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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미국의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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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이킴 Mar 29. 2021

콜로라도 (Colorado: CO)

미국의 주: 10


미국의 지리를 볼 때 좀 헷갈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서부"의 개념입니다. 제가 캘리포니아주에 살고 있으니 태평양에 면한 부분이 미국의 서부라는 것은 잘 알겠습니다. 지도에서 봐도 미 대륙의 서쪽 끝이고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미 대륙에서 볼 때 완전히 동쪽에 있는 지역도 서부라고 해서 좀 혼란스러웠습니다.


근데 미국의 역사를 들으면서 좀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영국에서 개척민들이 대서양을 건너서 처음 정착을 한 곳이 미국 동부 해안 지역이었고, 따라서 거기를 중심으로 대륙 중심으로 가는 것은 서부 개척이 되는 것이죠. 중국이 스스로를 세계의 중심이라고 하고, 중국을 기준으로 동서남북으로 오랑캐들을 규정한 동이, 서융, 남만, 북적과 비슷한 원리라고 하겠습니다. ^^


동부 대서양 쪽에서 출발할 때 서부의 시작이 어디부터냐는 어떤 자료를 인용하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합니다. 미국이 인구 조사를 할 때 삼는 기준으로 중서부 (Midwestern) 지역이라고 하는 곳은, 제가 보기엔 거의 동부인 오대호 남쪽에 있는 미시간주나 오하이오주까지를 포함합니다. 오대호 근처의 스노우 벨트 (snow belt)를 지나 내륙으로 들어가기 시작하면 중간에 대평원 (Great Plains)라고 부르는 미 대륙을 거의 절반으로 나누는 평평한 지역이 나옵니다.


지난번에 살펴본 몬태나와 와이오밍을 수직으로 절반으로 나누어서 대략 오른쪽이 대평원 지역이고 왼쪽이 로키 산맥이 되는데요, 콜로라도주 역시 주의 동쪽은 대평원 지역이고 주의 서쪽은 로키 산맥이 관통하고 있어서 해발 고도가 엄청 높은 지역입니다. 박찬호나 류현진 투수의 경기를 즐겨보는 분들이라면 이곳 콜로라도 덴버에 있는 쿠어스 필드라는, 해발 고도가 1,600미터에 달하는 야구장을 기억하실 겁니다. 콜로라도 로키스 구단의 홈구장으로, 높은 고도 탓에 공기 밀도가 낮아서 공이 멀리 날아가므로 타자에게 매우 유리한 구장으로 유명하죠. 이 쿠어스 필드 구장이 지어지기 전까지 야구팀이 미식축구팀과 함께 나누어 쓰던 홈구장의 이름이 마일 하이 스타디움입니다. 1마일이 1,600미터이고, 딱 이 지역의 해발 고도가 되니 그런 이름이 붙었고, 콜로라도의 주도이면서 최대 도시인 덴버의 별명이 바로 Mile High City이기도 합니다. 


중서부 지역의 대평원과 로키 산맥이 만나는 몬태나, 와이오밍, 콜로라도주는 역시 인용되는 자료에 따라 어디에서는 중서부 지역으로 들어가기도 합니다만, 인구 조사국 (US Census Bureau)의 자료에 따르면 이 지역은 Region 4 West의 Division 8 Mountain에 속합니다. 중서부가 아니고 제대로 서부 지역의 시작점인데, 그 서부 지역에서도 태평양에 속한 지역 (Division 9 Pacific) 말고 산악 지역에 속한 곳들을 말합니다. 그래서 시간도 산악 표준시 (Mountain Standard Time)를 사용해서 태평양 표준시를 쓰는 캘리포니아에 비해서 한 시간 빠릅니다.

 

지도에서 보면 미국의 주의 모양들이 제각각인데, 완전하게 네모난 주는 와이오밍과 콜로라도 두 곳뿐입니다. 물론 이 주들 말고도 주의 모양이 정해질 때 위도와 경도를 갖고 나눈 곳이 많습니다만, 그런 주들도 주 경계의 어느 한쪽은 산이나 강 혹은 바다와 같은 자연적인 경계와 접해서 좀 더 개성 있는 주의 모양이 확정이 되었는데, 딱 이 두 개의 주는 네모 반듯하게 정해진 위도와 경도에 따라 주 경계선이 정해졌습니다.

 

아마존 프라임의 How The States Got Their Shapes의 한 에피소드에 보면, 주의 경계가 정해지던 시절의 측량 기술에 비해서 지금은 보다 정밀하게 측정이 가능한데, 그렇게 볼 때 지금 주의 경계가 정확하지 않은 곳이 있다고 합니다. 이게 그냥 들판 한가운데 의미 없는 지역이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예를 들어서 아주 중요한 자원인 강이 지나간다거나 하는 경우에는 주 사이의 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거죠. 뭐 그래서 한쪽 주에서 소송을 걸어도 다른 주에서 상대를 안 해주면 그냥 지금의 주의 경계가 인정이 되는 모양입니다. 그 에피소드에서도 약간 웃자고 하는 이야기 식으로 다루고 넘어가더군요. 이게 나라와 나라 사이의 경계라면, 지금 인도와 중국에서 벌어지는 거처럼 유혈이 낭자한 사태로 커지거나 혹은 우리나라와 일본이 독도를 두고 몇 백 년째 앙금이 쌓이고 있는 것처럼 심각한 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결국은 같은 나라에서 지역 간의 경계에 관한 일이라서 대충 넘어가나 봅니다.


저랑 전 회사에서 같이 일했던 양반들이 몇 년 전에 공동으로 회사를 창업했습니다. 한분은 싱가포르에 있고 한분은 콜로라도에 있는데, 이 양반들이 만든 아이템이 농작물을 보다 잘 기르기 위해서 햇빛의 양이나 토양의 상태 등등을 측정해서 농장주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장비 및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서 파는 것입니다. 딸기나 아몬드 재배 등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하는데, 특히 대마초 재배 농장에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양입니다. 이미 콜로라도의 대마초 농장에 납품을 해서 제품 테스트를 하고 있으니, 샌디에이고 쪽의 대마초 농장에 한번 영업을 해 보면 어떻겠냐고 해서 한동안 이야기를 하다가, 코로나 때문에 제품 개발과 납품이 지연이 되기도 했고, 회사 생활하면서 사이드로 하기 만만치 않을 듯해서 접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마리화나로 잘 알려져 있고 영어로는 cannabis, weed 등으로도 불리는 대마초는 2020년 기준으로 미국의 15개 주에서 기호용 (recreational)으로 합법적으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콜로라도주는 2012년(의 투표에서 통과했으니 발효는 2013년)에 미국에서 마리화나를 기호용으로 합법화시킨 첫 주가 되었습니다. 그 후로 8년간 8조 원이 넘는 관련 매출을 올렸다고 하는데 그 매출액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2017년의 첫 3분기 동안의 매출만으로 이미 $1.26 billion이라고 하니 우리 돈으로 1조 5천억 원대의 시장이 형성된 것이고, 주 정부는 이를 통해서 $194 million, 거의 2천3백억 원의 세금과 라이선스 수입을 얻었다고 하네요. 


그 뒤를 이어서 오레곤, 워싱턴 캘리포니아 등이 2014년에서 2016년에 관련 법을 통과시켰고요, 작년의 총선에서 뉴저지, 버몬트, 애리조나, 몬태나 그리고 사우스 다코타의 5개 주가 추가됐습니다. 의료용의 마리화나 사용은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주에서 허용을 하고 있었고요. 제가 다니는 골프장에서도 아주 가끔 피는 사람을 볼 수 있는데, 매우 독특하고 고약한 냄새가 납니다. 썩은 걸래 태우는 느낌이랄까요? 도대체 저런 것을 왜 하나 싶을 정도인데, 한국 시민인 저는 속인주의에 따라서 대마초 흡연이 불법이므로 근처에도 가지 않습니다. 


어디서 봤는데, 대마초는 간접흡연만으로도 검사에서 나올 수 있는 민감한 약물이라고 하는데 조심해야 하겠네요. 멀쩡하게 출장 온 저를 갑자기 붙잡고 한국에서 대마초 약물 검사를 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오히려 거꾸로 미국에서, 특히 회사를 옮길 때는 신체검사를 하는데, 그때 소변을 통한 약물 검사를 하게 됩니다. 어떤 항목을 어떻게 보는지는 알려주지 않고 그냥 합격 불합격만 판정을 하는데요, 그 검사를 위탁해서 해주는 기관에서 검사를 받을 때 궁금해서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혹시 마리화나 성분이 나오면 어떻게 되냐고요. 그 친구 말이, 자기네는 검사 결과만 알려주고, 합격 불합격 여부는 회사에서 결정을 하는 건데, 자기가 알기로 꽤 많은 회사에서 마리화나 성분이 소변검사에서 나올 경우 불합격을 시키는 것 같다고 하더군요. 근데, 기호용 마리화나의 사용이 합법화된 곳에서는, 예를 들어서 음주나 흡연과 같은 개인의 사생활이라고 볼 수도 있을 텐데, 그걸 이유로 불합격을 시켜도 되는 건지는 모르겠네요. 뭐 뽑는 사람 마음대로 정할 수 있을 듯도 합니다만...


콜로라도는 대략 27만 제곱킬로미터로 와이오밍과 비슷한 크기지만 인구는 5백만 명이 넘어서 꼴랑 60만 명 있는 와이오밍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규모입니다. 한인 인구도 4만 명이 넘고 덴버에는 H 마트가 2곳이나 있을 정도라고 하니, 한인 커뮤니티가 꽤 크게 있을 거라고 짐작합니다. 유나이티드 항공의 허브 공항이 덴버라고 하므로 저도 출장 다니면서 몇 번은 들려봤지 싶지만, 아마 환승만 했을 것이므로 별 기억은 없는 공항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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