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영화에서 교육의 이데아를 보았다
결국 교육이 문제다
독서모임을 4년 이상 해보니 다양한 사회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교육인 경우가 많았다. 교육을 잘해야 제대로 된 사람으로 성장한다. 당연한 말이다. 이에 대해 기존 교육의 한계점도 얘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기존 교육에 대한 대안 교육으로 등장하는 것이 홈스쿨링이다. 말 그대로 집에서 가르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초등 교육이 의무이기 때문에 학교에 보내지 않으면 100만원 미만의 벌금을 내야 한다고 한다.
아라곤에서 아버지까지
오늘은 교육의 대안인 홈스쿨링을 고려한다면 꼭 봐야 할 영화인 '캡틴 판타스틱'의 리뷰를 남기며 남들과 다르게 산다는 것, 대안 교육의 의미에 대해서 한번 살펴보려고 한다. '반지의 제왕'에서 아라곤으로 활동했던 비고 모텐슨이 홈스쿨링을 지휘하는 아버지로 나온다. 그리고 많은 아이들이 나온다. 엄마는 양극성 인격장애로 인해 영화엔 등장하지 않는다. 이런 어머니의 결함이 이들의 삶에 큰 파동을 던지고 영화의 시작이 된다.
육체와 지식의 조화
이들은 빅토르 위고가 살았던 집 근처의 숲에 산다. 자신들이 재배하는 음식을 먹고 살고, 동물을 직접 사냥해서 살을 벗기고 구워서 먹는다. 아이들까지 이런 과정에 모두 참여한다. 매일 육체를 단련하고 책을 읽고 진도에 맞춰 이해도를 테스트한다. 각자 수준에 맞게 읽어나가는 책이 다채롭고 인상적이었고 마음에 들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미들 마치>, <우주의 구조>, <총.균.쇠> 등 들어봤을 법한 책들이 나온다.
합리적 의사 교환의 장
그리고 집단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이의 제기는 토론을 통해서 합리적인 과정을 밟아서 결론으로 간다. 이 합리에 반발심을 느끼는 한 아이도 있다. 이들 가족의 삶은 마치 플라톤의 이상국가를 보는 듯하다. 모든 아이들이 철인왕이 될만한 자격이 있다고 한 어머니의 말에서도 부모가 지향하는 홈스쿨링의 이상향을 엿볼 수 있었다.
지식의 세계에서 사회로 나간 가족
이들은 남들과 다르다. 어떤 계기로 그들이 바깥 세상으로 나가게 된다. 이들 눈에는 모든 것이 신기해보인다. 매일 훈련해서 몸이 탄탄한 자신들과 대비해서 뚱뚱한 사람들이 눈에 띈다.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이 느껴진다. 영화는 이런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듯한 가족을 유쾌하게 보여준다. 이런 유쾌한 이질감은 영화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클리셰인데, 이런 소재는 처음 접하는 것 같다. 분명 같은 지식을 공유하고 같은 나라에 살고 있는데 생활 양식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니 놀라웠다.
무엇이 과연 옳은 것인가?
이 부모는 깨어있는 부모이다. 아이들에게 절대 거짓을 말하지 않고, 자신들도 솔직하고 모든 지식을 감추지 않고 공유한다. 심지어 술도 마시게 한다. 이런 걸 보면서 사람이 규정해놓은 어떤 불문율과 심지어 법에서도 자유로운 이들의 삶이 부럽기도 했다. 그리고 지적으로 많은 훈련을 거쳤기 때문에 실제 공교육을 받는 아이들의 지식보다 훨씬 뛰어나고 사고력이 우수하다. 영화라서 과장된 측면이 있겠지만 우리의 교육은 얼마나 정해진 지식을 받아들이는 데 익숙하도록 우리를 만들었던가?
대안은 온전히 완전한가?
그리고 영화는 대안의 불완정성에 대한 부분도 다룬다. 대안이라는 단어 자체로도 기존의 것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고, 다르다는 늬앙스를 풍긴다. 그래서 대안 교육을 받는다고 하면 일단 기본적으로 '무슨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캡틴 판타스틱은 대안이 지닌 한계도 잘 보여주는 영화이다. 그래서 나는 영화의 엔딩이 마음에 들었다. 그들은 원래의 삶과는 다른 삶을 살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살아온 가치와 세상이 원하는 가치를 잘 융합시켜서 남들보다 더 잘 살아낼 수 있을 것이다.
마치며
영화가 잔잔해서 좋았다. 극적인 요소도 포함하고 있지만, 가족들이 같이 앉아서 독서하는 장면과 아침 먹으면서도 책을 읽고 과제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나는 홈스쿨링을 할 정도로 지식이 있진 않다. 하지만 만약 아이가 있다면 캡틴 판타스틱에 나오는 것처럼 전인적 교육을 하고 싶다. 대안 교육도 한국에서 많이 늘어날 것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남들과 다르게 살 용기를 지닌 이들이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홈스쿨링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영화 캡틴 판타스틱의 리뷰를 인상 깊은 한 구절을 공유하며 마친다.
인간은 말이 아닌 행위에 의해 규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