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사랑을 말하기》
우리 관계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형성된 것이지만, 그럼에도 그 핵심은 어쩐 일인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 같았다. 너무 분명해서일 수도 있고, 너무 의미심장하여 말로는 표현할 수 없어서일 수도 있었다.
(알랭 드 보통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106p)
이루 말할 수 없다.
혹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이런 이야기들을 우리는 자주 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생각나는 강의가 하나 있다.
예과 2학년, 생리학 첫 강의시간.
교수님은 칠판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왕필 曰, 언어(言語) → 상(象 image) → 의미(意)
왕필의 득의망상(得意忘象)론을 간단히 표현한 것이다.
교수님은 이야기했다.
사람들은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
상(象)을 가져오며,
상(象)을 가져오기 위해
언어를 가져온다.
우리가 말을 하는 목적은 의미를 전달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말을 하다보면 잘못 전달되기도 하고, 표현할 방법을 몰라 말문이 막히기도 한다.
말하는 사람이 의미(意)를 표현할 상(象)을 찾지 못해서,
상(象)을 표현할 언어를 찾지 못해서 일어나는 일이며
반대로 듣는 사람이 변환과정에 실수하여 일어날 수도 있는 현상이다.
방안에서 뒹굴 거리며 책을 읽다가 갑자기 신나서 줄 그으면서 미소 짓는 일이 종종 있다.
내가 언어로 표현하고자 도전했다 실패한 것들을 이렇게 하면 할 수 있다고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글귀를 발견한 탓이다.
의미(意)로만, 상(象)으로만 남아있던 생각들이 언어로 변환될 때의 희열이란 그야말로 이루 말 할 수 없고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는 것이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