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소중했던 백제금동대향로는 왜 진흙에 파묻혔나요?
백제금동대향로가 진흙에 파묻히게 된 것은 승려들이 매우 소중하게 여겼기 때문이에요. 660년 백제 의자왕 때 나당연합군이 백제를 멸망시키기 위해 사비성으로 쳐들어와요. 의자왕은 서둘러 13만 대군을 끌고 온 당나라 소정방을 막기 위해 주력부대를 보내고, 계백에게 5천의 결사대를 맡기며 서쪽에서 오는 5만의 신라군을 막게 했어요. 하지만, 양쪽으로 공격하는 나당연합군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어요. 결국 의자왕은 재정비를 통해 나당연합군에 반격하고자 서둘러 웅진으로 길을 떠나요.
국왕이 떠난 사비성은 매우 혼란스러워졌어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불안에 떠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백제를 지키려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성왕을 위한 제사를 지내던 능산리에 있던 사찰의 승려들이 그런 존재였죠. 이들은 어떡하던 적군에게 백제금동대향로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급히 땅에 묻었어요. 그러면서도 나당연합군이 물러나면 다시 꺼내어 사용하기 위해 천으로 둘둘 감싼 뒤, 나무 곽에 넣어 훼손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백제금동대향로를 묻은 승려들은 다시는 꺼낼 기회를 얻지 못했어요. 그렇게 백제금동대향로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혔어요.
그렇게 1400년이 지난 오늘날 백제금동대향로가 우연한 계기로 발견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거예요. 만약 땅속에 백제금동대향로를 숨겨놓았다는 사실을 한 명이라도 기억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우리는 이토록 소중한 유물을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네요. 또 한편으론 승려들이 백제금동대향로를 묻은 장소가 평소 진흙이었다는 점도 고마워요. 의도하고 묻은 것은 아니지만, 진흙이 백제금동대향로가 공기와 접촉하지 못하도록 막아주면서 부식되지 않았거든요. 동시에 진흙이 스펀지처럼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보호해 주면서, 우리는 얼마 전에 만들어 사용한 것처럼 느껴지는 백제금동대향로를 만날 볼 수 있게 해주었네요.
백제금동대향로를 어떻게 감상해야 해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집필한 유홍준 교수님은 “향로를 아래서부터 위로, 향로를 한 바퀴 돌며 봐야 한다. 이곳에 새겨진 신선과 동물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라며 백제금동대향로를 감상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어요. 이것은 백제금동대향로에서 표현하고 있는 모든 신선과 동물이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는 만큼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해요.
백제금동대향로는 크게 받침, 몸체, 뚜껑, 맨 위 봉황,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받침은 앞발을 들고 하늘로 솟아오르려는 용의 모습을 하고 있어요. 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머리에 있는 뿔은 두 갈래로 목뒤로 뻗어 나가며 강인한 인상을 심어줘요. 용의 입에는 사악한 존재를 당장이라도 물어뜯어 없애버릴 것 같은 날카로운 이빨이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고요. 무엇보다 바다의 거센 파도를 이겨내고 솟구쳐 오르기 위해 온몸을 뒤틀며 움직이는 용의 형상은 강한 힘을 느끼게 해요.
몸체는 불교에서 부처님의 가르침 또는 깨달음으로 얻는 진리를 상징하는 연꽃 봉우리로 표현되어 있어요. 연꽃이 물에서 사는 식물인 만큼 백제금동대향로에 표현된 연꽃 주변에는 물속에서 살아가는 물고기와 상상 속의 동물 25마리가 새겨져 있어요. 또한 물가에서 생활하는 신선으로 보이는 두 사람도 만날 수 있답니다.
뚜껑은 25개의 큰 산과 49개의 봉우리가 5단으로 표현되어 있어요. 얼마나 섬세하게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누군가가 걸었을 것 같은 산길과 맑은 물이 흐르는 시냇물이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어요. 이처럼 뚜껑에서 표현하고 있는 산도 의미가 있어요. 예전 중국 사람들이 바다에 불로장생하는 신선들이 살고 있다고 믿었던 삼신산(봉래, 방장, 영주산)을 의미하는 박산을 표현한 것이랍니다. 즉, 늙지 않고 오래 사는 신선처럼 살고자 했던 도교사상이 반영되어 있는 것이에요. 그래서일까요? 호랑이, 멧돼지 등 산에서 만날 수 있는 동물과 상상 속 동물 39마리와 이들과 평화롭고 조화롭게 살아가는 신선도 만날 수 있답니다. 박산에 사는 신선들은 복잡한 세상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 한가롭게 낚시하거나 나무 밑에서 참선하고 있어요. 이 중에서도 비파, 피리, 거문고, 북, 관을 연주하는 5명의 악사의 모습은 이곳이 인간계가 아니라 천상의 공간임을 보여준답니다.
마지막으로 백제금동대향로 맨 꼭대기에는 봉황이 앉아있어요. 봉황은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상상 속 동물인 신수로 어진 임금이 나라를 잘 다스릴 때 나타나는 상상의 동물이에요. 턱 밑에 여의주를 보관한 봉황은 당장이라도 우리에게 날아올 것처럼 날개와 꼬리를 활짝 펴서 하늘로 비상할 준비를 하고 있어요. 그리고 더 자세히 살펴보면 향이 새어 나올 구멍이 뚜껑 윗부분에 10개, 봉황 가슴에 2개가 있어요. 한 번 상상해볼까요. 향을 피우고 뚜껑을 덮으면 12개의 구멍으로 새어 나오는 연기는 매우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느낌을 줄 것 같지 않나요?
여러분 백제금동대향로에 백제인들이 꿈꾸던 세상을 담아놓기 위해 많은 산과 동물을 새겨놓았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나요?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향로에 있는 모든 조각이 따로 제작된 뒤 붙인 것이 아니라, 거푸집에 쇳물을 부어 통으로 만들었다는 점이에요. 이렇게 작업하면 조각을 세밀하게 표현하기 매우 어려운 일로 과거보다 기술이 발전한 오늘날에도 재현하기 매우 힘들다고 하네요.
그런데 백제의 우수한 기술에만 감탄해서는 안 돼요. 백제금동대향로에 담긴 백제를 읽을 수 있어야 해요. 우리나라에 없는 악어, 원숭이, 코끼리가 정확하게 표현된 것은 백제가 중국을 넘어 인도와 동남아시아의 여러 국가와 교류하던 개방적이고 국제적인 나라였음을 보여준답니다. 마치 오늘날의 대한민국처럼 말이죠. 또한 백제 왕실 사람들이 도교라는 종교를 통해 아프지 않고 즐겁게 사는 신선의 삶을 꿈꿨고, 불교의 부처님처럼 깨달음을 얻어 현실의 고통에서 벗어나려 했음도 엿볼 수 있어요. 이처럼 백제금동대향로는 백제의 뛰어난 금속공예 기술과 국제 사회에서의 위상, 그리고 어떤 세상을 꿈꾸며 살아갔는지를 우리에게 생생하게 보여준답니다. 그래서 백제금동대향로는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문화유산이자 보물이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