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정호 Jun 13. 2023

게임의 발전과 함께하는 세계문화유산 1/2

2021년 현재 전 세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어린아이에서부터 80세가 넘는 어른들에 이르기까지 즐기는 게임의 종류는 달라도, 재미 추구와 스트레스 해소 등 공통된 목적으로 게임을 즐긴다. 그래서일까? 불과 수십 년 전 게임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던 모습을 찾아보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 되었다. 게임을 하는 아이들에게 공부는 안 하고 게임만 하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이냐고 질책하던 어른들이 오히려 게임을 하는 아이들을 격려하고 지지해주기도 한다. 


실제로 청소년들의 진로 희망을 살펴보면 ‘프로게이머’. ‘게임 그래픽 디자이너’, ‘게임 개발자’ 등 게임과 관련된 직종을 선택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흔히 볼 수 있다. 2021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진행한 초중등 진로 교육 현황조사를 살펴보면 초등학생의 희망 직업 순위 5위가 ‘프로게이머’였다. 이것은 게임의 무한한 영역 확장에 따른 결과에 기인한다.


게임의 종류는 크게 전문 오락실에 설치된 게임기로 즐기는 ‘아케이드 게임’, 게임 소프트웨어가 저장된 CD나 DVD 등을 활용해 컴퓨터로 진행하는 ‘PC게임’, 컴퓨터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에 게임을 설치한 후 인터넷 서버로 접속해 다른 사용자와 소통하는 ‘온라인 게임’, TV와 연결하여 조이스틱이나 조이패드 등 콘솔을 이용하는 ‘콘솔게임’, HMD와 같은 VR기기를 착용하여 가상 세계에 들어가 즐기는 ‘VR 게임’,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할 수 있는 ‘모바일 게임’으로 크게 나뉜다. 이제는 게임의 발전과 대중화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우리가 원하는 순간 즐길 수 있다. 더욱이 그래픽의 발달로 현실보다 더 생생한 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이와 같은 게임의 발달은 단순히 오락거리를 제공하는 도구의 한계를 넘어섰다. 게임이 대중문화로 확장되고, 현실과 이어지는 또 하나의 사회 공간이 되면서 유의미한 메시지를 제시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게임이 가상현실 공간에서 사물을 관찰하는 등의 간접 체험을 통해 우리가 직접 보기 어려운 사물이나 장소를 경험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게임의 교육적 기능에 많은 사람이 주목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16년 런던박물관은 1666년에 발생한 런던대화재 350주년을 맞아 ‘마인크래프트(Minecraft)’라는 게임을 통해 화재 이전의 런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하여,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았다. 특히 런던의 모습 중에서 세계문화유산인 런던탑과 런던을 대표하는 세인트 폴 대성당의 모습은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외에도 마인크래프트는 ‘world of worlds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문화유산인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터키의 성소피아 성당, 미국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등을 완벽하게 구현해냈다. ‘프로젝트 1845’에서는 베이징과 세계문화유산인 자금성을 1:1의 비율로 재현했다. 각 프로젝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세계문화유산을 실제 둘러보며 관람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 


이런 성과가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많은 사람의 자발적인 참여와 함께 세계문화유산에 대한 정확한 고증이 바탕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은 자국을 대표하는 건축물을 제작할 때에 더욱 심혈을 기울였고, 이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면서 자긍심을 가질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인크래프트의 인기를 이용하여 인천시가 ‘인천크래프트 in 마인크래프트’를 통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강화 고인돌을 시작으로 인천의 선사시대부터 현재의 발전된 인천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또한 최근 게임의 추세는 예전 아케이드 게임처럼 혼자서 즐기는 것에서 벗어나 전 세계 사람들과 소통·공유하며 게임을 즐긴다. 그만큼 세계에 큰 영향을 준 역사와 문화 그리고 전통을 가진 나라를 배경으로 게임이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오늘날의 국력에 비례하여 몇몇 주요 국가들이 게임 배경으로 자주 등장한다. 한 예로 2007년 개발된 이후 1억 장을 넘게 판매한 ‘어쌔신크리트(ASSASSIN’S CREED)’는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산업혁명 시대까지 폭넓은 시간대를 배경으로 여러 시리즈를 제작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 이집트의 프톨레마이오스 왕조, 십자군 전쟁, 신대륙의 식민지 시대와 미국 독립전쟁, 프랑스 대혁명 등 세계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굵직한 역사적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이 게임이 주요 세계사적 역사 사실을 배경으로 제작되었기에 큰 인기를 끈 것은 아니다. 게임 자체의 재미도 있겠지만, 세계문화유산을 비롯한 주요 유적과 유물을 그 당시의 모습에 가깝게 재현한 것이 인기를 끄는데 큰 역할을 했다. 예를 들어 ‘어쌔신크리드’에 파라오가 쓰는 두건인 네메스, 이집트 파라오 세누스레트 2세 딸의 목걸이인 시트하토르아우네트 등이 등장한다. 게임을 하는 이용자들은 실제 유물과 너무도 흡사하게 고증된 게임을 통해 마치 과거의 시대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대한민국을 비롯해 영국과 프랑스 등 주요 국가들보다 오랜 역사를 갖지 못했지만,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은 막강한 국력을 바탕으로 여러 게임의 배경으로 자주 등장한다. 예를 들어 ‘더 크루 2(The Crew 2)’라는 게임은 러시모어 국립 기념공원, 후버 댐, 게이트웨이 아치, 뉴욕의 타임스퀘어 등 미국을 대표하는 장소를 실제 현장에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때 게임에 등장하는 세계문화유산인 자유의 여신상은 미국인들에게 자신들의 역사가 비록 짧지만, 근현대사에 자유와 평등이라는 가치를 세계에 보급‧확산시켰다는 자긍심을 갖게 해준다. 이로 인해 애국심 함양이라는 부수적 효과가 자연스럽게 뒤따라온다.


이 외에도 많은 국가들이 게임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게임 속 주인공인 라라 크로프트가 영국의 사이버 홍보대사로 임명되며, 광고 모델로도 활동할 정도로 유명했던 ‘툼 레이더(Tomb Raider)’도 세계 주요 나라의 세계문화유산을 소개했다. 특히 중국의 만리장성과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와 같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세계문화유산을 배경으로 게임이 진행되었다.


하편에 이어집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백정은 왜 형평사를 조직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