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대한민국은 뜨겁다. 열정과 기쁨이 아닌 일본의 어이없는 태도에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붉게 변할 정도로 뜨겁다. 일본은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를 가지고 경제보복을 하는데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이 국제 법을 어기고 평화를 위협하는 국가라는 낙인을 세계 여러 나라에 인식시키고자 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세계에서 대한민국을 고립시켜 예전처럼 우리를 마음껏 유린하려는 의도가 눈에 보인다. 물론 우리가 구한말처럼 일본에게 당하지는 않겠지만, 과거의 역사를 통해 우리가 나아갈 바를 생각하고 대처할 수 있겠다.
19세기 조선은 세도정치에서 이어지는 정치적 부패와 무능력 그리고 수탈에 의해 국가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일본에 의해 나라가 무너질 정도로 국력이 약하지는 않았다. 약한 국력보다는 국론 분열로 급변하는 국제 흐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일제의 식민지가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현재 대한민국 내에서 국론을 하나로 모으기보다는 분열시키거나, 일본의 힘을 과대 포장하여 아주 큰 위기에 빠진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거 나라를 팔아버리는데 앞장섰던 매국노와 친일파들이 권력과 부를 획득하고 유지하기 위해서 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일제강점기에서 배운 경험과 고도의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스스로 일구어낸 역사를 기억하는 많은 이들이 있다.
19세기 말 조선에 대한 일본의 압력은 오늘날과 비슷한 형태를 보였다. 일본은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기 위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무역 규정을 내세우며 경제적인 압박을 가하였다. 조선이 일본의 경제 압박에 가만히 무기력하게 당했던 것은 아니다. 조선은 개항이후 불리하게 맺어졌던 조·일 무역 규칙의 무관세 규정을 바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 관세권 설정과 방곡령 선포 등 여러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최혜국 대우라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 일본보다 좋은 조건으로 다른 나라와 조약을 맺을 경우, 일본에게도 똑같이 혜택을 주게 되면서 조선은 자주성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일본의 요구에 무기력하게 끌려 다녀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의 부당한 경제적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강한 어조로 경고하는 모습에서 과거의 조선처럼 똑같이 당하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19~20세기 초의 약소국이 아니기에 일본에게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 미국과 영국은 필리핀과 중국을 식민지로 만들기 위해 일본에게 조선을 내어주고 러시아를 견제하게 했다. 이것은 조선이 국제 사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역할과 비중이 매우 낮았기에 벌이질 수 있었던 역사적 비극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대한민국은 과거와 달리 국제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국가다. 그리고 21세기를 이끌어가는 반도체 등 최첨단 기술과 세계적인 대기업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대한민국이 무너질 경우 세계 경제는 위축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과거로 크게 퇴보할 수밖에 없다. 한·일간의 갈등이 오래도록 장기화될 경우 일본은 다른 나라의 압력을 받게 되면서 고립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경제보복의 원인으로 내세웠던 강제징용과 북한에 대한 불화수소 판매는 중국이 우리와 뜻을 함께 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미국과의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국으로서는 한국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안으면서, 미국의 동아시아 동맹국을 분열시켜 영향력을 감소시킬 기회로 삼기에 좋은 기회다. 그렇기에 미국이 노골적으로 일본의 편을 들거나, 한·일 갈등을 오래 끌고 가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에 세계 어느 나라보다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이 있다. 하나의 사례로 과거 일본의 경제적 침탈에 맞섰던 선조들처럼 중소 상공인들이 진열장에 일본 제품을 없애는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1882년 조·청 상민수륙무역장정으로 개항장 10리 이내로 제한되었던 외국 상인들이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직접 교역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청나라는 남대문로와 수표교 일대, 일본은 충무로 일대를 무대로 삼아 조선의 상권을 침탈하기 시작했다. 이에 1898년 서울 상인을 중심으로 황국 중앙 총상회를 조직하여 독립협회와 연계한 경제 수호 운동을 벌였다. 그러나 독립협회 해산에 앞장섰던 고종과 보수 관료들에 의해 황국 중앙 총상회는 탄압당하며 강제 해산되었다. 지금도 일부 보수 정치인들과 기업인 그리고 언론들에 의해 일본에 맞대결하는 것이 국익에 큰 위기를 초래하는 행위라며 시민들을 불안하게 만들어 국론을 분열시키고자 한다.
그러나 과거처럼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할 정도로 대한민국 시민들의 의식수준이 낮지 않다. 중소 상공인들이 자발적으로 주도하여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는 이유와 그로 인한 고통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안다. 그리고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매서운 한국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동참하고 있다. 우리의 역사는 일부 지배자들에 의해 이어져 온 역사가 아니다. 묵묵히 자신과 가족 그리고 사회를 위해 열심히 살아왔던 대다수의 민초가 만든 세상이다. 나는 분명 자신의 권력과 부만 생각하는 기생충 같은 일부 세력과 일본의 의도대로 끌려가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대한민국은 3·1운동부터 시작하여 분단의 아픔을 극복하고 4·19의거, 6월 민주항쟁 그리고 촛불 집회 등 우리 모두가 만들어온 세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