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산적자 Sep 08. 2016

회사를 쓰다 : 이상주의자


나는 이상주의자다. 그렇지만 내가 몸 담고 있는 회사는 지극히 현실적인 공간이다. 이상적인 사람이 현실적인 회사에서 버티기, 나에게는 지난 4년 자체가 큰 과제였다. 이런 물음도 품지 않은 채 2년 정도를 보냈다. 고민이 커졌다. 점점 커졌다. 내 고민의 답에 이르는 과정은 항상 진행형이다. 마치 시지푸스 신화처럼 조금 찾다가 떨어진다. 다시 찾는다. 그렇게 반복되고 있다.


세상이라는 파도를 막아줄 방파제 같은 회사라는 울타리가 주는 안정감은 누구든 포기하기 힘들다. 매월 정해진 날 아침에 꽂히는, 점점 높아져가는 월급은 달콤한 마약이다. 마약에 젖어 성장하고 싶은 나 자신은 한 곳에 묻어버리고 현실과 타협하면서 살아간다. 


그럭저럭 타협하면서 살다가도 '이렇게 살아도 될까?'하는 생각이 문득 솟아난다. 나만 이렇게 힘들게 사는지 싶다. 다른 사람도 다 힘들거라고, 그런데 버티는거라고 위로해본다. 누군들 자신을 표현하면서 살고 싶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나는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나를 필요로 하는 일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누구나가 해도 비슷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살아갈수록 나는 평범하진 않은 것 같다. 비범에 가깝지도 않지만 평범은 절대 아니다. 다들 받아들이고 순응하는 건데 나는 못참겠다. 체력이 빠져나가면서 생기는 인내심의 고갈일까? 시계추처럼 오가는 생각에 치이다 보면 이런 생각을 들게하는 회사는 결국 힘든 곳으로 판명난다.


회사는 힘든 곳이지만 나는 견디고 있다. 이 상황을 버티지 않으면 어느 것도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회사 안은 전쟁이지만, 밖은 지옥이라는 미생의 한 대사가 떠오른다. 나는 지옥에서 버틸 힘을 회사에서 키우고 있다. 시덥잖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지만 나름의 질서와 풀만한 문제를 갖고 있는 곳이다. 여기서 체력을 길러서 나는 지옥으로 나갈 예정이다.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진 모른다. 내 이상은 내가 그리고 싶다. 세상이 규정지은 뭔가가 아닌 무언가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