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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호 Dec 12. 2023

2002년 한일월드컵의 기억

20세기까지 월드컵은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에서 개최되면서, 21세기 다른 대륙에서도 열려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었어요. 그런 가운데 1989년 일본이 월드컵 개최를 유치하기 위해 월드컵 조직위를 결성하고, 대한민국은 1994년 월드컵 조직위를 만들어 개최지 선정에 도전해요. 이때 한국과 일본만 개최 제안서를 제출하면서 경쟁이 매우 치열해졌어요. 초기에는 일본의 우세가 점쳐졌으나, FIFA 내부의 알력 다툼과 한 번도 본선에 진출하지 못한 일본은 개최 자격이 없다는 한국의 주장에 힘입어 공동 개최하자는 주장이 나와요. 이에 대한민국이 공동 개최에 동의하자, 일본도 어쩔 수 없이 단독 개최를 포기하게 됩니다.

월드컵 역사상 첫 아시아 개최이면서 공동개최인 한일월드컵은 처음부터 많은 기록을 낳아요. 우선 대한민국과 일본 모두 단독 개최를 준비했던 만큼, 역대 월드컵 경기 중에서 가장 많은 20개 경기장이 활용돼요. 이 기록은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기존과 다른 열정(Fever)과 신성(Nova)의 합성어인 피버노바라고 불리는 공인구가 사용돼요. 피버노바는 기존 공과 달리 가볍고 탄성이 좋았는데, 무엇보다 새로운 디자인으로 큰 이슈가 됩니다. 그중에서도 월드컵 공식 명칭을 두고 우리와 일본이 첨예하게 갈등했어요. 대회 공식 명칭으로 2002 FIFA World Cup Japan/Korea로 결정하려는 움직임에 대한민국이 반발해요. 그 결과 FIFA는 개막전은 한국에서, 결승전은 일본에서 펼치기 때문에 대회 명칭 또한 같은 순서로 해야 한다는 성명 발표를 하며 2002 FIFA World Cup Korea/Japan으로 확정해요.


2001년 12월 1일 부산에서 월드컵 조 추첨에서 대한민국은 D조, 일본은 H조에 속하게 돼요.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중국은 C조에 배정됩니다. 대한민국은 폴란드, 미국, 포르투갈과 경기 끝에 모두의 예상을 깨고 2승 1무로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해요. 대한민국은 16강에서 맞붙은 이탈리아와 연장까지 간 끝에 승리를 거둬요. 8강에서도 스페인과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을 벌이며 승리하며 4강에 오르게 됩니다. 그리고 3·4위전에서 튀르키예에 패배하면서 한국 월드컵 역사를 넘어 아시아 국가로서는 처음으로 4강전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루게 돼요. 이 기록은 유럽과 아메리카 이외의 국가가 아직도 4강에 오르지 못하면서 기록이 깨지지 않고 있어요. 반면 일본도 사상 처음으로 16강에 진출하지만, 튀르키예에 패배해요. 그 결과 공동 개최국 대한민국과 비교당하면서 첫 16강 진출이 빛을 잃게 됩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의 최종 우승은 결승에서 독일을 2대 0으로 승리한 브라질이었어요. 이후 수상에서 골든볼 수상에 독일의 올리버 칸이 선정돼요. 실버볼은 브라질의 호나우두가 받고, 브론즈볼에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홍명보 선수가 받게 돼요. 득점상에서는 호나우두가 8골로 골든슈를 받고, 브라질 히바우두, 독일 미로슬라프 클로제가 5골로 받습니다. 또한 골키퍼로는 최초로 독일의 올리버 칸이 월드컵 MVP에 선정돼요. 또한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최고 인기 팀으로 대한민국이 선정돼요. 이것은 대한민국 축구대표단의 선전이 가장 큰 요인이겠지만, 붉은 악마라 불리는 응원단의 역할도 매우 컸어요.


매 경기 수많은 사람이 붉은 옷을 입고 길거리로 나와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응원하는 모습은 세계인에 강한 인상을 남겼어요. 무엇보다 축구 경기 이후 행패를 부리는 사람 대신 스스로 거리의 쓰레기를 치우는 수준 높은 선진문화는 대한민국의 품격을 높여주기에 충분했어요. 월드컵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교도소와 구치소에서도 대한민국 경기가 열리는 날은 밤늦게까지 텔레비전을 보며 응원할 수 있었어요. 성당과 사찰같이 정숙한 종교기관에서도 종교인과 신도가 함께 응원했고요. 또한 대한민국 축구대표단을 이끌었던 히딩크 감독은 16강 진출에 성공한 뒤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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