 Korean Restaurant이 한 곳도 안 나오는데 그건 좀 말이 안 되고요, 그냥 분류가 잘못된 것 같습니다. 한인 식당이 일식도 겸하고 하는 곳이 많으니까요. 예를 들어서 와이오밍의 주도인 샤이앤(Cheyenne)의 한국 식당을 옐프에서 검색해보면 1번으로 나오는 Korean House는 만약에 이 기사(http://bit.ly/cWG8AT)에 나오는 주인분께서 아직도 하고 계신다면 20년이 넘은 순수 한국 식당이 되는 거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혹시라도 차로 옐로스톤을 여행할 일이 생긴다면 한번 들려봐야 하겠습니다.


2018년 샌프란시스코 영사관 자료에 보면 한인 인구가 유학생 포함해서 거의 천명 가량 있다고 나오는데요, 워낙 인구가 적어서 그런지, 예를 들어서 직장이 샤이엔이라도, 차로 30 ~ 40분 걸리는 근처의 콜로라도 포트 콜린스에서 출퇴근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는 글도 있더군요. 뭐 한국인들 아무도 없는 곳에서도 아이 키우고 필요한 식재료 구해서 음식 해 먹으면서 살 수는 있겠지만 아무래도 어느 정도라도 한인 커뮤니티가 있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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