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을 위해 장기간 무주택으로 버틴다?
전세입자로 지내는 동안
임대인과의 마찰은 늘 반복됐다.
거짓 전입, 임대차 소송,
부동산 계약 당시와 이삿날의 노골적인 갑질까지.
임차인을 보호하는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임차인의 위치는
언제나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내가 살던 지역은
조만간 대규모 뉴타운 개발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래서 신혼집을 서둘러 매수하기보다는
신축 아파트 청약이라는
조금은 부푼 꿈을 품은 채
무주택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 믿고 있었다.
하지만 재개발은
우리가 원하는 속도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시간을 먹는 사업이라는 것,
그리고 일부 단지를 제외하면
기약조차 없다는 사실을
그제야 실감하게 되었다.
숱한 갑질과 고초를 겪은 끝에
뉴타운이고 뭐고 간에
이번 전세살이 2년 안에는
구축이라도 반드시 매수하자고 마음먹었다.
그때는 부동산 폭등의 마지막 능선쯤이었고,
당시 보유 현금으로는 매수가 쉽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래서 우선 돈을 모을 심산으로
부동산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전세라는 제도는
이렇게도 임차인에게 불리했다.
큰돈이 묶이고, 선택지는 줄어든다.
마침 고공행진하던 금리 덕분에
2022년 한 해 동안
집값이 미친 듯이 폭락하는
이례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그리고 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느꼈는지,
계속 관심을 두고 있던 단지의
분양 모집공고가
예상보다 일찍 등장했다.
전세살이 1년이 조금 못 됐을 때였다.
청약아.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왜 이렇게 돌아온 거야....
얼마나 기다렸는데....
"중요한 재무 결정은 저녁 식탁에서 이뤄진다"
- 모건하우절 『돈의 심리학』
2022년은 기준금리가 세 배 넘게 오르며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은 해였다.
대출을 받은 사람도, 대출이 필요한 사람도
모두가 부담스러운 시기였다.
매도자는 급했고, 매수자는 망설였다.
급매가 아니면 거래는 쉽지 않았다.
그렇게 1년쯤 지나 2022년 말,
우리가 기다리던 단지의
분양 모집공고가 나왔다.
아내는 친척, 유치원 학부모, 동네 지인들까지
가능한 모든 인맥을 동원해
분양가에 대한 의견을 모았다.
결과는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하락장이었기 때문이다.
자체적으로는 나름의 시세 분석을 했다.
하락의 시점임에는 분명 하나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8천 정도 낮았다.
비교 단지는 주변의 10년 차 아파트 들이었다.
우리는 나름대로 분석했다.
분양가는 주변 시세보다 약 8천만 원 저렴
비교 단지는 인근 10년 차 아파트
하락장임은 분명하지만 금리가 끝없이 오르지는 않을 것
실거주 목적
신축 + 대단지 + 평지 + 초품아 + 천변뷰
종합해 보면,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이라 판단했다.
우리는 청약에 도전했다.
결혼 7년 이내, 소득 요건도 충족되어
경쟁률이 비교적 낮은
신혼부부 특별공급으로 지원했다.
결과 발표까지 약 2주 소요.
경쟁률은 0.6대 1. 미달.
동호수는 잘 나왔다.
고층, 초등학교 인접, 천변뷰.
우리가 노렸던 조건이었다.
문제는 단 하나.
미달이었다는 사실.
우리는 다시 복기했다.
우리가 믿었던 근거들이
과연 충분한지 하나하나 점검했다.
이유야 어찌 됐건 분양가에 대한
세간의 의심이 가득한 상황.
기회일까, 아니면 물리는 걸까.
그래도 실거주다.
아이들 초등학교 졸업까지
10년은 남아 있었다.
부동산이란 게 지금은 이래도
언젠가는 오를 날이 오지 않겠는가.
그렇게 우리는 실거주 목적의 아파트를
분양받기로 결정했다.
주변의 만류도 있었다.
“더 떨어질 거야.”
“그때 줍줍해도 늦지 않아.”
하지만 결국 순도 100% 우리 부부의 결정으로
계약금을 넣었다.
청약은 무조건 돈을 버는 게임이 아니었다.
돈을 벌 수도 있고, 물릴 수도 있다.
모두 당시의 시장 분위기가 좌우한다.
돈이 될 것 같으면 경쟁률이 높다 → 당첨 어렵다
경쟁률이 낮으면 기대감이 없다 → 지원이 망설여진다
결국,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청약으로 큰돈을 벌기는 쉽지 않다.
꼭 그런 것도 아니고
나의 케이스처럼 시간이 흘러 오를 수도 있지만,
청약의 경쟁률은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를 알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된다.
만약 결혼과 동시에 매수했더라면
결혼 7년차에 분양받은 집보다
상승폭이 더 컸다는 계산이 나왔다.
이 일을 통해 깨달았다.
청약을 위해 무주택을 유지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당히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는 것.
로또 청약은그때도, 지금도 없었던 것 같다.
앞으로 또다시 청약에 도전할 일도 없을 것 같.
지금은 주변에서 조언을 구하면
이렇게 말한다.
“전세로 버티지 말고, 매수할 수 있을 때 무조건 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