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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가 Mar 07. 2024

내 자식도 초등학생이란다.

뉴스에서 올해 신입생이 없는 초등학교가 전국에 145군데라고 한다. 어디 시골이야기가 아니라 경기수도권에도 5곳이나 입학 할 신입생이 없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 어느덧 둘째 녀석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아직도 아기 같지만 시간은 흐르는 모양이다. 맨날 누나가 "나는 진정한 잼민이고, 너는 가짜 잼민이야."라며 계급의 우위를 점했는데, 이젠 당당히 '잼민이 vs 잼민이' 구조로 마주하게 됐다. 

어느새 초딩인가 싶다. 


호기심이 많은 첫째는 한글과 숫자를 거의 혼자서 깨우쳤다. 원래 말은 여자애들이 빨리 배운다던데 똘똘한 성격까지 합쳐져 정말 폭풍성장했다.(키 빼고) 인싸 기질을 타고난 첫째는 큰 걱정이 없었다. 애들과 몰려있으면 어느새 대장이 되어있는 모습에 다른 애들 엄마들도 첫째의 야무짐을 늘 칭찬했다. 중립을 지키고 싶은 부모의 입장에서 똑똑하다고는 말하지 않지만, 똘똘하다고는 말할 수 있다. 약간 포켓몬 같달까? 한순간에 어마무시한 진화를 하는 포켓몬처럼 그냥 알아서 컸다.


첫째가 태양이라면 둘째는 달 같다.

체구는 작은 편에 애교가 많고 말은 서툴다. 그래서 더 아기 같다. 스스로도 귀여운 걸 좋아해서 역할을 맡을 때도 아기나 강아지 같은 걸 한다.

원래 말은 남자아이가 더 늦다고 한다. 하지만 동년 친구들과 비교해 봐도 확실히 느리긴 하다. 발음이 약한 글자들이 있고 설명하기를 조금 어려워한다. 인지이해능력이 부족한 건 아니다. 말해주면 다 알고, 이런 것도 알고 있나 싶을 때도 있다. 그저 성장 속도가 조금 느릴 뿐이다.


아이들은 각자 개성과 성장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를 비교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아무리 첫째가 빨랐어도 그건 첫째의 일. 둘째가 꼭 그 속도와 같을 순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했다. 애초에 누나는 빨랐어서 비교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아이한테 이상이 있지 않는 이상 기다리면 다 알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주의할 점은 아직 시기가 안된 건지 문제가 있는 건지를 파악하기 위해 항상 모든 것에 관심을 기울여줘야 한다는 것!


그렇게 기다려주다 보니 둘째는 진정한 잼민이가 됐다. 하지만 여전히 발음이 약하다. ㅅ 발음이나 특정 모음+받침 부분에서 발음을 뭉개버리는 버릇이 남았다. 정확한 발음을 짚어주면 따라는 하는데 의식하지 않으면 여전히 아기 같은 발음이다. 말이 안 통하면 에둘러서 그게 뭔지 설명을 해야 하는데 설명하는 것도 어려워한다. 

예를 들어 '거북이'를 설명하려면 "물에 살고, 땅 위로 올라올 수도 있어. 그냥 땅에 사는 애도 있고, 등에 껍질이 있어. 모래 속에 알을 낳고, 껍질 안에 숨을 수도 있어. 엄청 오래 살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둘째는 한 가지 떠올리면 끝이다. "으음.... 물에 살아.... 아니! 물에에-! 물에 산다고 했자나..." 다른 설명을 해달라고 해도 "몰라... 다른 게 몬데..."라며 울먹인다. 감정은 터질 것 같은데 말은 안 나오니 스스로도 답답해한다. 자기는 분명 말을 했는데 상대방이 이해 못 하니까. 오메- 이렇게 답답할 수가!


그런 애가 초딩이란다. 

타인과 함께하는 사회에 소속되는 거라서 혼자만 잘해서 될 일이 아니다. 둘째가 잘 해낼 거라고 믿지만 친구들은 어떨지 모르겠다. 타인과의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좀 어리지 않을까?

어린이집에서는 선생님이 좀 더 깊이 있게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초등학교는 다르다. 혼자 살아남아야 한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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