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고민밖으로
영국의 흔한 카페 중 자주 가는 브랜드인 네로에서 커피를 사서 길을 하염없이 걷는다. 단풍은 누가 먼저 떨어지나 경쟁이라도 하듯 아침이 되면 어제 말끔히 치운 길이 민망할 정도로 쌓여있다. 털에 기름기가 반짝이며 걷는 큰 강아지가 점잖게 앉아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사람들은 꼬리라도 밟을까 봐 이리저리 피한다. 붉은 코트를 입고 네모난 선글라스를 낀 여자가 신호를 건넌다. 할머니가 할아버지의 손을 잡으며 거리를 걷는다. 바람이 불지만 반팔과 반바지를 입은 건장한 남성이 큰 물통을 손에 쥐고 어딘가를 열심히 걸어간다. 빵 굽는 냄새가 나의 시선을 붙잡는다. 커피와 작은 빵을 먹으며 카페 안은 분주하다. 20킬로로 달리는 차들은 빠른 듯 느리다. 그 옆을 자전거가 지나간다. 자전거는 차와 같은 속도를 내며 도로를 질주한다.
알바를 하루빨리 구해야 한다며 스스로를 닦달하던 나는 그 고민을 길에 떨어진 단풍과 함께 헤어졌다. 앞으로의 인생을 심각하게 고민하던 또 다른 시간대의 나는 강아지의 꼬리를 더 걱정하며 넘긴다. 내 짝은 어디 있는지 답답해하는 현재의 나는 할머니의 꽉 잡은 손을 보며 누군가 나타난다면 놓지 않을 거라 다짐한다.
커피는 식었고 나는 다리가 아프다.
이제는 집으로 갈 시간.
Good n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