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정의하기도 어렵고 경계도 모호한 직업인 중에 하나라면 손꼽을 수 있는 것이 마케터인 것 같다. 그렇기에 할 것도 참 많다. 기획단부터 유통, 디자인까지 신경 써야 하기에 야근은 마케터의 숙명이 아닐까 싶은 일상을 살아오다 보니 취미는 침대에 오래 누워 있기와 넷플릭스 시리즈 찾기 정도라고 말할 수 있었다.
이런 일상을 핑계로 취미를 뒤로 미뤄 두었지만 하나를 진득하게 못하는 나의 성격도 한몫하였다. 캘리그래피, 도예, 킥복싱, 발레, 요가, 필라테스, 블로그 등을 배워보았지만 3개월을 못 가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는 불나방 같은 성격 탓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례행사처럼 찾아오는 '노잼시기'를 맞이하게 되어 지름신으로 노잼시기를 극복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취미'라는 것을 다시 들쳐보았다.
평소 취미를 살려 유튜브에 다른 사람들은 어떤 취미를 가지고 있나를 검색해 보았다. 펀치니들, 이모티콘 그리기 등 많은 취미들이 나왔지만 어떤 것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문득 내 주위 사람들은 어떤 취미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여 지인들의 취미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직장에서 만난 언니는 스티커 만들기로 투잡을 뛰고 있었고 고등학교 친구는 중국어를 취미로 배우며 이직을 준비하고 있었다. 다른 친구는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며 건강을 챙기고 있었다. 취미가 뭐예요?라는 질문에 돌아오는 대답에는 자신들만의 "이유"가 붙어 돌아왔다.
나에게 "취미가 뭐예요?"라고 물었을 때 영화 보기요... 우물쭈물하며 말할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물어보지 않고 그저 남들이 좋다는 취미를 따라갔기에 때문이 아닐까.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는 동기가 내부(나)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외부(타인)에게 있었기에 단순히 해봤다는 "경험 말하기"에 그치지 않았다.
그런 내가 경험 말하기에 그치지 않은 취미를 찾은 것 같다. 바로, "목공"이다. 단순하고 투박한 나무를 원하는 모양과 용도로 만들어지는 모습은 시간 감각도 잊게 할 정도로 집중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또한 얼마를 갈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