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내려놓음 35 D-1

20대 한의사, 암에 걸리다.

by 한남



35 D-1



[3/16 수]

오전 6:30

역시나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 아저씨의 사투는 험난했다. 일부러 평소보다 빨리 잠을 청하길 잘했다. 오늘도 어머니께서 주무신다고 하면 뜯어말릴 것이다. 좋든 나쁘든 오늘은 검사 결과가 나올 것이다. 이 병원에서 나가면 정말 열심히 살리라. 모자 쓰고 부지런히 나가서 운동하고 책도 보고. 나는 할 수 있다.



오전 8:00

지금까지 온 것도 기적인데 더 바라는 것은 너무 염치가 없는 것일까? 다가올 운명이 무섭다.



오전 11:00

주치의가 와서 나머지 실밥을 뽑았다. 머리 감는 것은 살살 어루만지는 수준에서 이틀 뒤부터 하면 된다고 했다. 검사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혼자 왔으니 이건 회진은 아닐 것이다.

조금 있다 교수님 회진 오면 다른 때보다 유독 누워있을 때 수술 부위에 압박감을 생긴다는 이야기를 전해야겠다. 그것 때문에 잠잘 때마다 좀 많이 불편하다.

어지럼 증세는 어떠한가 싶어서 일부러 고개도 돌려보고 체위도 변환시켜보고 자체 test를 해보았는데 별반 차이는 없는 것 같다.



오후 2:00

지루하기도 하고 마음이 붕 뜨기도 한다. 누구 붙잡고 이야기 좀 하고 싶다. 이 타이밍에 누구 한 명 병문안 오면 얼마나 좋을까?



오후 4:00

기다리다 지쳐 주치의라도 찔러봐야겠다고 자리를 박차고 문을 열었는데 내 눈 앞에 교수님이 서있었다. 깜짝 놀랐다. 병리과에서 내일 검사 결과가 나온다고 전했다고 한다. 결국 오늘도 아니다. 허망하다. 걱정할 것 없다고 잘 아물고 있다고 이야기하며 떠나는 교수님을 멍 때리면서 쳐다봤다. 뒤늦게 정신 차리고 재빨리 뛰어가 주치의 쌤을 붙잡았다. 내일 결과가 나와서 교수님과의 면담이 잡히면, 구미에 출근해 있는 어머니가 제 시간에 올 수 있도록 고려해서 최대한 빨리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오후 5:00

‘지금쯤 나오겠거니’ 가 아니라 ‘내일 나온다.’ 로 바뀌었다. 허탈해서 병동 안을 좀 돌아다녔다. 차라리 아까보다 지금 마음이 더 낫다. 이제는 확정되었으니까.



오후 8:00

지금까지의 몸 상태를 보았을 때 양성일 것이 분명하다. 불안해 할 필요 없다. 이제 퇴원 이후를 걱정해야 할 차례이다. 병가는 30일이 한계이다. 퇴원하자마자 강제로 근무해야 할 수도 있겠다. 빨리 내일이 왔으면 좋겠다.




(36 던져진 주사위 Ⅰ 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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