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어느 시시한 사내 이야기》
나는 내 작업장으로 도망쳤다. 공장을 정리한 물건들을 처박아둔 곳이니 창고인데도 나는 굳이 작업장이라 불렀다. 그러면 내가 무직이란 생각을 안 해도 되니까 나는 그게 좋았다.
(박완서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 248p)
글이라는 걸 본격적으로 쓰겠다고 마음먹은 후 가장 먼저 한 행동은 청소였다.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그 간의 일과 생각들을 메모해둔 종이 쪼가리도 한 곳에 모아두고, 옷걸이 역할을 하던 의자에게도 본래의 기능을 되찾아주었다. 책상도, 잡동사니들을 깔끔히 정리하고 먼지를 깔끔하게 닦아내어 수납장으로써의 책무에서 벗어나게 했다. 그런 다음 그곳을 집무실이라 명명했다.
실상은 침대에 엎드려 책을 보며 ‘어디 좋은 글귀 훔칠 거 없나?’ 궁리하는 주제에, 누가 요즘 머 하면서 지내냐고 물으면 집무실에서 집필 활동 한다고 거짓부렁을 읊을 요량으로 말이다.
어느 누구도 그 질문을 한 적이 없어 결과적으로 별 의미 없는 행동이었지만, 그만큼 나는 일이 하고 싶었다. 백수로서의 삶은 도무지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 와중에도 몸은 점점 그 편안함에 길들여져 가는 것이, 나를 더 쫓기도록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