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내려놓음 33 D-2 Ⅲ

20대 한의사, 암에 걸리다.

by 한남



33 D-2 Ⅲ




[3/15 화]

오후 1:00

외출했다 돌아오니 오빠를 장시간 혼자 내버려두었다고 전화로 아버지께 한 소리를 들은 동생이 뾰로통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신사 아저씨에게 손님이 와 있었다. 그 분의 어머님과 아버님이었다.

오후 5시쯤에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을 하기로 되어 있었던 아저씨는 아침부터 물과 약을 계속 마셔야 했는데 굉장히 힘들어했다. 이렇게 힘든데도 걱정할까봐 미국에 있는 아내와 두 딸에게 일절 이야기하지 않고 혼자 감내하는 그를 보며 짠했는데 다행히 형님이 국내에 계신 부모님께 연락한 듯했다.

두 분은 잠시 시끄럽게 할 것 같다고 미안하다고 말씀하시면서 넌지시 자식 농사 자랑을 하셨다. 둘째 아들인 신사 아저씨는 내외가 모두 서울대 출신으로 미국에서 근무하고 있고, 첫째 아들은 여기 병원의 재활의학과 부학장이라고 했다. 자랑할 만하다.


대화를 들어보니 아저씨가 내시경을 위해 장을 비우는데 차질이 생긴 것 같았다. 지시대로 물과 약을 모두 먹었는데도 대변이 나오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입원 후 1주일이 지났지만 단 한 번도 대변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나처럼 과민성 대장 증후군의 경향이 있나보다.

잠시 고민하시던 어머님과 아버님은 간호사를 불러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간호사는 관장할 채비를 하러 떠났다.



오후 2:00

관장 채비를 마친 남자 간호사가 652호로 들어왔다. 늦었다. 아저씨는 어떻게든 혼자 해결해보겠다며 이미 화장실로 도망쳤다. 관장에서 도망친 아저씨의 모습은 중환자실에서 대변완하제를 빼달라고 부탁하던 나와 똑 닮아있었다. 그래서 간호사가 찾아왔을 때는 아저씨의 행방을 모르는 척 입을 다물었다.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아저씨를 기다리는 동안 간호사는 심심했는지 나의 수술 부위를 살피며 관심을 보였다.

많이 아물었네요.
그렇죠? 저 언제쯤 나갈까요? 비슷한 환자 좀 봐서 대충 때려 맞출 수 있을 거 같은데?
보통 이정도면 금방 나가요. 조만간 나가지 않겠어요?


그러면서 병동 간호사실에 난 재미난 소문을 일러주었다.


'NS 아이언맨'

'신경외과 병동에 강철인간이 살고 있다.'


수술 후 회복실에서 의식을 찾고, ICU에 들어가기 전에 시간을 묻고 부모님을 알아보며, 도착해서는 여기 중환자실이 시끄럽다고 투덜거려 따로 지남력을 체크할 필요가 없었던 그. 심심하다고 그 안에서 책 읽고 질질 새지 않는 발음으로 실없는 농담을 던지는 그가 6층에 살고 있다고. 내 이야기였다.

‘농담이 그렇게 실없게 느껴졌나?’



지남력(指南力)

현재 자신이 놓여 있는 상황을 올바르게 인식하는 능력
올바른 지남력을 갖기 위해서는 의식, 사고력, 판단력, 기억력, 주의력 등이 유지되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 통상 사람, 장소, 시간의 지남력으로 구별된다.



(34 D-2 Ⅳ 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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