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거든
회사에서의 하루는 빠르게 지나간다. 나름 많은 일을 했다. 그러나 퇴근 직전, 예상치 못한 일이 빵빵 터진다. 내 여행을 기념이라도 하듯이 오후 3~4시가 됐을 때 많은 일이 터졌다. 수습하느라 여행 전 회사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엄청 바쁘게 보냈다. 개인적으로 여행 갔을 때 회사에서 연락 오는 걸 엄청 싫어한다. 누구라도 그러한, 같은 마음일 것이다. 대만 갔을 때 다른 팀 대리가 정말 급하다고 재촉해서 노트북으로 업무를 처리했던 기억이 있다. 여행에 와 있는 걸 이용하기라도 하듯이 우리 팀 과장는 나에게 자신이 챙겨야 할 느낌의 일을 던져 줬고, 나는 살짝 기분 나쁠 뻔했지만 참고 부드럽게 마무리했다.
일과 시간이 끝나고 남은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데 갑자기 생산부서에서 원자재 불량이 나서 재고가 없다고 한다. 나는 구매팀이다. 제품 출고 일정에 문제 되는 아이템이라 바로 업체에 전화했다. 주로 이메일로 소통하고 급할 땐 전화해서 영어 회화 연습을 한다. 업체에 재고를 확인해달라고 했고 업체는 그러겠다고 한다. 생산 본부에 가서 무려 세 팀을 모아 놓고 스탠딩 대책회의를 한다. 상황을 마무리하고 정리된 상황을 머릿속에 넣어둔 채 퇴근한다. 이 상황은 란콰이펑의 중심거리에 있을 때 팀장님과의 보이스톡으로 최종 마무리했다.
정말 하루 동안 일이 가을철에 주로 하는 불꽃 축제처럼 빵빵 터졌다. 한 가지 다른 일도 있었다. 내가 중간에 끼어서 처리해야 하는 일이었는데 두 담당자를 연결해 주고 알아서 해결되도록 세팅하고 메일 보낼 때 참조 걸어달라고 한 후 퇴근했다. 회사에서 여행 사전 정보 조사를 좀 더 해서 가고 싶었으나 꿈도 꾸지 못하고 회사를 나왔다. 몇 분 일찍 나간 과장이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 그가 새로 산 스마트폰에 관해서 얘기하기 시작한다. 5일 동안 안 볼 생각하니 행복해서 잘 들어준다. 그는 내리고 나는 이미 어두운 철로를 달리며 공항으로 향했다.
나는 당시보다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인원은 뽑지 않는데 관리해야 할 포인트는 점점 늘어난다. 새로 온 팀장은 모든 것을 챙기려는 관리자 유형이다. 자신도 열심히 일하고 팀원들도 열심히 해야 한다는 원칙을 가진 사람이다. 사람을 새로 뽑으려면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막상 새로 늘어난 업무는 없다. 기존 업무의 덩치가 커졌을 뿐이니 외부에서 보기엔 그냥 원래 하던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원래 맡았던 원부자재는 계속 맡고 있다. 후배가 들어와서 넘기려고 했는데 후배가 기존에 있던 팀에서 퇴사한 이의 업무를 대체하고 있어서 인수인계 타이밍이 나지 않고 있다. 마라톤의 마지막 지점을 향해 뛰어 왔는데 10km 정도 더 달리라고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마침표를 보면서 달려왔는데 그 마침표가 다른 곳으로 튀어버렸다. 그리고 그 마침표가 어딨는지 보이지 않는다. 나는 절망과 함께 회사에 다니고 있다. 위에서 퇴근길에 만난 나온 과장은 차장이 됐고, 여전히 일을 별로 하지 않는다. 나는 속으로 육두문자를 뱉으면서 일을 하고 있고, 언제 회사를 나갈지만 생각하고 있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면 마땅히 할 일은 없지만, 이제는 더 견디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요즘은 매일 공항을 지나치는 출퇴근을 하고 있다. 스튜어디스도 많이 보이고 여행을 떠나고 돌아오는 사람들도 많이 볼 수 있다. 정작 나는 떠나지 못한 상태로 그들을 쳐다보니 부럽기도 하다. 그래서 그냥 외면한다. 전철 안에선 책이나 읽고 눈을 감고 있다. 그러면서도 떠나는 비행기를 보면서 나도 언젠간 떠날 거라고, 당신들과 함께 하늘에 가까이 가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한다. 어딘들 어떠할까? 이곳을 떠날 수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