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즈 인 홍콩 마카오 - #3. 공항으로

Feat. 여행의 기술 by 알랭 드 보통

by 생산적생산자

공항 가는 지하철에서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을 읽었다. 여행 가면서 <여행의 기술>을 읽으니 뭔가 '나 여행 가는 사람이오' 하는 것 같아 쑥스럽기도 하다. <여행의 기술>은 여행 갈 때 느끼는 감정 묘사에 대한 목마름을 해결해준다. 보들레르를 다루면서 어디로든 떠나는 인생에 대한 찬양이 나온다. 맞다. 여기가 아니라면 어디든 괜찮은 것이다. 쉼도 계속하면 일상이 된다. 그럴 땐 다시 일상에서 비 일상으로 떠나야 한다. 우리는 영원히 떠나야 행복한 존재일까.


공항에 도착해서 이제는 익숙한 국제선 통로로 걸어간다. 친구는 인천에서, 나는 김해에서 비슷한 시간대의 비행기를 타고 홍콩 공항에서 만나기로 했다. 수화물 대기 선에 있다가 친구가 카톡으로 수화물이 없으면 바로 수속 가능하다고 알려준다. 나는 줄에서 벗어나 자동 탑승권 발매기를 찾았고, 1분 만에 발권을 완료했다. 이전에는 에어부산의 중국행 노선이 자동 탑승권 비적용 노선이라 이용해볼 기회가 없었는데 (나의 출장은 항상 중국이다) 홍콩행은 가능했다. 티켓팅을 마무리 한 이후, 동생이 호주 떠날 때 같이 샌드위치를 뜯었던 뚜레주르에서 샌드위치를 사 먹었다. 우유는 비행기 위에서 과민성 대장염을 가져다줄 위험이 있을 수 있으니 물을 마셨다.


여유로움이 느껴지면서도 일상과 별다를 게 없는 여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게 일상에서 하던 행동들이고 먹던 음식들이다. 하지만 여행이라는 건 이런 현실을 평소와 다르게 받아들이게 한다는 측면에서 어떤 모종의 환각 작용을 한다. 여행은 지난한 반복적 일상에서 새로움을 쏟아줄 거란 기대로, 우리가 대하는 모든 것을 긍정적인 프레임으로 해석하게 해준다.


비행기 시간은 9시 반, 티켓팅을 끝내고 보안 검색대를 지나 출국심사장을 지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한국의 빠른 문화가 좋다. 면세점에선 살 게 없다. 그래도 온 김에 구경은 한 번 해줘야 하니 면세점을 2~3분 정도 둘러본다. 해외에 나간다고 뭔가를 사는 건 정말 바보 같은 일이다. 나도 바보 같은 짓을 몇 번 하고 나서 이젠 자제한다. 정말 사고 싶던 아이템이 면세점에서 반값이라면 모를까? 그래서 뭔가를 채워 올 가능성이 높은 캐리어는 두고 백팩만 갖고 떠난다. 결국, 이 백팩에 많은 것을 쑤셔 담아 돌아오긴 했지만 제한하려는 시도가 중요하다.


상대를 마주 보지 않아도 되는, 비행기들이 서 있는 곳을 향하고 있는 공항 의자에 앉았다. 20분 정도 <여행의 기술>을 꺼내서 읽었다. 문자가 온다. 에어부산에서 친절하게 보내준 이륙 지연 문자였다. 비행기에 타고 나서 1시간 정도 지연된 적은 있었는데, 이렇게 타기 전에 밀린 건 첨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도중에 태국 갈 때 비행기가 밀렸던 기억이 났다. 그땐 제주 항공이었다. 값싼 항공권을 찾는 서민 여행을 하다 보니 밤에 나가는 해외여행이 익숙해지고 있다. 정상적으로 오전 비행기를 타고 나가고 오후에 한국으로 들어온 건 첫 해외여행이었던 일본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지 않았나 싶다.


그 때도 지금도 나는 꾸준히 책을 읽고 있다. 3년 전부터 하던 독서 모임이 그 원동력이다. 작년 멤버에서 3명을 제외한 모든 멤버는 바뀌었고, 모임은 잘 흘러가고 있다. 요즘은 모임 안에서 친해진 사람들과 주말에 여기저기 놀러 다니고 있다. 같은 책을 읽고, 다른 생각이지만 토론을 하면서 동기화된 지식과 가치관이 맞아 떨어지는 사람들이다. 언젠간 이 사람들과 한 번 여행을 떠나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아마 웃고 떠들고 술을 마시느라 글을 쓸 시간이 없을 것이다. 각자 글쓰기라든지, 기념품 수집, 사진첩 만들기와 같은 각자의 미션을 갖고 여행을 떠나면 어떨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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