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즈 인 홍콩 마카오 - #5. 탑승 & 기내식

타라면 타고 주면 먹고~

by 생산적생산자

탑승은 언제 해야 하는지 언제나 헷갈린다. 2시간이란 시간은 생각보다 금방 흘러갔다. 책을 읽기도 하고, 친구와 카톡을 하기도 하면서 탑승을 기다렸다. 지연된 출발 예정 시간 10분 정도 전에 탑승이 시작됐다. 다행히도 버스 타고 나가야 하는 게이트가 아니다. 번거로운 건 질색이다. 무미건조한 승무원의 티켓 검사와 함께 통풍구같이 생긴 탑승교를 지나 비행기 안으로 진입한다.


입구에서 한 번 더 표 검사를 한다. '제대로 검사하긴 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항상 있다. 승무원은 항상 미소로 우리를 맞이해준다. 그리고 내 자리가 어딘지 확인한다. 들어가면서 좌석 번호가 영화관의 방식과 달라서 잠시 뒷부분을 볼 뻔했으나 상단에 작은 표시로 적혀 있는걸 발견하고 내 자리를 찾았다. 자리를 찾고 그 자리 위의 짐칸이 비었는지 확인한다. 자리가 없다. 요즘 짐칸 자리가 정말 자주 없다. 내가 늦게 타서 그런가? 나는 백팩만 들고 타서 그나마 캐리어의 틈 사이로 내 짐을 쑤셔 넣을 수 있다.


그래도 짐을 놓을 자리가 없었다. 승무원은 나에게 웃으면서 '자리 밑에 두시겠습니까?' 하는데 나는 안 된다고 했다. 머나먼 길 가는데 발이라도 편하게 하고 있어야 하지 않겠소? 낭자. 허허. 그리고 내가 꿋꿋이 빈 짐칸을 찾고 있으니 친절하게 빈 곳을 안내해준다. 그곳에 내 가방을 넣으려고 대기한다. 가방을 넣어 준다고 하는데 나는 가방 안에 아이패드가 있어서 그걸 꺼내야 하기에 내가 넣겠다고 한다. 그러니 잠시 비켜 달라고 한다. 나는 어물쩍하게 비켰다. 목소리 음은 솔, 표정은 웃고, 내용은 압박하는 이 로봇 같은 말투는 별로 인간미가 느껴지진 않는다.


4차 산업 혁명이 다가오고 있다. 당시에도 화제가 됐겠지만, 자율 주행, 드론, 핀테크 혁명, 사물 인터넷, AI 등의 기술들이 하나씩 대중에 널리 퍼지고 있는 2017년을 우리는 보내고 있다. 앞으로 시대는 어떻게 될 것인가? 생각만 하더라도 글로 받아 적어주는 서비스가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빠른 타이핑 속도를 자랑하는 나의 손이 관절염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자율 주행을 이용하면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쓸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기를 바란다. 여행도 드론으로 떠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지 않을까? 태양열로 충전하면서 전 세계를 날아다니는 드론을 타고 유유자적 하는 나의 모습을 감히 상상해본다.


'인기 만점' 해물 볶음밥이라는 메뉴가 나왔다. 어디에서 인기 만점일까? 하늘에서, 아니면 지상에서? 어쨌든 1시간 전에 밥을 먹었든 간식을 먹었든 기내식이 나오면 먹어야 한다. 딱 한 번 안 먹은 적이 있는데 회식을 거하게 하고 중국으로 출장을 떠나던 대한항공 비행기 안이었다. 정말 토할 뻔했으나 하늘이 도와주셨는지 토하지 않고 겨우 기력을 회복한 기억이 있다. 중국으로 향하는 내내 잠만 잤다.


해물 볶음밥은 밋밋하고 자극적이지 않다. 하늘에서 장 트러블이 생기면 다른 승객들의 화장실 이용에 불편함을 줄까 봐 일부러 삼삼하게 만든 메뉴일까? 아주 따뜻하고 맛있게 생겼는데 그다지 맛있진 않다. 그냥 음식이 내 눈앞에 있기 때문에 먹을 뿐이다. 먹다 보니 조금씩 없던 맛이 느껴진다. 심심함 속에 숨어있는 재료들이 하나씩 내 혀를 스쳐 간다. '촘촘히 박혀있는 밋밋한 맛을 가진 작은 새우가 조금 더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할 즈음 나의 해물 볶음밥 통은 깨끗하게 비워졌다.


식사가 끝나고 나니 음료수도 준다. 주저하지 않고 오렌지 주스를 달라고 했다. 처음 미닛메이드를 접했던 시절이 떠오른다. 친구의 자취방에서 나는 처음으로 미닛메이드를 마셨다. 그것은 천상의 맛이었다. 그렇게 맛있는 걸 22살 때 처음 먹어보다니 억울하기도 했다. 그 이후로 미닛메이드는 있으면 먹는 음료가 됐고 나는 기존의 탄산 중독에서 벗어나 오렌지 주스의 맛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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