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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호 May 21. 2024

한국통사 : 일본과 러시아의 선전포고


<일본 왕이 선전조칙을 내렸다.>     

각국과의 우의를 공고히 할 것을 원하며, 아울러 원동(遠東)의 영구한 평화가 유지되기를 바란다. 타국의 권리와 정책을 방해하지 않고 우리나라 판도의 장래를 확보함이 국제관계상 가장 긴요한 일이며 또한 짐의 언제나 변함없는 목적이다. 우리 신민도 함께 짐의 뜻을 우러러 체득하여 저마다 의무를 다하며, 열국과 친후(親厚)를 더하려고 하였더니 이제 불행하게도 결국 러시아와 공연한 전쟁이 일어나고 말았다. 이것은 짐이 당초 바라던 마음이 아니었다. 한국 독립은 우리 제국이 초조히 염려하던 바로서, 양국의 역사적인 균등한 관계뿐 아니라 또한 우리나라의 완전 독립을 위해서도 빠뜨릴 수 없는 중대한 문제이다.     


 < 중략 : 러시아가 만주를 침략하고 군비를 증강하는 것 등으로 볼 때 평화를 희망하는 것이 없음 >      

이에 어쩔 수 없이 한 걸음 나아가 러시아와 전쟁을 하게 되었다. 우리 관민이 충의와 용무(勇武)로 영구한 평화를 회복한다면, 제국의 명예를 온전하게 잘 지켜 지탱해 나갈 날이 머지않아 닥쳐오게 될 것을 바라노라.      

<러시아 황제도 선전조칙을 내렸다.>     

짐은 짐이 뜻한 바 평화를 유지할 목적에서 일찍부터 힘을 다하여 동양의 평안을 꾀하였다. 짐은 이런 평화의 목적으로, 한국에 관해 맺었던 일본과 러시아 사이의 협약을 개정(改訂)하고자 하는 일본 정부 제의에 동의하였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한 상의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우리 정부의 최근 회신도 기다리지 않고 상의(商議) 및 외교 관계 문서를 단절하였다. 일본 정부는 외교 관계를 단절하고 군사행동을 벌이겠다는 예고도 없이 그들 수뢰정(水雷艇)을 보내 돌연히 짐의 뤼순 항구 포루와 외면에 있는 함대를 습격하였다. 짐은 태수(太守)의 보고를 받고 군사행동으로 일본의 도전에 대응할 것을 결심하였나니, 짐의 이런 결의로 하느님의 깊은 가호가 있기를 기도한다. 짐의 신민은 모두 조국의 변고를 수호하기 위해 나아가고, 짐의 명을 좇아 의심함 없도록 하라. 짐의 명예로운 육해군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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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년 러일전쟁은 대한제국을 식민지로 만들기 위한 전쟁이었음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당시 일본과 러시아는 전쟁의 명분을 얻기 위해 겉으로 평화를 내세웠습니다. 


일본은 자신들의 독립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러시아와 전쟁을 벌인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대한제국을 이미 자신들의 식민지로 여기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나 있습니다. 

    

러시아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평화를 추구하는데 일본의 군사 공격으로 어쩔 수 없이 대응하게 되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그들에게 있어 평화란 대한제국이 순순히 이권을 빼앗겨 주는 것이 었을 겁니다.   


예나 지금이나 평화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어떠한 수단도 스스럼없이 저지르는 것이 강대국이 오랫동안 지속해온 횡포입니다. 


가만히 있는 것은 착한 것이 아니라 나약하고 비겁한 일입니다. 

러일전쟁 당시 일본과 러시아는 소리높여 자신들의 행동이 정당하다고 외칠 때, 대한제국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지금의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역사적 순간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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