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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케터 Aug 04. 2023

여름의 냄새는 싫지만 수박은 좋아

그렇지만 수박은 좋아


운동을 하고 오는 날이면 두피에 빨래 속에 묵혀둔 찌든 냄새가 났고 반바지는 땀에 밀려 올라가 핫팬츠가 되는 날이면 어김없이 여름이 왔구나를 느낄 수 있다. 


아! 이제 아아 파의 계절이 왔구나라는 생각도 들면서 내심 기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겨울에 아아를 먹으면 사람들이 괜찮냐?라는 표정으로 쳐다보지만 여름의 아아는 당당하게 즐길 수 있다.


하지만 한여름이 왔구나는 엄마의 냄새를 통해 알 수 있다. 구몬 교사인 엄마가 하루 종일 밖을 돌아다니며 수업을 마치고 온 날은 엄마에게서 나는 시큼한 식초 같은 냄새로 한여름이 되었구나를 알 수 있게 해 준다. 


여름의 수박도 좋고 수영도 좋지만 역시 나는 겨울이 좋다. 역시 겨울의 냄새가 좋다.

여름의 냄새는 일하는 곳이 밖인지 안인지를 모두가 알 수 있게 되지만 겨울의 냄새는 모두에게 평등하다. 2,3도의 온도 차이로 밖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삶과 죽음을 가르는 여름보다는 그런 걱정 없이 일을 할 수 있는 겨울이 좋다.


냉랭한 바람이 코를 간질이지만 곧 달달하고 포근한 냄새도 같이 코를 간질이는 겨울이 짱이다.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는 않지만 겨울이 다가오면 지갑에 만 원짜리를 고이 보관해 둔다. 언제 쓸지도 모르는 아주 중요한 비상금이기 때문이다. 비상금이 없어 붕어빵, 호두과자, 계란빵 친구들을 포기하게 되는 날은 슬픔으로 가득 찰 것을 알기 때문이다.


기억을 생각나게 하는 여름의 냄새, 군침을 돌게 하는 겨울의 냄새 우리 모두에게 계절은 다른 의미의 냄새로 기억되게 된다.


당신에게 여름과 겨울은 어떻게 기억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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