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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호 Oct 11. 2017

세상의 모든 자연을 담은 서천 국립생태원

충청남도 서천군

서천 국립생태원 매표소


과거의 저에게 서천이란 지명을 들었을 때 바로 연상되는 것이 많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서천하면 국립생태원이 바로 떠오릅니다. 2014년도 서천 국립생태원이 개관되면서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고, 서천 갯벌과 함께 오늘날에는 친환경지역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천의 대표적인 명소인 국립생태원을 방문했습니다. 





국립생태원 정문


국립생태원에 도착하면서 제일 먼저 놀란 것은 넓고도 넓은 주차장과 매표소 앞의 너른 광장이었습니다. 국립생태원의 넓은 주차장과 정문을 좋게 생각하면 동식물들이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는 넓은 터전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해보면 서천이 오랫동안 발전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안타까움도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입장권을 구입하고 정문에 들어서는 순간 친절하게 맞아주는 직원분들로 인해 안타까운 근심과 걱정은 훌훌 날아가버리고 국립생태원의 여행을 즐겁게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새싹을 의미하는 조형물


정문을 들어서자 새싹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눈에 띄었습니다. 새싹에서 친환경적인 삶의 시작과 녹색지구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새싹 조형물을 보면서 지구환경의 파괴와 위험성을 경고하는 많은 이야기들의 홍수 속에서 과연 우리는 얼마나 환경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지 생각해봤습니다. 


문명의 편리함 속에 살면서 자연은 우리와 함께해야 할 공존의 개념보다는 휴식이나 삶의 치열함 속에서 잠시 동안 벗어날 수 있는 피난처라고 생각하는 것이 대부분의 도시 사람들이 갖는 개념이 아닐까 싶습니다. 벌레 없는 자연에서 잠시 동안의 한가로움을 누리고자 하는 것이 얼마나 이기적이며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우리는 왜 모를까요? 모든 곤충과 동식물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것이 자연의 본래 모습인데 말입니다.  




정문에서 국립생태원 안쪽으로 이동시켜주는 전기자동차


정문에 들어서면 무료로 운영되는 전기자동차가 있어서 크게 힘을 들이지 않아도 에코리움 전망대까지 들어갈 수 있습니다. 생태원이라는 이름에 맞게 친환경에너지로 움직이는 전기자동차가 있어 쉽게 관람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만  몸이 많이 불편하지 않는다면 걸어서 전망대까지 이동하는 것을 권장하고 싶습니다. 전기자동차를 타고 빠르게 이동하면서 놓쳐버리는 많은 것들을 천천히 걸어가다 보면 눈에 담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너른 잔디밭과 나무들 사이로 많은 고라니와 사슴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모습들을 걸어가면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에코리움 전망대 입구


에코리움 전망대에 들어서면 생태원에 대한 여러 설명을 접할 수 있습니다. 전망대에서 국립생태원을 돌아보기 전에 생태원에 대한 설명을 가볍게 읽어본 후 에코리움을 멀리서 바라보고 출발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또한 간단한 기념품과 먹거리도 판매하고 있기도 합니다. 저도 여기서 서천을 대표하는 모시떡을 사 먹었습니다. 평소에는 떡을 자주 먹는 편이 아닌데 이날 여기서 먹은 모시떡은 제 입맛에 맞아 여러 개의 떡을 순식간에 해치우며 맛있게 먹었습니다.


 




에코리움을 볼 수 있는 전망대


모시떡을 먹으면서 전망대로 나오니 습지를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는 망원경들이 여러 개 있었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어린아이들을 두 팔로 끌어안고 망원경을 통해 습지를 보여주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저도 얼마 전까지 아이들을 끌어안고 더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아이와 함께 습지를 바라보는 가족의 모습은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광경이지만, 실제로는 중노동임을 저는 경험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아이를 들어 올리는 순간 초점을 맞추어놓았던 망원경이 움직이면서 아이들은 정작 부모의 뜻과는 다르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소리치며 다른 곳으로 가고자 짜쯩의 몸부림을 칠 때가 더 많으니까요. 


망원경 앞에 있던 부모들도 과거의 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나니 아이를 먼저 키운 선배로서 웃음이 났습니다. 절대 그 부모들이 봐서는 안 되는 웃음을 말입니다. 그러나 먼저 애들을 키웠다는 우월감을 느끼던 감정은 곧 사그라들었습니다. 점차 나에게서 떨어져 독립하려는 자식들이 생각나자 아이와 함께 하는 젊은 부부들의 모습이 부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습지

아이들과 한참을 씨름하던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에코리움으로 이동하자 저에게도 관찰할 수 있는 빈자리가 생겼습니다. 망원경에 눈을 대고 습지를 훑어보니 많은 새들이 유유히 헤엄을 치며 갈대숲에 들어갔다가 나왔다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갈대 사이에 있는 철새들을 발견할 때마다 어렸을 적 야유회에 놀러 가서 보물 찾기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무나 돌 틈에서 보물의 품목이 적혀있는 종이조각을 찾으면 가족과 친구들에게 자랑을 했던 것처럼 갈대 속에 숨어있는 새들을 발견할 때마다 다른 망원경으로 관찰을 하는 가족들에게 소리 높여 큰 목소리로 자랑했습니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는 하다람 놀이터


에코리움 전망대를 뒤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다람 놀이터가 보였습니다. 생태원이기에 놀이터는 생각지도 않았는데 하다람 놀이터에는 너무나도 귀여운 캐릭터들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기구들이 가득했습니다. 놀이터 옆으로는 다양한 산책코스가 준비되어 있어서 개인적으로 걷기에 무리만 없다면 에코리움만이 아니라 다른 곳을 산책해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자연을 모델로 한 하다람 놀이터


저는 산책로를 걸어보고 싶었지만 놀이터로 달려 나간 아이들로 인해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평소에 자주 가던 놀이터와는 다른 자연친화적인 디자인을 가진 놀이터가 나오는 순간 아이들은 이곳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제인 구달 길과 찰스 다윈·그랜트 부부 길을 걸어보고 싶었지만 이정표만 보는 것으로 만족을 하고 아이들과 신나게 놀아주어야만 했습니다. 하다람 놀이터에서만 한 시간 이상을 아이들과 놀았지만 놀이터에서 노는 것이 더 좋은 아이들은 에코리움을 가려고 하지 않아 억지로 아이들의 등을 떠민 다음에야 에코리움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생태원 안에 있는 논


에코리움으로 가기 위해서는 갈대숲과 논길 사이의 흙길을 지나가야 했습니다. 비가 많이 와서 질퍽거린다면 모르겠지만, 제가 방문했을 때에는 흙내음과 함께 가을의 정취를 느끼는 데에 하나 부족한 것이 없었습니다. 흙길을 걷는 것이 너무 좋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예전에는 이해되지 않았는데,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다 보니 이제야 조금씩 이해가 됩니다. 그리고 흙길을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도 말입니다.





에코리움


전망대에서 바라본 에코리움이 전망대와 놀이터에서 동떨어진 곳에 홀로 서있어서 어색해 보였습니다. 왜 에코리움이 홀로 서 있는지 의아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자연친화적인 목적을 가진 건물이라 생태원 한복판에 있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봐왔던 동물원이나 식물원의 구조는 설명을 하기 위한 건물을 지나쳐야 생태계의 동식물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에 국립생태원의 구조가 생소했던 것 같습니다.





생태계 순환을 설명하는 조형물


에코리움에 들어가는 순간 제일 먼저 들어온 것이 천장에 매달려있는 먹이사슬이었습니다. 거미, 개구리, 뱀, 맹금류의 조형물이 너무 크다 보니까 처음에는 선뜻 알아보지 못하다가 나중에서야 중학교 생물 시간에 배웠던 먹이 사슬임을 알고 나서 '와아~'하는 감탄이 저절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인간이 먹이 사슬의 제일 꼭대기 층에 위치한다는 것이 떠오르면서 학창 시절을 헛되이 보내지는 않았음에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서 또 아이들에게 자랑을 하려 하는데 아무도 들으려 하는 애들이 없네요.






에코리움의 열대관


에코리움은 열대, 지중해, 사막, 온대, 극지관으로 총  5 개관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마다 식물만이 아니라 동물도 함께 있어서 평소에 보지 못했던 동식물들을 접할 수 있어 재미있는 전시관 투어가 될 수 있습니다. 


열대관은 다른 곳보다 습하기는 했지만 가장 재미있는 공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쿠아리움을  방문한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많은 동물들이 있었습니다. 열대관을 둘러보면서 열대지역에 사는 모든 동식물들은 활발한 신진대사로 외형이 크고 화려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에코리움의 사막관


사막관에서는 안내 해설사 분들을 따라 설명을 듣는 분들이 보였습니다. 설명을 듣는 분들 모두가 흥미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탄성을 지르는 모습을 봤습니다. 저도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5 개관을 다 돌고 싶었지만 20명이 넘는 대가족이 함께했던 여행이어서 해설사를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는 어린아이에서 무조건 직진하는 어른에 이르기까지 이미 각자의 속도에 맞게 뿔뿔이 흩어져 있어서 제가 하고 싶은 데로 개인 활동을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결국 해설사의 설명과 산책길은 다음으로 미루어야 했습니다. 





에코리움의 지중해관


국내에 많은 식물원을 다녀봤지만 지중해관은 쉽게 볼 수 있는 곳이 아니어서 다른 곳보다 가장 기대가 컸습니다. 온대기후에서 볼 수 있는 식물들과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회를 가르칠 때 지중해는 기후상 뿌리가 깊은 올리브, 포도와 같은 수목 농업이 이루어진다고 가르쳤는데 실제로 지중해 기후에서 자라는 식물을 보니 글자만 학생들에게 전달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것을 보고 머릿속에 담아두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가징 인기 있는 온대관의 수달


온대관 야외에는 특별한 동물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바로 수달이란 놈입니다. 이곳에 있는 수달은 사람들을 자주 만나서인지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사람들 주변으로 자주 다가왔습니다. 그 때만다 아이들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모두 환호를 지르며 연신 사진 속에 담기 위해 카메라 버튼을 눌러되고 있었습니다. 이런 인기 스타라서 그런지 에코리움에서 가장 넓은 공간을 차지하는 동물이었습니다. 





어린이 생태 글방


짧은 시간에 많은 곳을 다니며 여행을 즐기는 분이 아니라면 국립생태원은 가족들과 하루 종일 있어도 좋은 곳입니다. 도시락을 준비해서 야외에 나가 식사도 하고, 아이들과 책도 읽으면서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이 국립생태원이 아닐까 싶습니다. 


국립생태원의 5 개관을 둘러보고 개미의 생태를 관찰하며, 도서관에서 아이들이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준다면 남녀노소 누구나 국립생태원을 즐기기에 하루도 모자라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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