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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산적생산자 Nov 03. 2019

직장인 해외구매대행 02 : 매출 발생, 정모, 노가다

용돈 벌이를 넘어 업으로




나는 직장인이자 해외구매대행인이다. 해구대인이라고 줄여서 말하겠다. 해구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2달 정도 됐다. (더 넘을지도) 사업자 내고 관련된 면허를 준비하고 해외 사이트에서 상품을 소싱해서 정리하고, 그걸 다시 정리해서 오픈 마켓에 올리는 일을 하고 있다. 어제 서울에서 해구대 정모가 있어서 다녀왔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도전하고 있다는 걸 새삼 알 수 있었다. 많은 에너지와 통찰을 얻고 돌아왔다. 지금까지 나에게 일어난 현황을 정리하고, 나중에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적는다. 






뜻밖의 주문


생각지 못했는데 주문이 하나씩 들어온다. 지금은 상품 등록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라서 주문이 들어오지 않도록 엄청 높은 마진에 상품을 올려놨다. 그런데도 주문이 하나씩 들어온다. 그리고 그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원래 요이땅 해서 시작하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싫지는 않다. 왜냐하면 그게 나의 돈이 되기 때문이다. 평소 아무 생각 없이 대하는 업체 사장님들이 얼마나 대단하신 분들인지 개인 사업을 하면서 알 수 있었다. 그들의 사정을 알 수 있었던 계기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총 5건의 주문을 받았고, 나는 단가 높은 장비를 팔기 때문에 매출이 100만원 정도 됐다.


마진은 엄청나게 높게 잡아놨기 때문에 한달 식비 정도는 번 것 같다. 현재 마켓에 올린 아이템의 수를 고려해볼 때 앞으로 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제품을 올리는 게 팔릴 때도 기분이 좋다는 걸 알 수 있다. 나와 같은 니즈를 가진 사람이 한국에 존재하는구나 정도의 안도감이라고 해야할까? 나는 30대 중반의 회사원이고, 주문 들어오는 고객도 이름과 지역을 살펴볼 때 나와 비슷한 연배거나 조금 높은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아직 자체 주문 처리 능력이 없다. 배대지와 계약을 하지도 않았다. 내가 따르는 그 분의 직원에게 부탁해서 주문을 처리하고 있다. 11월 중순 이후 되면 플랫폼이 오픈한다고 하니깐 거기에 가입해서 진행할 예정이다. 뜻밖의 주문은 회사에 있을 때 들어오면 모든 업무가 스톱될 정도로 아직 나에겐 충격적인 일이다. 왜 이 가격에 내 상품을 살까? 하는 의문과 나름의 성취감이 동시에 느껴진다. 감사하고 미안하고 고맙다. 






정모 참가


그리고 참가하는 카페에서 진행하는 정모에 참여했다. 서울에서 열렸고, 참가비는 만원이었다. 나는 거기 가기 위해서 KTX를 탔다. 세상엔 참 똑똑한 사람이 많고 자신만의 방식이 있고, 이렇게 자주 모여야 방법을 알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강의장에 모인 300명 넘는 사람들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고, 제대로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열정을 얻었다.


그리고 우연히 같은 지역에서 올라간 분을 만나서 얘기를 나누었다. 나보다 나이가 많으신 분이었는데 자신은 이제 전업으로 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같은 지방이니 한번씩 모여서 어떻게 하는지 공유하면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다른 분도 어떻게 알게 됐는데 그 분의 나이도 나보다 많았다. 나를 부러워하는 시선이 약간 느껴졌다. 나는 거기 있는 나보다 더 젊은 사람들이 부러웠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라고 말이다.


항상 유튜브 영상으로만 뵙고 카톡만 하던 분에게 인사를 드리고 왔다. 인사 드리러 왔다고 하니 인사 했으니 가보라고 하던 쿨함이 싫지 않았다. 원래 이런 걸 안하지만 내 삶의 은인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첫번째 귀인은 책을 쓰게 해주신 작가님이고, 두번째 귀인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코인에 탑승하려면 1년 동안 내가 많은 주문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려면 더 열심히 하고 조만간 직원을 써야 할 것 같다. 일단 내가 3000개 정도까지 등록하고 나면 직원을 바로 쓸 예정이다. 리스팅은 내가 자동화시켜서 진행하고, 나중엔 다 위임할 생각이다.






노가다 광시곡


엑셀 내용이 많아서 많은 사람들이 멘붕에 빠졌고, 컴활 1급이 있는 나도 힘든 부분이 많았다. 엑셀로 할 수 있는 업무가 참 무한하구나 싶었기도 했다. 그래도 일정 부분 사람이 해야 하는 게 많은 업무이다. 그래서 시간을 투자하고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 나는 노가다를 정말 싫어하는데 이 해구대 업무는 노가다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소싱할 때 이미지 다운로드 하거나, FTP 업로드 하는 부분에서 획기적으로 개선 가능한 부분이 보였다. 이미지 다운로드 하는 건 크롤링 프로그램을 짜면 훨씬 수월할 것 같다. 그건 크몽에서 개발자를 구해서 의뢰하면 해결 가능할 것 같다. 그렇게 하고 나면 드라마틱하게 시간을 아낄 수 있을 것 같다. FTP 업로드하고 HTML 주소를 얻는 부분은 돌아오는 KTX 안에서 테스트해보니 어떻게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머리만 좀 굴려보면 이렇게 줄일 수 있는 일이 많아 보였다. 항상 고민하면서 개선점을 찾아야겠다. 






마치며


내가 열심히 하는 일이 돈이 된다는 건 참 재밌는 일이다.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은 돈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내가 좋아하는 일이었다. 해구대 일은 내가 좋아하진 않지만 고민하면서 방법을 개선시키는 재미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사업에 대한 감각을 키울 수 있어서 좋았다. 생각하는 건 다 실행해보는 30대 중반의 새로운 시험이 될 것 같다. 섣불리 전업으로 가진 못하겠다. 법적 규제나 레드오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나오는 돈으로 사무실을 빌려서 직원을 돌려서 일정 궤도에 오르는 시간을 줄이는 게 올해 안에 결정해야 할 부분 같다.


회사에 다니면서 고민해보지 못했던 아주 치열한 생존의 문제를 요즘 사업하면서 느끼고 있다. 회사에서 강조하는 오너십은 회사에 다닌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자신의 업을 할 때 얻어진다는 걸 새삼 느끼고 있다. 오너가 돼야 오너십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외치던 퇴사의 방법을 이젠 찾은 것 같다. 이게 망하지 않도록 하는 게 현재 나의 유일한 목표이다. 그러려면 아이템 찾고 올리는 일을 계속해야 한다. 근심을 덜어놓고 다함께 해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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