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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호 Aug 08. 2019

아베 규탄 촛불집회를 다녀와서

아베 규탄 대회가 진행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아내와 함께 위안부 소녀상 앞으로 달려갔다. 예정된 시간보다 30분 정도 일찍 도착했을 때 모인 사람이 많지 않아 실망이 밀려왔다. 촛불집회가 있다는 것이 제대로 홍보되지는 않은 것일까? 아님 사람들이 언론에서 말하고 있는 것보다 관심이 적은 것은 아닐까하는 여러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는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 규모와 나도 모르게 비교하는 것이 밑바탕에 깔려있었나 보다. 더욱이 광화문 광장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는 일부 사람들과 정치인들이 큰 확성기로 떠들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차분한 분위기가 답답함을 준 것도 한몫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잘못되었음을 곧 깨닫게 되었다. 여러 시민단체들이 자발적으로 얼린 생수와 옥수수, 부채와 방석 그리고 팜플렛 등을 무료로 나누어주고 있는 모습에 감동이 밀려왔다. 많은 비용이 들어갔을 텐데 자발적인 성금과 무료 봉사로 참여하는 시민들에게 기쁜 마음으로 하나라도 더 나누어주려는 모습에 아무런 준비 없이 몸만 온 내가 부끄러워졌다.

촛불 집회가 진행되자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있었다. 행사가 한참 진행되는 가운데 뒤를 돌아보니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빼곡하게 모여 힘찬 함성을 외치고 있었다. 많은 인파가 행사에 참여하지 못할까봐 사회자가 질서와 배려를 강조했을 때 시민들이 아무 불평 없이 따라주는 모습에서 우리의 높은 시민의식과 질서의식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사회자의 소리가 끝에 있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촛불 파도타기가 앞뒤로 지나갈 때는 온 몸에 전율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아쉬움도 있었다. 촛불집회를 반대하는 일부 사람들이 들어와 난동을 부리는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다행히 폭력행위가 일어나지 않게 봉사자들과 시민들이 잘 대처했지만 씁쓸함은 오랫동안 남았다. 그중 무엇보다 안타까웠던 것은 촛불집회에 참여한 일부 시민이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욕설과 고함을 지르다가, 이를 제지하는 사람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광경을 두 번이나 보았다는 점이다. 

촛불 집회 장소에는 NHK등 일본방송사도 촬영을 하러 왔다는 사회자의 안내멘트가 떠오르면서 걱정이 되었다. 일본방송사가 이런 모습을 촬영한 뒤 질서 있고 수준 높은 우리의 시민의식을 폄하하고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밀려왔다.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억지를 부리는 극우 성향의 일본인들이 좋아할 만한 상황이 연출된다는 생각을 나만 한 것은 아니었는지, 주변에 있는 여러분이 한 목소리로 자제해달라고 부탁하고 있었다. 또한 이 와중에 우비와 생수 그리고 방석을 파는 상인들이 수많은 인파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판매하는 모습도 고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없었다. 생계를 위한 일이라는 점에서 비난하기는 어렵지만, 굳이 이곳에서 장사를 해야 하는지 의문스러웠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도 결국은 우리 사회가 서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민주화가 이루어졌기에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모두가 하나의 목소리와 행동을 보인다면 그것이야말로 더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국론을 분열시키고 일본의 정책에 동조하는 토착왜구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거리를 행진하기 전 아베와 일본의 정책은 미워하되, 일본인 모두를 미워하지는 말자는 말과 어린 아이부터 나이가 지긋하게 드신 어른신들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참가자들을 보며 분명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8월 15일 집회에 꼭 참여하자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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