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정호 Aug 06. 2019

공민왕은 개혁군주에서 왜 폭군이 되었을까?

공민왕과 노국공주

고려는 34명의 왕이 있다. 이중에서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왕은 태조 왕건, 광종, 그리고 공민왕 크게 세 명이다. 이들은 왕위에 오르기 위해 목숨을 걸고 치열하게 싸워야 할 정도로 어려운 과정을 겪어야 했다. 그리고 왕이 된 이후 왕권을 강화시키고 중국에 대해 자주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원 간섭기 고려는 부마국으로 고려의 왕은 원나라의 공주와 혼인을 해야 했다. 그들이 낳은 자식은 원나라의 수도 연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원의 풍습과 가치관을 익혔다. 그리고 고려인이 아니라 몽골인이 되었을 때 비로소 고려의 왕으로 책봉될 수 있었다. 


공민왕(1330~1374)도 어머니가 몽골인이 아니라 고려 여인이었던 점만 빼곤 기존의 왕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공민왕은 12살에 연경으로 가서 고려인이 아닌 원나라의 일족이 되어야 하는 수업을 들어야했다. 그러나 연경에 있는 동안 여러 이유로 공민왕은 반원의식이 더욱 강해졌다. 


공민왕릉

우선 공민왕이 자아가 형성되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나이에 연경으로 들어갔다는 점이다.  원나라가 고려의 쌍성총관부 등 여러 지역을 빼앗고, 매와 말 그리고 여인들까지 공녀라는 이름으로 수탈하는 현장을 공민왕은 목격했다. 고려의 백성들이 원나라와 그에 빌붙어 권세를 누리던 권문세족에 의해 죽지못해 살아가는 모습이 머릿속에 잔상으로 남아있는 한, 원나라를 칭송하는 교육은 공민왕에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공민왕이 백성들의 어려움을 볼 수 있었던 것은 고려인이었던 어머니의 역할도 컸지만, 왕이 될 확률이 낮았던 데에 있다. 공민왕은 제27대 충숙왕의 둘째 아들이자 제28대 충혜왕의 동생이다. 형인 충혜왕이 죽고 조카였던 충목왕(공민왕보다 6살 어리다.)이 즉위하면서 공민왕은 자연스레 왕위 계승권에서 멀어졌다. 왕이 될 가능성이 낮아진 만큼 백성들과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었고, 백성들의 고충을 마음에 담을 수 있었다.      


공민왕릉 벽화

또한 공민왕이 연경에 도착했을 무렵은 원나라가 무너지고 있었다. 황위계승권을 둘러싼 알력다툼과 관리들의 부정부패로 백성들의 불만이 여기저기 터져나왔고, 원나라는 이를 수습할 능력을 상실한 상황이었다. 이런 모습을 본 공민왕은 원나라가 얼마가지 못할 것이라 확신하고, 고려가 원의 간섭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라 여겼다.


그런 가운데 충목왕이 재위 4년만에 죽고 12살의 나이로 왕이 된 충정왕이 윤택과 이승로에 폐위되면서 공민왕은 고려의 왕이 되어 환국할 수 있었다. 공민왕은 환국하면서 무슨 일이 있더라도 고려를 원의 간섭에서 벗어나 태조 왕건과 광종처럼 자주적이고 강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공민왕 사당

그리고 공민왕의 옆에는 멘토이자 가장 든든하고 사랑스러운 노국공주가 있었다. 공민왕이 19살이 되던 해에 부부의 연을 맺은 노국공주는 공민왕이 원의 간섭에서 벗어나 자주적인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지지했다. 이후 공민왕은 몽골풍 금지, 권문세족 기철 제거, 쌍성총관부 탈환 등 많은 개혁을 펼치며, 고려에 희망의 불꽃을 쏘아올렸다. 그러나 노국공주가 죽은 후 공민왕은 오히려 폭군의 모습을 보이며 고려의 희망의 불꽃을 꺼버렸다.


역사에서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들은 좋은 세상을 만들기보다는 다른 이들을 아프고 힘들게 하는 경우가 많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든 사람은 오히려 부족한 것이 많아서, 혼자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 한 이들이었다. 그러면서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를 공감했다. 하지만 부족한 부분이 채워져 어려운 이들의 고충을 공감하지 못할 때, 오히려 희망마저도 밟아버리면서 더 큰 상처를 주었다. 마치 공민왕처럼 말이다. 


작은 행복을 담은 여행            족집게 한국사 <=바로가기


매거진의 이전글 일본은 왜 아직까지 한국을 지배한다고 생각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