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실이 Sep 04. 2022

갓생을 살아가야만 하는 이유

이제 운동과 글쓰기를 살짝 곁들인 내 작고 소중한 일상들.

직장을 다니게 되면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도 오늘과 같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에 일어나서 일하고 점심 먹고 또 일하고 퇴근하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힘이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삶.

그걸 1년 반 정도 하니까 슬슬 인생이 물리기 시작했다. 문득 내 인생이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나에게는 가족, 만나고 있는 사람, 친구,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잔잔하다 못해 너무 똑같은 내 일상에 파동을 주기가 어려웠다. 호수 같은 일상도 소중하지만, 가끔씩 한 번쯤은 자의든 타의든 수면에 돌멩이 하나를 던져줘야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물론 나의 소중한 사람들 덕분에 힘들어도 버틸 수 있고, 기분 나빴던 일들도 쉽게 털어낼 수 있었다. 그래도 인생이 공허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종종 있었다.

이유가 뭘까, 하고 생각을 해봤는데 나는 원래 성취감으로 먹고사는 사람이었다.


나는 목표를 세우고 그걸 이뤄가는 과정에서 기쁨을 느끼고, 이루지 못했더라도 내가 원하는 삶을 향해 나아가는 그 과정 자체가 나에게는 원동력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 직장에서는 어쩐지 이런 성취감을 느끼기가 어렵다. 기획을 하거나 새로운 것을 발굴하는 게 아니라 이미 기존에 있던 법령을 위반하고 있냐, 아니냐에 대한 처분을 하는 일이라서 처리하는 일이 대부분 비슷한 유형이다. 현재 맡고 있는 업무를 하면서 민원처리 우수자로 상금도 받아봤지만, 일을 하다 보니 어쩌다 받은 상이 었고 내가 진정으로 노력해서 받은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나에게 큰 의미가 있는 상은 아니었다. 노력하지 않고 우연히 얻어걸린 것에는 큰 메리트가 없는 법이다. 그래도 나중에 어떻게 민원처리 최우수자로 2번이나 선정될 수 있었는지는 여담으로 살짝 풀어보도록 하겠다.



공무원 조직에서 업무적으로 성취감을 느끼고 자기 계발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전공이 무엇이든 학벌을 보지 않기 때문에 상관이 없고, 대학교 전공이 있어도 그것을 꼭 고려해서 인사발령을 내는 것은 아니다. 특히 행정직은 공백이 생긴 자리 어디든 갈 수 있다. 두루뭉술한 직렬이라 그런가 보다. 기본적으로 특수 직렬이 아니면 전문성 있게 한 업무를 오래 맡지 않고 1년 반~2년 정도 기간이 지나면 인사발령이 나서 다시 새로운 일을 배워야 한다. 업무가 지겨울 때 발령을 통해 리프레쉬 해질 수 있지만 다시 신규자의 마음으로 업무를 배워야 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이 조직에서의 인생은 업무에 적응할 때쯤 돼서 매너리즘에 빠지기 직전에 다른 곳에 발령이 나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또 적응할 때쯤 발령이 나는 그런 순환과정이 필연적이다. 아직은 초임지에서만 일을 해봐서 그런가, 나는 내 일생에 변화를 주고자 어떤 것이는 닥치는 대로 시작하는 수밖에 없었다.



생산적이기도 하고 지표로 가시적인 성과가 뚜렷해야 하며, 업무에 지장이 가지 않을 정도의 다른 일이 뭐가 있을까 참 많이 생각했던 것 같다. 대학원도 생각해보고, 글쓰기, 그림, 독서, 운동 등 떠오르는 것은 많았다. 그렇지만 지금도 밥 먹듯이 야근을 자주 하는데 대학원에 가서 새로운 학문을 배우기에는 도저히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처음 가볍게 시작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운동과 글쓰기를 일단 시작해보기로 결심했다.



현재 나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2~3 아침 수영에 가서 운동하고 출근하고, 저녁에는 퇴근하고 헬스장에 가서 1시간 정도 운동을 한다. 수영을 가는 날이면 5 20분에 일어나는데, 처서가 지난 이후로는 해가 짧아져서  시간에는 해도 뜨지 않은 깜깜한 밤이다. 날도 추워져서 가기는 싫은데 막상 가면 즐겁게 배우고 하루를 상쾌하게 시작하는  좋다. 무엇보다 아침 운동이 좋은  모두가 자고 있는  시간에 일어나서 결심한 운동을 하고 출근까지 하는  자신이 기특해서, 그런 뿌듯함에서 오는 성취감이 좋다. 인터넷에서 흔히 사용하는 언어인 갓생, 갓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성취감이 좋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글을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은 없지만 조금씩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글로 정리해서 발간하다 보면, 쌓인 원고의 개수만큼 공허했던  마음도 채워지지 않을까 해서 시작했다. 소심한 관종이라 그런가 다른 작가님들이 소소하게 눌러주시는 좋아요도 삶의 원천이 된다.



정리하자면 내가 갓생을 살아가야만 하는 이유는, 그래야만  삶이 의미 있다고 스스로가 느끼기 때문이다. 어떤 날은 지쳐서 쉬기도 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도 있지만 이렇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매 순간 의미 있고 알차게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인생을 조금  사랑할  있겠지 싶어서다. 완전한 갓생은 아니지만, 그냥 생에서 갓생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초보 직장인이다.





작가의 이전글 소리를 지른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