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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호 Jan 11. 2022

온라인 게임과 세계유산의 활용 1편


2021년 12월 세계유산도시기구 아시아-태평양 지역사무처( http://www.owhc-ap.co.kr/)에 기고한 글입니다.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보유한 도시들의 국제 협의체인 아태 지역사무처는 <해시태그>를 발행하여 세계 여러 나라에 대한민국을 알리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해시태그>에 기고한 글입니다. 





오늘날에는 전 세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수많은 사람이 게임을 즐긴다. 어린아이에서부터 80세가 넘는 어른들에 이르기까지 즐기는 게임의 종류는 달라도, 재미를 추구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은 동일하다.

그래서일까?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게임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던 모습을 찾아보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 되었다. “공부는 안 하고 게임만 하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래?”라고 질책하던 어른들이 오히려 게임을 하는 아이들을 격려하고 지지해주기도 한다. 실제로 2021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진행한 초중등 진로 교육 현황 조사를 살펴보면 초등학생의 희망 직업 순위 5위가 프로게이머였으며, 게임 그래픽 디자이너와 개발자 등 게임 관련 직종을 선택하는 경우도 현저히 늘어났다.

게임을 즐기는 방식도 다양해졌다. 이제는 가정에서도 콘솔과 PC 등을 통해 오락실 이상의 수준 높은 게임 플레이를 즐길 수 있고, 인터넷 서버로 접속해 다른 사용자와 소통하는 ‘온라인 게임’, VR기기를 착용하여 가상 세계에 들어가 즐기는 ‘VR 게임’,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할 수 있는 ‘모바일 게임’ 등 시공간의 제약 없이 원하는 순간에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더욱이 디스플레이와 그래픽의 발달로 인해 게임 속 세상은 현실보다 더 생생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 결과 게임은 단순히 오락거리를 제공하지 않는다. 게임이 대중문화로 확장되고, 현실과 이어지는 또 하나의 사회 공간이 되면서 유의미한 메시지를 제시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게임이 가상현실 공간에서 간접 체험을 통해 우리가 직접 보기 어려운 사물이나 장소를 경험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게임의 교육적 기능에도 많은 사람이 주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2016년 런던박물관은 1666년에 발생한 런던대화재 350주년을 맞아 ‘마인크래프트(Minecraft)’라는 게임을 통해 런던대화재 이전의 런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해 내며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았다. 특히 런던의 모습 중에서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런던타워와 런던을 대표하는 세인트 폴 대성당을 외부만이 아닌 실내도 완벽하게 재현함으로써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외에도 마인크래프트는 ‘world of worlds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유산인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터키의 성소피아 성당, 미국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등을 완벽하게 구현해냈다. ‘프로젝트 1845’에서는 베이징의 모습과 세계유산인 자금성을 1:1의 비율로 재현했다.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각 도시에 실제로 방문하지 않고도 그곳의 세계유산을 둘러보며 직접 관람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






이런 성과가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많은 사람의 자발적인 참여와 함께 세계유산에 대한 정확한 고증이 바탕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은 자국을 대표하는 건축물을 제작할 때 더욱 심혈을 기울였고, 이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면서 자긍심을 가질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인크래프트의 인기를 이용하여 인천시가 ‘인천크래프트 in 마인크래프트’를 통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강화 고인돌이 만들어진 청동기 시대부터 현재까지의 발전된 인천을 보여주었다.

또한, 최근 게임은 예전처럼 혼자서 즐기는 것에서 벗어나 전 세계 사람들과 소통·공유하며 즐긴다. 그만큼 세계에 큰 영향을 준 역사와 문화 그리고 전통을 가진 나라를 배경으로 게임이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오늘날의 국력에 비례하여 몇몇 주요 국가들이 게임 배경으로 자주 등장한다. 한 예로 2007년 개발된 이후 1억 장을 넘게 판매한 ‘어쌔신크리드(ASSASSIN’S CREED)’는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산업혁명 시대까지 폭넓은 시간대를 배경으로 여러 시리즈를 제작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 이집트의 프톨레마이오스 왕조, 십자군 전쟁, 신대륙의 식민지 시대와 미국 독립전쟁, 프랑스 대혁명 등 세계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굵직한 역사적 사건을 다루고 있다. 물론 이 게임이 주요 세계사적 역사 사실을 배경으로 제작되었기에 큰 인기를 끈 것은 아니다.
 




게임 자체가 재밌고 완성도가 높았던 것이 큰 이유겠지만, 세계유산을 비롯한 주요 유적과 유물을 그 당시의 모습에 가깝게 재현한 것도 인기를 끄는데 큰 역할을 했다. 예를 들어 ‘어쌔신크리드’에 파라오가 쓰는 두건인 네메스, 이집트 파라오 세누스레트 2세 딸의 목걸이인 시트하토르아우네트 등이 등장한다. 게임을 하는 이용자들은 실제 유물과 너무도 흡사하게 고증된 게임을 통해 마치 과거의 시대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어쌔신크리드’가 실제 유물을 얼마나 정교하게 제작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2019년 대화재 이후 복원 중인 노트르담 대성당이다. 그래픽 디자이너가 2년 동안 노트르담 대성당과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여 제작할 만큼 공을 들인 사실이 와전되어 프랑스가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에 어쌔신크리드 게임을 활용했다는 가짜뉴스가 유포될 정도였다.

미국은 오랜 역사를 갖지는 못했지만, 강력한 문화적 국력을 바탕으로 여러 게임의 배경으로 자주 등장한다. 예를 들어 ‘더 크루 2(The Crew 2)’라는 게임은 러시모어 국립 기념공원, 후버 댐, 게이트웨이 아치, 뉴욕의 타임스퀘어 등 미국을 대표하는 장소를 실제 현장에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미국인들은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자유의 여신상을 보면서 자국의 역사가 비록 짧지만, 자유와 평등이라는 가치를 세계에 보급·확산시킨 나라의 국민이라는 자긍심을 갖게 된다. 이로 인해 애국심 함양이라는 부수적 효과도 자연스럽게 덤으로 얻게 되었다.

이 외에도 많은 국가의 세계유산이 게임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게임 속 주인공인 라라 크로프트가 영국의 사이버 홍보대사로 임명되며 광고 모델로도 활동할 정도로 유명했던 ‘툼 레이더(Tomb Raider)’도 세계 주요 나라의 세계유산을 소개했다. 특히 중국의 만리장성과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와 같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세계유산을 게임 배경으로 삼은 것에서 아시아의 문화적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2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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