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병조의 역사와 기능

by 유정호

국가를 운영하는 데 있어 외부의 침입을 막거나 내부의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국왕은 나라의 군대를 지휘하고자 했어요. 이때 군대를 운영하는 권한을 ‘군권’이라고 합니다. 예로부터 모든 왕조의 국왕들은 개인이 사병을 운영하지 못하도록 막고, 오로지 자신만이 군권을 독점하고자 했어요. 특히 중앙 집권 국가로 성장할수록 군사, 무관 인사, 병력 관리 등을 한 곳에서 통제하고자 했죠.


조선도 예외는 아니었어요. 원나라의 영향을 받아 설치된 만호부와 홍건적과 왜구의 침입을 방비하는 과정에서 사병제 성격이 강해진 고려의 군사제도를 이어받은 태조 이성계는 병조를 설치하여 국가가 모든 군대를 총괄하고자 했지만, 뜻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사병을 없애기 위해 요동 정벌을 재추진하는 과정에서 제1차 왕자의 난이 일어나 국왕의 자리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하지만 태종이 사병 혁파에 성공하면서 병조의 역할과 기능이 강화됩니다.


병조는 어떤 일을 담당했을까요? 크게 무관 선발 등 인사 행정, 왕의 행차에 뒤따르는 의장과 교통에 관련된 행정, 군사 시설에 무관 파견, 무기와 갑옷 등 병기 시설 확보, 왕 호위, 서울의 성문 경비 및 궁궐의 열쇠 관리 등 군정에 관한 업무를 주관했어요. 이와 별도로 군대에 명령을 내려 운영하는 군령 체계에서도 가장 높은 위치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답니다.


그럼 병조의 업무를 담당했던 관청을 살펴볼까요. 병조는 무선사, 승여사, 무비사 3사로 구성되어 있어요. 무선사는 기본적으로 무관에 관한 인사 행정을 담당합니다. 무관과 군사의 임명, 관리 임명장과 녹봉을 받을 수 있는 증서 관리, 무관의 잘못을 기록하고 휴가에 관한 일, 무과시험을 주관했죠. 임용과 승진에 관련된 인사를 담당하는 만큼 무선사의 실무자들이 결정한 일은 반드시 당상관들이 재결을 받아 병조판서가 시행하는 절차를 거쳐야 했습니다.


승여사는 국왕의 행차와 관련된 업무를 도맡아 했어요. 왕의 위엄을 드러내는 의장 행렬, 왕이 타는 수레, 왕이 사용하는 천막 등에 관련된 일을 맡았죠. 그 과정에서 직접 소나 말을 기르고, 교통과 통신의 업무를 조율하고, 왕을 호위하는 일 등도 담당했답니다. 하지만, 조선 후기에는 마색(馬色)이 설치되면서 승여사는 사라지게 됩니다.


무비사는 무선사와 승여사에 비해 다루는 업무의 종류와 범위가 굉장히 다양하고 광범위했어요. 군사·말·병기·전함 등 군대 운영에 관련된 모든 것을 관리하는 동시에 군사들을 점검하고 무예를 훈련시키는 일을 담당했어요. 이뿐만이 아니라 밤에 지키는 숙직과 순찰 그리고 성곽을 방어하는 일 외에도 위급한 상황을 전하는 봉수, 화포 등 군대 운영에 전반적인 부분을 다루었습니다.


조선 전기 군령과 군정을 총괄하던 병조지만, 조선 중기 업무의 많은 부분이 비변사로 넘어가면서 역할이 축소돼요. 그래도 국왕과 나라의 안전을 책임지는 일을 하는 만큼 병조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체계가 유지되면서 위상이 크게 낮아지지 않았어요. 하지만 시간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어서 1894년 갑오개혁 이후 병조는 역사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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