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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호 Jan 21. 2020

이색적인 구인사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있어 문화와 역사 그리고 그곳에 사는 분들의 삶이 녹아있는 모든 여행지는 색다름으로 다가온다국내의 모든 지역은 비슷하면서도 같은 곳이 하나도 없다그렇기에 우리가 갖지 못한 자연과 문화를 보기 위해 해외여행을 가는 것은 괜찮지만우리나라는 갈 곳이 별로 없다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굳이 그들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크게 노력하지도 않는다단지 우리의 것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사실에 아쉬울 뿐이다.


그래도 이국적인 국내 여행지를 추천해달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충북 단양을 추천한다충북 단양은 맛있는 먹거리와 접근하기 편리한 교통편을 가지고 있다여기에 단양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위한 편의시설과 역사와 페러글라이딩처럼 다양한 볼거리와 놀거리가 가득하다

단양을 대표하면서도 가장 이국적인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구인사가 있다구인사 입구에는 전국 각지에서 오는 버스들이 정차하는 공용정류장이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모여든다단일 사찰로 가장 많은 사람이 방문할 정도로 규모도 크지만구인사는 다양한 매력과 의미를 가지고 있다우선 구인사를 방문하게 되면 오르막길을 따라 걸어야 한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구인사가 소백산의 계곡을 따라 전각이 만들어졌기에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그러나 대부분 사찰이 깊은 산속에 있어 쉽게 만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구인사를 방문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버스 공용정류장이 구인사 입구 바로 앞에 있기도 하고자가용을 가져가도 구인사 주차장에 두고 사찰에서 운영하는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구인사 입구를 지나 전각을 향해 올라가는 일도 그리 힘들지 않다경사가 있는 계곡을 따라 사찰이 형성되어 오르는 것이 힘들 법한데그리 힘들지 않은 것은 구인사 전각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만나는 사찰과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우선은 구인사의 전각이 콘크리트를 지어졌다다른 사찰의 전각이 나무와 황토로 만들어진 것과는 달리 구인사의 전각 대부분이 현대건축물의 자재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특별하게 다가온다.


전각이 콘크리트로 지어진 것은 구인사의 시작이 그리 오래되지 않아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않은 사찰 재정이 하나의 원인이었을 것이다구인사의 시작은 상월 원각스님이 1945년 칡덩굴을 얹은 암자를 지으면서 시작되었다기존의 불교 종파가 아닌 맥이 끊긴 천태종으로 소백산 깊은 골짜기에서 법문을 연 구인사를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았을 것은 당연한 일이다더욱이 여기는 소백산 연화봉의 깊은 골짜기로 당시만 해도 많은 사람이 살지 않던 오지였다.

상월 원각스님은 특별하게 스승도 두지 않았기에 도움을 요청할 곳도 마땅치 않았다구인사가 대중에 많이 알려진 것은 구인사에 가서 소원을 빌면 잘 이루어진다는 소문이 퍼져나가면서다그리고 근처에서 수확한 피마자 기름(아주까리 기름)이 몸에 좋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다 보니 구인사는 점차 번창할 수 있었다이처럼 구인사가 지금처럼 큰 사찰이 아닌 시절에 비싼 나무로 전각을 짓는 것은 큰 부담이었을 것이다


또한 구인사가 콘크리트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 1960년대 후반이다이때에는 광화문 등 중요 문화재도 친환경적이며 경제적이라 여기던 콘크리트로 복원하던 시기였다물론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매우 잘못된 것이지만이 또한 역사의 한 과정으로 본다면 구인사의 콘크리트 건축물이 어느 정도 이해된다.


하지만 주변에서 환경을 훼손한다는 말이 많이 나오다 보니최대한 계곡의 형태를 훼손하려 하지 않았다그래서 계곡의 형태를 따라 구인사의 전각이 줄을 지어 서 있다평지가 아닌 좁은 계곡에 많은 사람을 품을 수 있는 전각을 짓다 보니 자연스레 단층이 아닌 겹겹이 올라간 전각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실제 구인사는 5만 6000명의 사람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다그래서 구인사는 우리 사찰이 아니라 흡사 중국 사찰의 모습을 연상시키며이국적인 모습을 담아갈 수 있게 해준다.

무엇보다도 구인사에서도 가장 이색적으로 다가오는 전각이 6층의 광명전이다광명전을 보기 위해 좁아지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갑자기 거대한 크기와 위용을 뽐내는 광명전을 만나게 된다무협 영화에서 깊은 산에 자신만의 성을 만들고 살고 있는 문파를 보듯 말이다여기에 광명전은 대조사전으로 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놓여 있다사찰에서 엘리베이터가 있고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이색적이다.


엘리베이터 7층을 누르면 광명전의 옥상으로 나오면서금박을 입혀놓은 대조사전을 만나게 된다대조사전은 콘크리트 건물이 아닌 우리 전통방식으로 제작된 3층 전각이다구조상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대조사전이 사찰의 중심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대조사전은 상월 원각스님 외에도 후대에 존경받을 스님을 모셔놓을 예정이다이는 고려 시대 의천대사로 시작되었지만 맥이 끊겼다가광복되던 1945년에 다시 창건된 천태종에서 상월 원각스님을 부각해야 하는 고심과 함께 자부심도 느껴진다.

일반 사찰에서 부처님을 모셔놓은 대웅전이 가장 크고 화려한 것과 대조사전을 비교하면종교도 세속과 무관하다 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일반 사찰의 경우 오랜 시간을 지내면서 개인의 힘에 의존하기보다는 부처님이 사찰의 중심이 된다그러나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구인사로서는 신도에게 가장 영향력을 미쳤던 큰 스님을 내세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그리고 구인사의 시작을 함께 했던 이들에게는 동료이자 스승으로 여겼던 분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심혈을 기울여 대조사전을 지어야 했을 것이다그러나 대조사전의 화려함은 보는 사람마다 다양한 해석을 내릴 여지가 많다.


구인사는 이 외에도 만 명이 기도를 드릴 수 있는 설법보전과 인도를 순례할 당시 받아왔다는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탑이 있다그리고 저마다의 고민과 아픔을 해소하고 소망을 빌기 위해 먼 길을 달려온 수많은 신도를 만날 수 있다또는 필자와 같이 이색적인 사찰을 만나기 위해 찾아온 여행객도 있다그래서 구인사는 다양함과 변혁을 품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기존의 것에서 훌륭한 점을 찾아 계승하면서도형식과 절차에 얽매이지 않는다천 년 전 의천대사의 큰 뜻을 따르면서도 오늘날에 필요한 부분을 보충하고 변화시켰다천태종이 내세우는 3대 지표가 애국불교대중불교생활불교다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호국불교와 원효가 내세웠던 대중불교 그리고 신도에 의존하지 않고 승려 스스로 일을 하여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지려고 하는 모습은 구인사의 외적인 모습만큼이나 색다르게 다가온다


구인사가 과거에 비해 좋지 않게 변한다는 이야기도 간간이 들려온다아무래도 오랜 역사를 가지지 못했고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추기 위한 노력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닐까 싶다앞으로도 구인사가 외적 변화와 함께 많은 이들을 품어주고 끌어주는 대중과 함께하는 모습으로 다가오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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