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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호 Jan 18. 2022

온라인 게임과 세계유산의 활용 2편


2021년 12월 세계유산도시기구 아시아-태평양 지역사무처( http://www.owhc-ap.co.kr/)에 기고한 글입니다.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보유한 도시들의 국제 협의체인 아태 지역사무처는 <해시태그>를 발행하여 세계 여러 나라에 대한민국을 알리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해시태그>에 기고한 글입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역시 최근에 높아진 국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인이 즐기는 게임 속에 등장하는 횟수가 증가하고 있다. 게임 배경으로 대한민국이 등장하며 많은 이들에게 크게 각인되었던 게임은 1996년 제작된 ‘더 킹 오브 파이터즈 96(The King of Fighters 96)’이다. 1997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수원 화성의 화홍문이 배경으로 등장하고, 게임 속에 나오는 ‘김갑환, 태권 만세!’라는 한글 문구는 그 당시만 해도 매우 큰 충격으로 다가왔었다. 게임 배경에 대한민국이 등장하는 것을 접해본 적 없던 게임 이용자들은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수원 화성과 한글 그리고 태권도가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오는 것을 경험했다. 한국인들은 망설임 없이 대한민국 팀을 선택하는 애국자가 되며 자부심을 느꼈고, 한국인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한국이라는 나라는 물론 배경으로 등장한 세계유산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후 2010년에 나온 ‘시드 마이어의 문명 V(Sid Meier's Civilization V)’은 대한민국의 역사를 시나리오에 담았다. 이 게임에는 조선의 4대 임금인 세종이 등장한다. 세종과 임진왜란이 시대적으로는 맞지 않지만, 이용자들은 임진왜란으로 돌아가 조선을 침략한 일본군을 막아내는 시나리오를 수행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한양을 비롯한 포항과 부산 등 대한민국의 여러 지역과 우리나라 궁궐을 대표하는 경복궁을 비롯하여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백제 역사유적지구를 만나게 된다. 이 게임을 하는 대한민국 사람들은 어떻게든 문화유산과 강산을 지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임진왜란이라는 역사를 접하게 된다. 그리고 임진왜란이 가져온 끔찍한 피해를 간접 체험함으로써 현실에서 다시는 이런 아픈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또한, 이 게임은 세계유산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금 깨닫게 되는 계기도 만들어주었다. ‘시드 마이어의 문명 V’이 우리나라에서 만든 게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역사와 문화유산에 관심을 둘 수 있었던 것은 대한민국이 15개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외에도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지는 못했지만, 국보 1호인 숭례문이 레이싱 게임인 ‘그란 투리스모 4(GRAN TURISMO 4)’에 등장하며,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확인시켜주듯 ‘콜 오브 듀티: 어드밴스드 워페어(Call of Duty: Advanced Warfare)’에서는 높은 빌딩으로 가득한 강남과 아름다운 청계천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게임에 등장하는 세계유산 및 각 나라를 대표하는 유물과 유적은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게임의 교육적 기능이 강조되고 있다. 예를 들어 ‘디스 워 오브 마인(This War of Mine)’이란 게임은 민간인의 관점에서 전쟁을 체험하게 함으로써 전쟁사를 학습하는 동시에 전쟁이 주는 피해와 심각성을 인식시켜 평화를 모색하게 교육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또는 ‘네버 얼론(Never Alone)’이란 게임처럼 지역 단체나 공공 기관의 협조와 지원을 받아 사라져가는 이누피아트 족의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그렇기에 게임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역사적 사실에 대한 고증이나 관련 자료 및 이야기를 심층적으로 연구하여 반영하는 지식인들의 참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게임에서 시대적 배경이나 유산에 대한 고증에 오류가 있는 경우 이용자들의 거센 비판과 반발이 이어지고, 자칫하면 잘못된 지식을 전달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원나라의 일본원정을 배경으로 하는 ‘고스트 오브 쓰시마’의 경우 사무라이의 갑옷 등 의상을 잘 고증했다는 평가도 받지만, 원나라군이 조선식 화차를 사용했다는 비판도 동시에 받는다. ‘어쌔신크리드: 오리진’에서도 게임 속 배경과는 달리 신왕국 시대 시와에는 신전이 지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외에도 게임에 등장하는 파라오가 신왕국 시대 이후에 등장하는 인물이며, 신전에 있는 신상이 게임처럼 거대하지 않다는 오류도 갖고 있다.

그럼에도 게임이 가져오는 긍정적인 기능은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 게임은 학습을 방해하는 요인이 아니라, 학습을 도와주는 훌륭한 기자재로 인식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글과 그림을 통한 설명은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이해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교육 영상이나

VR이 학생들의 이해를 도와주기는 하지만, 아직은 게임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한다. 또한 흥미와 재미를 주는 요소도 많이 부족하다. 반면 게임은 흥미와 재미를 주는 동시에 매우 실사적인 역사 지식을 제공한다. 과거 역사의 인물과 거리까지 재현함으로써 이용자들에게 게임의 시대 배경인 역사에 관심을 끌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온다. 물론 게임에 실제의 역사와 허구가 공존하는 만큼 왜곡된 지식을 심어준다는 우려도 있지만, 이용자들이 역사에 관심을 두는 순간부터 사실과 허구를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한다는 점에서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
 



또한, 게임사들의 노력도 간과할 수 없다. 유명 게임사가 대한민국의 문화재 환수 및 보존을 위해 문화유산국민신탁에 기금을 전달하는 등의 외연적인 노력은 국민의 역사 관심을 높이는 동시에, 게임 제작에 있어 역사적 사실을 더욱 철저하게 고증하도록 만든다. 여기에 게임의 목적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문화적 가치를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제작되는 인스피레이션 게임의 증가도 대중들의 역사에 관한 관심을 증대시키는 동시에 교육적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특히 세계유산은 모두가 인정하는 인류 유산인 만큼 게임을 제작할 때 고려할 수밖에 없는 주요 배경이 된다. 그 결과 세계유산이 정적이고 고리타분한 선조들의 유물이라는 인식이 사라지고, 역동적이며 아름다운 장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리고 게임 이용자들은 이런 훌륭한 세계유산을 만든 선조들의 지혜에 감탄하는 동시에, 세계유산이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고, 현지인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까지 사고의 확장이 이루어진다. 이런 측면에서 보았을 때, 게임의 발전이 역사의 대중화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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